네온 컬러 보디수트, 시스루 스커트 모두 렉토(Recto).

화이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데님 팬츠 시스템(System), 시스루 트렌치코트 버버리(Burberry).
화이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데님 팬츠 시스템(System), 시스루 트렌치코트 버버리(Burberry).
브라운 톱 미우미우(Miu Miu).
핑크 실크 롱 원피스 르비에르(Leviere), 레이어드한 시스루 재킷 와이씨에이치(YCH).

‘어떤 기분이냐 하면···’ 혜리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음’ 하고 시작하는 대답의 첫머리에는 어김없이 이 수식을 썼다. 혜리는 대수롭지 않다면 대수롭지 않을 대화 안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사람이었다. 준비된 일장 연설이 아닌 그때그때 담백하게 꾸려낸 그녀의 대답들이 인터뷰가 끝나고도 오래 남았다. 이름난 달변가들이 넘쳐나는 이 세계에서 그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진심이 반가웠다. 스스로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잘 받아들이고, 잘 인정하고, 잘 넘기는 것 같아요. 그게 강한 거라면 강한 건데”라고 답했다. 편견 없이 흡수하는 능력, 얽매이고 전전긍긍하기보다 숨 한 번 크게 몰아쉬고 다음 행보에 힘을 싣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혜리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작년 이 계절에 첫 영화 <물괴>를 촬영했죠? 2017년 3월부터 6월까지 찍었어요. 딱 좋은 계절에요.

때로 특정 계절로 한 시절을 기억하기도 하죠. 혜리에게 작년 봄은 어떤 시간이었어요? 첫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시간.

영화 <물괴>는 오는 가을에 개봉하고,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촬영도 앞두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신동엽 씨와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의 고정 MC로도 출연하고 있고요. 그렇게 나열하고 보니 뭘 되게 많이 한 것 같네요.(웃음) <놀라운 토요일>은 현재 2회까지 촬영했는데 혹시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고정 예능도, 고정 MC도 처음이거든요.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은 딱 한 회분씩만 출연했으니까 그때마다 하루치 에너지를 쫙 쏟고 끝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매주 고정으로 출연하다 보니 에너지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매 회 차마다 힘이 넘치면 보는 분들이 지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아직 모니터를 못했는데 일단은 하던 대로, 나답게 해볼 생각이에요.

프로그램 제작진도 혜리의 에너지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바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오랜만의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어색하기도 했어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포맷인데,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잊고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혜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바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대중에게 혜리라는 캐릭터는 주변에 있을 법한 편한 사람 같아요. 저 역시 동의하고 그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고요.

친숙함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요? 친숙하게 소비되는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었어요. 대중에게 꾸준히 모습을 보여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는 고민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고요. 이 고민이 크게 남아 있었다면 스스로 길을 못 찾았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데뷔 제안을 받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왜 망설였던 거예요? 연예인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니 정해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어요. 게다가 전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연예인? 내가? 으잉?’ 하고 말았지요. 걱정하고 망설였다기보다 애초에 나는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연예인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죠. 그러다 차츰 마음이 열렸어요.

어때요? 잘한 결정 같아요? 그럼요. 많은 사람에게 관심 받고 사랑받는 일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세상의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심과 사랑, 칭찬에 즐거워한다고 생각해요. 학생으로만 살았다면 이만큼 큰 사랑은 못 받았을 거예요. 물론 그 속에 칭찬만이 아니라 질책도 있지만 그 역시 받아들여야 하고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 들으면 신기해요. 어리고 밝은 이미지라 그렇게 안 보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도 강하다는 데 동의해요? 잘 받아들이고, 잘 인정하고, 잘 넘기는 것 같아요. 그게 강한 거라면 강한 건데.

적어도 칭찬이건 질책이건 회피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과거 어느 때에는 피하려고도 했던 것 같아요. 회피하는 게 당장은 편하니까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피하는 게 외려 더 불편하더라고요. 뒤늦게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게 더 커요. 그걸 느끼고 난 뒤로는 인정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타격이 덜하다는 걸 알았어요.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모른다고 얼버무리는 식의 대응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물론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에 좋을 게 하나 없더라고 요.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요.

매일 할 일을 정해 적어놓고 끝내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래요? 잘 잊어버려서 할 일을 적어두는데 해낸 것들을 체크하고 나서 남은 리스트를 보면 불안하죠. 요즘 숙제는 장구예요.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준비로 장구를 배워야 하는데 장구 연습에 차분하게 집중한다기보다는 승부욕으로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래도 장구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잘 늘지 않으니까 거울 보면 화가나요. 화나니까 정복하고 싶고.(웃음)

블루 시스루 톱, 화이트 티셔츠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데님 팬츠 스완진(Swan Jeans).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그 기준 하나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어요. 명쾌한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왜 이 일을 계속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내 식의 대답이에요. 좋은 사람들이라면 회사의 매니저일 수도 있고 촬영 스태프이거나 걸스데이 멤버들과 팬일 수도 있겠죠. 이 사람들과 재미있게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주변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데 성과는 좋다고 한다면 그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중에게 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될까 의문이 들어요. 내가 즐겁지 않은데 즐거워 보일까요? 나라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야 대중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봐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일까요. 촬영 전 혜리 씨 스태프들로부터 ‘혜리 미담’을 들었어요. 어떤 기분이냐 하면, 오늘처럼 촬영을 한다고 하면 한 컷 마치고 스태프들은 먼저 메이크업실로 들어가 있잖아요. 전 남아서 촬영 컷들을 모니터하고 다시 준비하러 한 발 늦게 들어가고요.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열 명의 스태프가 동시에 모두 저를 봐요.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요. 이런 순간들이 일상인데 중심에 있는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해 버린다면 스태프들은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저와 함께라면 그런 의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신인도 아니고 데뷔 9년 차의 대답이라기엔···. 우리끼리 하는 말로 연습생 때 못된 애들은 진짜 못된 애들이라고 그러거든요. ‘오, 타고나길 못됐는데?’(웃음) 하고요. 신인 때는 겸손할 수밖에 없는데 또 한편으로는 늘 긴장하기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못 살피기도 해요. 제가 착한 사람이라기보다 이제는 주변이 보이는 거죠. 적어도 함께 일할 때 내가 불편한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고요.

요즘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은 뭐예요? 동료나 친구처럼 가까운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해줬을 때 ‘아, 재미있다! 나 또 할래!’ 같은 소감을 들을 때요. 제가 방탈출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방탈출 카페에 친구들을 데리고 갔는데 이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친구가 ‘너무 재미있어, 대박!’ 이러면 저도 기분이 좋아서 ‘그치? 그치? 또 할래?’ 하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같이 좋아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진짜 기분 좋아요.

방탈출 카페에 자주 가요? 방탈출 카페 사장님들 사이에서 저 아마도 유명할걸요? 새로운 카페에 가면 사장님들이 ‘아, 이제 오셨네요’ 하는 표정으로 맞아주셔서. 퀄리티가 좋은 곳들만 검색해서 찾아다니는데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편차가 엄청 커요. 저한테 물어보시면 다 알려드릴게요.

또 어디를 가면 혜리를 만날 수 있죠? 일단 성수동 볼링장으로 오세요.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