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뺑반 뺑반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류준열 재킷과 니트 스웨터, 팬츠 모두 캡틴 선샤인 바이 샌프란시스코 마켓(Kaptain Sunshine by San Francisco Market).
공효진 하운드투스 체크 그레이 수트 제이백 쿠튀르(Jaybaek Couture), 블랙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정석 그레이 니트 톱 닐 바렛(Neil Barrett) 그레이 싱글 수트 띠어리(Theory).

새로운 조정석

좀처럼 나쁜 사람을 연상할 수 없는 얼굴인데 이번엔 악역을 연기한다. 악역이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점에 따라 악한 인물이긴 하지만 위험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이상한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도 ‘얘 뭐지? 정말 희한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어떤 서브텍스트를 읽어냈는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 와중에 자수성가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버린 거지. 그런데 그 최종 목적지가 결국 생존인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해해달라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생존 방식을 보여주기만 하는 거다.

나쁜 조정석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여러 인물과 가장 거리가 있는 인물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될 것 같다. 매우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그 점만 걱정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좋다. 물론 그 결과가 실패로 돌아올수도 있지만 그런 데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조정석의 새로운 모습을 흥미롭게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절실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관객이 과연 내 연기를 궁금해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인물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기대하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는 배우가 되어서도 안된다. 그게 배우의 의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겠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많은 분이 나를 보며 유쾌함 혹은 활달함을 떠올린다.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았다. 다만 이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이상한 놈이구나, 희한하네, 재밌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게 된 거지. 아마 흥미로울 것이다. 비단 내가 맡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공)효진 씨나 (류)준열 씨에게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후반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완성된 작품을 보지 않았는데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드는가? 작품을 끝낸 배우는 누구나 그 작품이 잘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재미있었고, 현장에서 작업하는 동안 내게 득이 되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이번 작품에 확신이 있다. 한준희 감독이 분명 끝까지 잘 만들어내리라는 확신. 한준희 감독과 작업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다. 배우가 장면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연기하면 그에 대해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다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정답에 최대한 가깝게 가기위해 감독과 함께 노력하는 건데, 한준희 감독과는 대화도 잘 통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생경한 감정을 끄집어내서 표현하려고 하면 그런 지점까지 잘 생각해주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늘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흥이 나고. 그 덕분에 배우로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었다. 농담 삼아 ‘감독님은 예술적인 변태 같다’고 말했다.(웃음) 진짜 좋은 현장이었다.

배우로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임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고. 앞서 내가 기존에 해온 작품과 결이 많이 다르다고 했는데 결이 다른 역할을 나를 통해 표현하고 연구하는 그런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이번에는 결이 다르기보다는 코드가 완전히 바뀌는 역할이다. 많은 분이 조정석이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늘 다른 결이 있기에 선택해왔다. 장르가 같더라도 늘 전환점이라 생각하며 임한다.

오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재미있다’다.(웃음) 무대까지 통틀어 오랫동안 연기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재미있나? 참 신기하지 않나. 재미있다.

지금까지 한순간도 지친 적 없었나? 체력적으로는 지치지. 심신이 굉장히 지칠 때가 있다. 그런데 재미없으면 지칠 일도 없다. 재미있으니까 열정을 쏟아붓는 거고, 쏟아부으니까 지치는 거고, 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바라는 대로 감정이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냥 힘든 스트레스라고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배우는 결국 연구하는 직업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래도 하나의 일을 오래하다 보면 때론 관성적으로 할 때가 있지 않나. 일종의 매너리즘처럼.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작품을 볼 때면 늘 ‘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와, 또 이런 사람도 있네’ 하고 생각한다. 참신한 이야기와 인물들 때문에 지칠 새가 없다. 이를테면 시리즈로 나오는 책의 경우 책을 읽는 행위는 같지만 앞으로 흘러갈 이야기 때문에 계속 흥미롭지 않나. 연기라는 행위는 같지만 다른 인물과 이야기 때문에 계속 흥미가 생긴다.

쉬지 않고 일해왔다. 회사원으로 치자면 일 중독자 같다.(웃음) 일 중독은 아닌데 연기 중독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할 때도 누군가에 대해 얘기할 때 자꾸 연기하듯 재현한다.(웃음)

열일하는 와중에 가장 힘든 때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오래전이긴 한데 공연할 때다. 시련이라면 시련이었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무대에 올랐는데 9개월간 원 캐스팅으로 계속 연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힘들다는 감정이 드는 게 참 이상했다. 공연이 잘되어 연장한 건데 힘든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그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내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