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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수트 에스카다(Escada).

FILM
<올드보이>

있잖아. 사람은 말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그러니까 상상을 하지 말아봐. 용감해질 수 있어.

“보통 용감한 건 좋고 비겁한 건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대사를 읽는 순간 그 반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극 중에서는 나쁜 놈이 말하는 궤변이지만 우리가 살면서 늘 용감할 수만은 없고 비겁할 때도 있어요. 용감함과 비겁함에 대한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한 해 영화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임순례 감독과 심재명 대표가 이끄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이하 성평등센터) ‘든든’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응원하기도 했고, 성평등 문화 실태 조사를 위한 논문도 봤다. 많은 이들이 든든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또 든든을 통해 많은 사람이 법률 자문 등 도움을 받는다. 물론 페미니즘은 여전히 예민한 이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하는 바를 잘 나누고 다른 의견도 듣고 조율하며, 좋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을 개선한다면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젠더프리(Gender-free) 기획을 함께한 배우 문소리는 지난 1년간 영화계에 일어난 변화를 말했다. 성평등센터 든든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고, 영화와 드라마 속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은 더욱 다양해졌다. “얼마 전 <뺑반>을 봤다. 만삭인 형사도 등장하고 여자 경찰 상사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이를 두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낯선 것이 앞으로는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런 것이 변화 아니겠는가.” 젠더를 대하는 변화의 움직임은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 번호를 정할 때 남자아이는 1번부터, 여자아이는 끝 번호부터 매기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학교라 예전 방식을 그대로 시행하는 거다. 숫자 자체에는 차별이 담기지 않았지만, 남자아이에게 당연히 1번을 부여하는 게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그런 와중에 다른 학부형들 모인 자리에 가게 되었고, 이를 얘기했더니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후 학교에 정식으로 건의를 했고 올해부터 방식을 바꾼다고 하더라.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좋은 변화가 일고 있다. 어떤 사람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젠더에 관한 의견을 말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나는 다만 지금의 움직임이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너무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고 의견을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영호 씨, 그 꿈이요. 좋은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문소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대사로 영화 <박하사탕>의 이 대사를 꼽았다. 영화를 시작했을 때 지녔던 마음과 자신이 꾸는 꿈도 좋은 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꾸는 좋은 꿈이라면, 의미 있는 것을 만들고 찾으며 살아야겠다 싶다는 거다. 예전에는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정신없이 달렸는데, 이제야 비로소 언젠가 사람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삶에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을 하는 게 아닐까. 예술은 삶에 의미가 되기도 하고 또 위로를 주기도 하며 가장 재미 있는 방식의 공부다.” 그리고 예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신영복 선생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머리 좋은 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은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은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마음이 움직여 생각의 변화로 이어지고 실천하고 같이 움직여야 한다. <마리끌레르>의 젠더프리 같은 기획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면 사람들 마음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의 일이 다양하고 더 재미난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변한다고 우리의 삶이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게 좋은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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