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서울독립영화제
레드 러플 드레스 토리 버치(Tory Burch).

한우연

비밀의 정원

첫 영화는 단편 <여름밤>이에요. 취업과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로 치열한 삶 속에서 누구 하나 자신을 조금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또 한 작품은 단편 <미열>인데,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비밀의 정원>이 <미열>의 장편 버전이죠.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을 남편이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어요. 이야기가 굉장히 담백하고 잔잔하게 흘러가요.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지라 섣불리 다가가기 쉽지 않았어요. 피해자의 아픔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되도록 관객들이 억지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제 진심을 많이 담고 싶었습니다. 피해자라고 해서 숨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강인한 인물이길 바랐어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에 누구 하나 애착이 가지 않는 인물이 없어요. 꼭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여름밤>의 소영이에요. <미열>과 <비밀의 정원> 박선주 감독님도 <여름밤>을 보고 연락을 주셨거든요. ‘소영’이가 없었더라면 다른 작품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나에게 영화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재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런데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면 이 일이 힘들지만 좋은 것 같아요. 독립영화는 뭔가 애틋함이 있어서 좋아요. 현장에서 만나 영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고생하고 애쓰고 울고 웃는 일련의 과정이 흥미로워요. 물론 그 과정이 힘들지만 결과물을 보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져요. 결과물을 함께 보며 저 장면에서는 이렇게 했었지 하며 서로 추억을 나누죠. 그리고 영화 작업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리고 제가 가진 좋은 에너지가 영화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살아가는 게 몹시 힘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연기가 하고 싶은 건 결과물이 기대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고, 더 욕심이 나고, 더 좋은 에너지를 담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자꾸 들어요.

내가 꿈꾸는 배우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환경오염을 주제로 한 영화가 있다면 그런 작품에서 연기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고 평소에도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는 배우여야 한다는 거예요. 세상을 향한 긍정의 에너지를 스스로 행동하며 쌓아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 많이 부족해요. 제 삶이 다할 때까지 과연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연기를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 노력해야죠.

만나고 싶은 인물

찰리 채플린을 좋아해요. 희극과 비극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 소화해내는 배우예요. 그가 연기한 인물처럼 언젠가 희극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슬픔을 지닌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재미도 있지만 슬픈 그런 영화, 음악이 함께 더해진 무성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배역에 욕심도 좀 있고.

 

독립영화 서울독립영화제
화이트 와이드 칼라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변중희

배우가 된 선생님

단역으로 출연한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가 제 첫 작품이에요. 그 뒤로 강상우 감독의 <클린 미>,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 그리고 방성준 감독의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과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등에 출연했습니다. 39년간 교직에 있었어요. 서울의 남자 중학교에서만 38년 근무했고요. 마흔여덟 즈음, 막연히 연극이 하고 싶어 교사 연극 동호회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교육 극단 푸른 숲의 창단 멤버가 되었고 1년에 한 번씩 공연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퇴직을 1년 앞두고 <파스카>에 출연했고 그 작품을 인연으로 다른 작품에도 출연하게 됐어요. 그때 스크린을 통해 본 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웃음) ‘퇴직하면 영화배우가 될 거야’라고 농담처럼 말해왔던 것이 이렇게
이뤄졌어요. 올해까지 스무 작품 정도에서 연기했어요.

영화를 한다는 즐거움

사람을 좋아해서 배우라는 직업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또 계속 배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항상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배우라는 일이 그렇더군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2mm쯤 자란 것 같아요.(웃음)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이 학생들 졸업 작품을 포함해서 모두 독립영화였는데 저예산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좀 아팠어요. 그래도 꿈을 가진 젊은이들의 작품이잖아요. 아주 확실한 꿈. 그 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들 사이의 저는 어떻게 보면 섬같은 존재이기도 한데, 사실 영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제자잖아요. 실제로 영화 일을 하며 제자를 두 명이나 만났어요.(웃음)

약자의 이야기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의 주인공은 의정부 기지촌에서 40년 넘게 일한 ‘인순’이에요. 1960년대 외화벌이를 위한 정책 중 하나가 바로 미군 위안부였죠. 저는 인순을 인터뷰하며 삶을 기록하는 교수를 연기했어요. 인순은 저와 나이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인순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 저렇게까지 생명체를 방임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헐벗은 채 가시덩굴을 걷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예요. 나라에서도 그런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마치 하이에나처럼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고 내몰아갔어요. 인순을 보며 사람들이 이런 소외받은 약자의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해요. 저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좀 있었어요. 교사로 일할 때 구치소에 가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상담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연기 경력은 짧지만 삶의 그런 경험들이 저만이 할 수 있는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만나고 싶은 인물들

만날 수 있는 만큼 많이 만나고 싶죠. 교직 생활을 하며 늘 짧은 머리를 하고 생활 한복을 입고 다녔어요.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머리를 빡빡 깎고 인도에 갔을 거예요.(웃음) 언젠가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은 대부분 슬픔이 있는 할머니였어요. 농담처럼 이제 더 이상 슬픈 할머니는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나문희 배우님이 어디에선가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지니 노인이 볼 만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 있는데 공감해요. 하지만 노인만 나오는 영화는 재미가 없죠. 건강한 숲에는 고목이 30% 정도 있어야 해요. 아름드리 나무나 새싹과 함께 죽어가는 나무가 있어야 숲이 건강하게 유지돼요. 우리 사회도 그렇게 건강한 숲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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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재킷 티아이포맨(T.I for Man), 블랙 데님 팬츠 유니폼 브릿지(Uniform Bridge).

강길우

배우 강길우는

오늘 강원도 화천에서 영화 <정말 먼 곳>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올라왔어요. <한강에게>를 연출한 박근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입니다. 강원도에서 생활한 지 한 달쯤 됐고, 2주 정도 있다 크랭크업을 해요. <명태>라는 영화에서 ‘김수’라는 조선족 역할을 했고 <시체들의 아침>이라는 영화에서 영화를 그만두는 영화감독 역할을 했어요. 올해 개봉한 <한강에게>에서는 연극배우를 연기했습니다. 지금껏 만난 인물 중 가장 의미가 있는 인물 한 명을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