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원피스, 코트 모두 핀코(PINKO), 앵클부츠 솔트앤초콜릿(Salt & Chocolate),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셔츠, 스커트 모두 핀코(PINKO), 골드 이어링 아티카(Attica),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스웨터, 데님 팬츠, 미니 퍼프 러브백 모두 핀코(PINKO), 이어링 타티아나 쥬얼리(Tatiana Jewelry).

런던에 왔다. 기분이 어떤가? 런던은 처음이다. 영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꼭 와보고 싶은 도시였다. 그저 잘 쉬고 오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역시 기대만큼 좋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맞은 바람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시대극 세트장 같은 느낌이랄까? 머무르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참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다.(웃음) 서울에 돌아가면 이 여행의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앨범 세 장을 연속해 발매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Day 1> ‘짐살라빔’을 시작으로 <Day 2> ‘음파음파’, 그리고 <Day 3> ‘Psycho’까지 세 장의 앨범을 내고 활동하면서 해외 활동도 병행했다. 1년에 세 번이나 컴백하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처음엔 체력적으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과연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언제 그런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로 1년이 후딱 지나간 것 같다. 연차가 더해지면서 여유가 생겼다. 사실 바쁜 스케줄을 쫓아가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 없이 시간만 훌쩍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순간순간 기억에 남기려고 애썼다. 연차가 쌓여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노력하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것 같다.

데뷔 때와 비교하면 특히 많이 성숙했다. 활동할 때는 살이 많이 빠진다. 그러다 보니 성숙해 보이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에도 잘 걸린다.(웃음) 얼마 전 일본 공연 때 감기가 심하게 들어 고생했다. 지나고 보면 ‘내가 어떻게 그걸 했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힘들다가도 응원하는 팬들 앞에 서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게 힘이 솟구친다.

‘Psycho’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지는 않나? 녹음 전 좋다고 생각한 건 이 곡이 처음이다. 멤버의 부상으로 활동을 못 하게 된 것도 처음이고. 분명 아쉬움이 있긴 있지만 활동을 마무리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금세 괜찮아졌다. 반대로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도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고, 웬디 언니 걱정도 많이 하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다.

오늘은 개인 화보 촬영이다. 사진 찍히는 걸 워낙 좋아해 화보 역시 반가운 작업 중 하나다. 화보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거울로 보는 내 얼굴은 늘 비슷한데 화보를 찍으면 내게 일어난 변화를 실감한다. 몇 년 전 사진과 요즘 사진을 비교해보면 얼굴의 살이 많이 빠졌다. 물론 나이 때문만이 아니라 바쁘게 활동한 탓도 있겠지만, 성장한 느낌(?)도 들고. 새롭고 좋다.

이제 스물두 살이다. 요즘 예리의 화두는 무엇인가?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계획을 차근차근 짤 필요가 있는 시기인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뤄나갈 목표들. 우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얼마 전만해도 운동의 필요성을 잘 못 느꼈는데, 요즘은 절실해져서 필사적으로 다닌다. 연기 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음악과 외국어는 계속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즐겁게 모든 활동을 하고 싶다.

연기에 욕심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연습생 시절에 5년 동안 연기 수업을 같이 받았었다. 꾸준히 키워온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드벨벳 활동에 더 충실하고 싶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가수로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활동을 즐길 수 있을 때 조금씩 시작하고 싶다. 작은 역할이라도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도전해보고 싶다.

프린트 후디, 데님 팬츠, 미니 소프트 러브백 모두 핀코(PINKO), 안경 크롬하츠 바이 나스월드(Chrome Hearts by NAS WORLD), 앵클부츠 루시 크루(Lucy Crew),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크롭트 진 팬츠 모두 핀코(PINKO), 이어링 블랙뮤즈(Black Muse), 웨스턴 부츠 아떼 바네사 브루노(Athe Vanessa Bruno).
점프수트, 미니 스터드 러브백 모두 핀코(PINKO), 앵클부츠 솔트앤초콜릿(Salt & Chocolate),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도 음악 작업을 하고 있나? 곡은 꾸준히 쓰고 있다. 지난해 ‘스물에게’라는 자작곡을 발표했으니 작은 목표는 이룬 셈이다. 돌이켜보면 2019년에 작곡, 피처링 같은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점에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올해도 많은 곡을 쓰고 발표하고 싶다.

뮤지션 예리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 거창한 것보다는 평소 일상생활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많이 녹여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물병도 노래가 될 수 있다. 주변 사물을 주제로 곡을 쓰다 보면 작업이 더 재밌다.

요즘 본 영화나 책 중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근에 <미스 아메리카나>라는 영화를 봤다. 미국의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실제로 나오는 다큐멘터리영화인데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 어릴 때 가수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성장해온 그녀의 모습이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많은 부분에서 나랑 닮았다고 느꼈다. 영화를 보며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어떻게 지내나? 쉬는 날이 하루나 이틀이라 여행을 갈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집에 있지 않고 어디든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반대로 어떤 날은 아예 작정하고 집에서 영화를 보며 뒹굴기도 하고. 그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잘 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얼마 전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립스틱을 출시했다. 평소 뷰티에 관심이 많고, 혼자 향수도 만들어보곤 한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신선하고 애착이 많이 가는 기획이었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나의 모습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색으로 녹여낸 것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얼마 전 품절될 만큼 인기도 많아 더 뿌듯했다.

레드벨벳 멤버로서 자부심도 많이 생겼을 것 같다. 꾸준히 성장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어릴 때부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었다. 꾸준히 성장한다는 말을 듣는 건 아마 그 덕이 컸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다.

팬들에게 평소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나는 지금 평소와 달리 조금 먼 곳으로 길게 휴가를 왔어요. 런던에 있다가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온전히 쉬는 건 처음이라 마음의 여유가 많이 느껴지네요. 요즘은 일할 때와 평상시의 나를 합리적으로 구분해 경계를 두려고 해요. 누구에게나 휴식이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여러분도 마음 둘 곳, 쉴 곳을 꼭 만들어보세요.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레드벨벳을 응원해줘서 항상 고마워요!” 이 정도?(웃음)

‘친구’라고 부르는 게 인상 깊다. 팬들에게 힘을 많이 얻는다. 팬들은 참 좋은 친구 같은 존재다. 힘 빠질 때 만나면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항상 든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달까. 오래 봐서 그런지 현장에서 만나면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이나 목표 등도 궁금하다. 곡을 계속 쓰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 내가 어떤 캐릭터에 빠져들지 나도 궁금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1년 후 예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똑같을 것 같다. 뭔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쭉 애정을 주는 한결같은 성격이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