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는 어떤 뮤지션인가요?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입니다. 제가 어떤 뮤지션인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어떤 음악도 소화하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어떤 장르건 잘하는 뮤지션이요. 작품에 따라서 캐릭터가 변하는 연기자처럼. 지금까지 해온 음악과 색깔이 완전히 다른 것도 도전해볼 생각인가요? 네, 생각은 하고 있어요. 혹시 댄스? 댄스는 힘들 것 같아요. 이번에 ‘착한 남자’부를 때 춤 춘 걸로 알고 있는데. (웃음) 그건 댄스가 아니라 율동에 가깝죠. 댄스는 관객들이 힘들어하실 것 같아요.
최근에 발매한 앨범 얘기 좀 해주세요. 세 번째 정규 앨범이에요. 총 아홉 곡이 수록되어 있죠. 두 곡은 연주 곡이고, 나머지는 노래 곡이에요. 전 앨범과 다른 장르를 많이 시도해본 앨범이기도 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음악을 할 것을 암시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착한 남자’를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사랑 노래예요. 가사도, 음도 대중적이고 멜로디도 키치해서 듣는 분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그럼 대중성을 떠나서 타이틀곡을 고른다면? ‘휘파람’이요. 앨범을 발매할 때만 해도 날씨가 꽤 더웠어요. 그래서 ‘휘파람’도 후보에 있긴 했죠. 앨범 활동을 거의 쉼 없이 하고, 공연도 자주 하는 편인데 올해 상황이 특히 원망스럽겠어요. 사실 요즘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원망스러운 한 해예요. 올해 계획이 많았거든요. 3월에 공연도 하고, 페스티벌에도 참가하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스케줄이 빽빽했었는데┈. 올해 유난히 스케줄이 많았어요. 몽땅 할 수 없어서 아주 난감했죠.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네, 11월 즈음으로 계획하고 있긴 해요. 아직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콘서트 이후에 또 뭔가 계획하는 일이 있나요? 새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싱글을 준비해서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기회에 평소 못 해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프리다이빙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주도에서 할 수 있더라고요. 평소에 활동적인 걸 잘 못 하다 보니 꼭 해보고 싶었어요. 끝나고 라면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활동적인 걸 즐기는 편이에요? 아뇨, 전혀. 어릴 때는 축구도 하고 그랬는데, 음악을 시작한 후에는 내내 방에만 있었던 것 같아요. 빛을 볼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속살이 두부예요 두부. 음악을 시작한 후라면 언제부터예요? 고등학교 다닐 때 이후로는 운동을 거의 안 했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올해 초에 운동을 시작했죠. 근데 헬스장이 또 지하예요.(웃음) 마리끌레르와 처음 함께한 소감이 궁금해요. 옷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화보를 오랜만에 찍었는데 사진이 아주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지방시랑 프라다 컬렉션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디자이너 브랜드 옷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스!(웃음) 본인 앨범에 실리는 모든 곡을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더라고요. 힘들 만도 한데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편견 때문인 것 같아요. 내 곡은 꼭 내가 작사, 작곡을 해야 한다는 편견.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모르겠어요. 사실 곡을 남에게 받아도 되는데, 그런다고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게 아닌데┈. 생각해보면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못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마음속에 있는 얘기들. 이런 걸 노래로 만들면 덜 지질해져요. 그런 작업이 참 재미있어요. 작사, 작곡을 놓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하면서도 어떤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것도 무척 재미있고요. 보통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입히는 편인가요? 동시에 할 때도 있어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보셨어요? 프레디 머큐리가 농장 같은 데 가서 혼자 피아노를 치며 ‘Mama, Just Killed A Man’을 내뱉고 놀라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죠. 가끔. 근데 거기서 끝날 때도 있긴 해요.(웃음) 아 ‘내가 미쳤다’ 싶은 순간인가요? 그렇죠. 저만 좋은 걸 수도 있는데, 가끔 제가 저를 울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위로를 받죠.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저도 모르게 확 튀어나온 거죠. 상처받은 기억이나 하고 싶었던 안 좋은 말? 평소에 못하는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놀라는 경우가 있어요.
2020년이 거의 끝나가네요. 자이로의 2020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욕?(웃음). 2020년엔 많이 우울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많았고 혼란스러웠죠. 그래서 저를 비울 수 있었어요. 2021년은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해요. 올해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이 성장한 한 해예요. 그렇다면 내년에는 무엇을 꿈꾸나요?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야외에서. 팬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이게 꿈이 될 줄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