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 뒤에 숨겨둔 소녀 같은 순수함.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진 조이그라이슨과 문가영의 빛나는 순간들.
당당함 뒤에 숨겨둔 소녀 같은 순수함.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진 조이그라이슨과 문가영의 빛나는 순간들.
당신이 있었던 시간, 이제는 당신이 없는 이곳.
과거에 대한 오해로 웅크린 채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조제’와 그런 조제가 사는 세상의 문을 느리고 조심스럽게 열어주는 ‘영석’. 영화 <조제>는 각자의 세계에서 사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담는다. 꽃잎이 지는 건 꽃이 죽는 것이기도 하지만 봄이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것처럼 조제와 영석이 나누는 사랑의 끝은 쓸쓸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든 불쑥 등장하고 마는 기억으로 남는다. 버려진 것들이 새로운 쓸모를 찾는 조제의 집과 조제가 용기내어 영석을 불러세우는 골목길에서 둘은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간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화양연화의 시간을 문득 떠올리며 생을 잘 살아가고 있을 조제와 영석을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이 연기했다.
시나리오로 처음 만난 조제와 영석의 첫인상이 어땠어요? 한지민 조제는 자신 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세계가 한정적이지 않고 책이나 위스키를 수집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죠. 그런 조제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 세계로 들어가보고 싶었어요. 영석이란 인물은 취업을 앞둔 젊은 청년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조제와 영석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이 현실에 맞닿아 있죠. 남주혁 조제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요. 그 안에서 영석을 만나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며 점점 마음을 열어가죠. 영석은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에요. 그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이 튀어 보이지 않고 일상과 맞닿아 있기를 바랐어요. 조제를 대하는 영석의 마음은 이런 거였어요. 조제의 발에 어떠한 것도 묻히고 싶지 않은 마음.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의 발에 절대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영석을 연기했어요.
조제와 영석은 서로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조제는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고 할 만큼 캐릭터가 독특해요. 반면 영석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인물이죠.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가진 서사가 중요했을 거예요. 한지민 조제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요. 그 일 때문에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죠. 영석을 만나기 전 늘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던 조제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했어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가보지 못한 세계를 마치 가본 것처럼 표현하는 조제의 언어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조제는 언어가 특별한 사람이에요. 표정이나 분위기로 전달해야 하는 부분도많았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대본에 적힌 글 이면의 감정을 어느 부분까지 표현할지 정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요.
김종관 감독님과 극 중인물에 대한 생각의 접점을 쉽게 찾았나요? 한지민 아니요.(웃음) 처음 저와 (남)주혁 씨, 감독님 이렇게 셋이 리딩을 했어요. 그때 각자 생각한 조제가 달랐어요. 맞춰가는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고요. 조제가 삶을 어 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감독님이 생각을 말씀하시면 저는 제 의견을 얘기했어요. 조제는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더 풍부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감독님과 의견을 맞춰갔는데 막상 현장의 공간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또 달랐어요. 공간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조제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또렷하게 정의하기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랬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어요. 남주혁 영석은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다 보니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커요.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떠나 무엇보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한지민 이에 덧붙이자면 그런 영석의 선한 마음 때문에 조제와의 만남이 시작돼요. 영석은 넘어져 있는 조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듯하고 선한 사람이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원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많은 부분이 달라졌겠지만 원작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던 감정선과 반대로 전혀 다른 지점이 뭔지 궁금해요. 한지민 원작을 오래 전에 봤는데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보진 않았어요. 김종관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드러난 조제를 온전히 그려가는 데 집중하려고 했죠. <조제> 편집본을 본 후 원작을 다시 봤어요.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열심히 살아가던 남자 주인공이 어느 날 우연히 조제를 만나고, 점점 가까워지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겪게 된다는 점 정도예요.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는 감정과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선택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 그리고 둘이 만나서 사랑하는 동안 마냥 뜨겁기보다 현실을 생각해야 했던 상황들. 그런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것이 두 영화의 닮은 지점이에요. 반면 원작에 이별하는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면 <조제>는 사랑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담았어요. 남주혁 문득 <조제>와 원작은 색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작이 해뜨기 전 새벽에 볼 수 있는 짙은 파란색이라면 <조제>는 겨울 아침 해 뜰 무렵 추운 가운데 느껴지는 따듯한 색감이 떠오르죠. 차가운 기운이 도는 노란색이요.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건 두 인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케미도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한지민 사실 낯선 사람과 오래도록 눈을 보며 얘기하면 편하지 않잖아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촬영할 때 제가 주혁씨에게 제 눈을 한없이 바라보며 얘기해도 편한 상대가 되기를 바랐어요. 전작에서 이런 작업을 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편안한 관계에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죠. 촬영 초반에는 제가 주혁 씨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조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많이 물어봤고 그때마다 주혁 씨는 솔직하게 답해주었죠.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