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겐조 스웨터 니트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겐조 스웨터 니트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겐조 스웨터 니트

김동준·김재경 옐로 라운드넥 니트 스웨터 겐조(Kenzo).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폴로 랄프 로렌 준지 가니 원피스 레이첼 콕스

김동준 안에 입은 셔츠와 니트 스웨터, 부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데님 팬츠 준지(Juun.J). 김재경 원피스 가니(Ganni), 베스트 드미어(Demere), 반지 밀리터리×아몬즈(Military×Amondz), 신발 레이첼 콕스(Rachel Cox).

 

로맨스, 멜로라는 장르가 예전만큼 많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화 <간이역>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재경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미 본 영화를 또 보기도 하고 새로운 영화를 찾아서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신선한 작품도 많지만 그만큼 자극적인 작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간이역>은 많은 사람이 갈증을 느끼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잔잔한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여백을 준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동준 사랑하는 사람을 오롯이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승‘ 현’(김동준)과 ‘지아’(김재경)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어서 주변 환경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오로지 상대만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승현과 지아는 어떤 인물인가? 재경 일단 지아는 굉장히 열심히 살아온 친구다. 위암이라는 시련을 한 번 겪었고, 모든 걸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 점이 나와 닮기도 했다. 위암이 재발하고 자신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가는 과정에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늘 바쁘게 살아왔고 어느 순간을 계기로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본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지아가 아직까지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오디션 볼 때만 해도 감독님과 제작사 관계자 분들이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연기한 ‘베로니카 박’에 대한 인상이 강했다. 지아와 상반된 캐릭터라 전작의 느낌을 지워내고 싶었다.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자연스레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오디션 때 전해진 것 같다. 할아버지 덕분에 지아를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동준 승현은 어릴 때부터 지아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승현이 제빵사라는 꿈을 꾸고, 제빵사가 된 것도 모두 지아의 영향 때문이다. 단 한 명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나에게도 과연 이런 감성이 있을지 걱정됐다.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은 평온하고 잔잔하지만 사실 이 둘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끝을 알고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그런 상황을 겪는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정해진 끝을 향해 계속 달려가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던 터라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 승현이는 어릴 때부터 “어차피 난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아무렇지 않게 한다. 평생 그런 마음이기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잔잔하게 연기하고 싶었다.

지아는 암 환자고, 승현은 제빵사다.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동준 제빵을 능숙히 해내야 하니까 친한 지인의 빵집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지아로 인해 가진 꿈이기 때문이다. 꿈이 없던 승현에게 지아가 꿈을 심어준 거다. 아마도 내가 연습한 빵집 손님 중 스무 분 정도는 내가 시트지를 바른 케이크를 드셨을 거다.(웃음) 재경 얼마 전 돌아가신 윤지회 작가님의 수기를 읽었다. 그리고 가급적 촬영하는 동안에는 몸에 나쁜걸 먹지 않으려고 식단에도 신경 썼다. 암 환자를 연기하는데 평소에 먹고 싶은 대로 먹다가 촬영하는 건 안 되겠다 싶었다. 식단을 최대한 클린하게 유지했다.

죽음이 가까워진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육체적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재경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내 우울감에 빠질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윤지회 작가님의 SNS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작가님이 종종 몸이 나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올린 것을 보고 소소한 행복을 생각하며 촬영했다. 늘 어두운 감정에 빠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떠올린 셈이다.

작품 속에서 연기하다 보면 그 인물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해보기도 하겠다. 재경 내가 과연 지아와 같은 시련을 겪는다면 이를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그게 가장 두려운 일일 것 같았다. 내가 시련을 겪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지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나하나 헤쳐간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성, 친구, 가족과 아픔을 풀어가는 과정. 동준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시간이 짧다는 점이었다. 생각하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내가 행동하고 표현해야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느라 시간이 소비되어버리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삶의 유한함이 더 가깝게 다가왔겠다. 지나온 시간 중에 아쉬웠던 순간이 문득 떠오른 적은 없나? 동준 주어진 시간을 늘 후회 없이 살아왔다. 돌이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재경 타임머신이 있다 해도 과거나 미래로 가보고 싶지는 않다. 어릴 때부터 늘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하자고 생각하면서 활동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했지? 오히려 좀 덜 열심히 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근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 그때 왜 그렇게 열심히 했지 하고 후회하지 않고 무엇이든 쏟아부어보자는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제는 더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됐구나 싶다.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르메르 준지 톰포드

브라운 브이넥 니트 톱 르메르(Lemaire), 와이드 팬츠 준지(Juun.J), 로퍼 톰 포드(Tom Ford).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레이브 파비아나 필리피 제시 뉴욕 퓨어블랙스튜디오 아몬즈

스웨터 레이브(Raive), 스커트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 신발 제시 뉴욕(Jessi New York), 반지 퓨어블랙스튜디오×아몬즈(Pure Black Studio×Amondz).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토즈 슈트 겐조 끌로디 피에로 아쿠아주라 레이지던 아몬즈

김동준 재킷과 팬츠, 셔츠 모두 토즈(Tod’s). 김재경 카디건 겐조(Kenzo), 원피스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신발 아쿠아주라(Aquazzura), 귀고리 레이지던×아몬즈(Lazy Dawn×Amondz).

김동준 김재경 영화 간이역 로맨스 멜로 폴로 랄프 로렌 준지 가니 원피스 레이첼 콕스

김동준 안에 입은 셔츠와 니트 스웨터, 부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데님 팬츠 준지(Juun.J). 김재경 원피스 가니(Ganni), 베스트 드미어(Demere), 반지 밀리터리×아몬즈(Military×Amondz), 신발 레이첼 콕스(Rachel Cox).

 

오늘 문득 떠오르는 촬영 현장의 기억이 있다면? 재경 굉장히 개인적인 건데,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전원주택에서 사는 거다. 그런데 촬영 장소 중 하나가 그런 꿈의 집이었다. 그런데 벌레가 엄청나더라. 신 하나를 찍고 뒤돌아서면 벌레가 나와 있었다.(웃음) 아! 김부각도 아주 맛있었다. 촬영지가 남원이었는데 남원에서 맛본 김부각은 그 전에 먹어본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준 재미있는 건 이런 작은 것들에서 재미를 찾은 게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점이다. 승현과 지아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처럼 어느 순간 보니 우리도 실제로 그랬다.

영화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면이나 대사는 무엇인가? 재경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누군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작고 사소한 일일 수 있다는 거. 이 대사가 지아의 마음을 잘 말해준다. 동준 지아가 위암 말기여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끝을 알고 살아가는 두 인물이 현재를 가장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선택을 해나간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 있으니까. 어쩌면 이 장면은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현재와도 닮았다. 당연하고 사소했던 일상이 그리운 때이니.

이 영화가 각자에게 던진 질문이 있나? 재경 나는 원래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화도 잘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하고 나서 화가 더 없어졌다. 세상에 어떤 문제도 죽고 사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연연할 필요 없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했다. 그래서 무얼 하든지 더 편하게 임하게 됐다. 동준 내가 그동안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승현이나 지아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하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거다. 반면 현실의 나는 불필요하게 나 스스로를 가두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런 생각 끝에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는가? 동준 물론이다. (재경) 누나와도 그런 얘기를 나눴다. 더운 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너무 행복해하는 우리가 재미있었다. 그동안 사소한 행복을 놓치며 흘려 보낸 시간이 꽤 많았을 텐데, 그런 시간을 돌아보라고 이 작품을 만난 건가 싶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돌이켜봤을 때 이 영화가 어떤 영화로 기억될까? 동준 바쁜 일상을 살며 잊고 지내가다 문득 찾아서 보고 싶어지는 영화. 영화가 잔잔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하다. 언젠가 다시 <간이역>을 보면 지금 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재경 봤지만 계속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같은 장면도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를 통해 내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기 때문이겠지. <간이역>도 내 생각과 가치관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돌아보게끔 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는 유한한 삶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만 기억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재경 나는 기억력이 나쁜 편이다. 어제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 현재에 너무 집중하느라 기억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나간 순간들이 내게 아주 소중할텐데 잊는다는 게 속상했다. 그래서 2021년 목표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는 거다. 기록해야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잊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어딜 다녀오고, 뭘 했고, 누굴 만났는지 이처럼 어떤 ‘일’을 중심으로 기록했다면 이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려고 한다. 2021년의 김재경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싶다.

영화를 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동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롯이 시간을 쏟는 게 아주 소중한 일이라는 것과 일상의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좀 더 이기적으로 행복해도 괜찮다는 것. 타인을 위해 내 행복의 시간을 지체시키지 않고 나의 행복으로 인해 다른 사람도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재경 바쁘게 살다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이 영화는 죽음이 마냥 슬프거나 힘들게만 느껴지지 않으려면 지금의 삶을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삶을 살며 과연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