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 인터뷰 비긴어게인 별보러 가자 르메르 셔츠

셔츠 르메르(Lemair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적재 인터뷰 비긴어게인 별보러 가자 팔라스 바시티 재킷 리바이스 빈티지 컨버스

휘트니 휴스턴의 이름이 새겨진 바시티 재킷 팔라스(Palace), 빈티지 팬츠 리바이스(Levi’s), 슈즈 컨버스(Converse).

적재 인터뷰 비긴어게인 별보러 가자 스투시 리바이스 바스 로퍼

스트라이프 티셔츠 스투시(Stussy), 데님 트러커 재킷과 팬츠 모두 리바이스(Levi’s), 페니 로퍼 바스(Bass).

적재 인터뷰 비긴어게인 별보러 가자 라코스테 니트 아워레가시 백산안경점

스웨터 프레드 페리(Fred Perry), 팬츠 아워레가시(Our Regacy), 손에 든 안경 백산안경점(Hakusan Megane).

적재 인터뷰 비긴어게인 별보러 가자 리바이스 아픽스

코듀로이 트러커 재킷 리바이스(Levi’s), 팬츠 아픽스(Affix),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알아보거나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죠?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여름에 했던 <비긴어게인 코리아>랑 그 이후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나간 뒤부터 알아보는 분이 많아졌어요. 커피 사러 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적재 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하고, 특정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그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보내준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작업실을 옮기려고 부동산 중개 업소를 돌아다녔는데 중개인 아주머니가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부동산 중개인도 알아보는구나’ 싶었어요.

그럴 때마다 어떤 기분이 들어요? 그냥 그렇구나 생각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신기하고 이해되지 않긴 하지만요.

왜 이해가 안 돼요? 제 마음가짐이나 활동 반경은 변한 게 없거든요. 연예인이라는 단어도 아직은 좀 생소하고요. 그냥 친한 동료들과 같이 음악을 하고 앨범을 내온 것뿐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좀 신기한 것 같아요.

적재라는 사람을 알린 게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뮤지션 적재를 알린 건 ‘별 보러 가자’라는 곡일 거예요. 터닝 포인트가 된 곡이죠. ‘별 보러 가자’를 빼놓고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제 커리어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요.

그 곡이 터닝 포인트가 될 거란 기대나 예상을 한 적이 있나요? 전혀요. 2017년에 발매한 음반 <FINE>의 첫 번째 트랙인데, 그땐 워낙 반응이 없어서(웃음) 그런 생각을 못 했죠. 나중에 광고 음악으로 쓰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한 곡이긴 했어요. 그 음반에서 가장 덜 우울한 곡이고, 처음으로 써본 사랑에 관한 예쁜 노래거든요. 당시에 몇 개의 음반을 내면서 기타 치는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음악이라고 했을 때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틀에서 좀 벗어나고 싶기도 했는데, 그에 맞는 곡이기도 했고요.

보통 특정한 곡으로 이름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이 그 곡으로 스타일을 규정할 때가 있잖아요. ‘별 보러 가자’로 인해 음악 세계가 규정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음악 스타일은 제 스스로 규정짓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보다 제 곡이 유명해지는 것 자체에 기쁜 마음이 커요. 제가 만든 노래가 유명해지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곡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2012년쯤이었어요. 그전까진 기타 세션으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었는데, 옆에서 보다 보니 직접 곡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하잖아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해보니까 어땠나요? 연주자와 싱어송라이터는 음악이라는 세계 안에서 비슷해 보일 때도 있고,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세션은 만들어져 있는 음악을 꾸며주는 역할이니까 연주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되거든요. 정확하게 연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그런데 직접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할 땐 제 생각과 감정에 의존하게 돼요. 세션은 이성의 영역, 싱어송라이터는 감성의 영역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요.

곡을 만들 때 사운드와 이야기 중 어떤 것이 먼저일 때가 많아요? 저는 이야기를 먼저 생각해요. 주로 겪었던 일들이나,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둔 메모에서 시작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소설을 쓰는 기분으로 직접 경험한 것 밖의 이야기도 써보려고 해요.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면서 지키는 나만의 원칙이 있나요? 언제부턴가 가사를 보면서 ‘나’ 혹은 ‘너’라는 단어가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게 되는데, 그 단어들이 가사에서 불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빼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나’나 ‘너’를 빼도 이야기는 되고 오히려 더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이 되는 것 같아요. 또 멜로디를 붙였을 때 어떻게 들릴지도 많이 고민 하고요.

이야기 못지않게 적재의 음악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게 있다면, 기타 파트일 거예요. 대부분의 곡에서 유독 기타 파트의 난도가 높은 편인데요, 아무래도 자신 있는 분야다 보니 작업 과정에서 기타 난도는 차치하게 되는 걸까요?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긴 해요. 곡을 쓸 때 내 장점이 무엇일지, 그걸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데, 그게 결국 기타더라고요. 가능하면 코드만 치기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듣기 좋게 녹이려는 생각을 하죠.

기타 세션을 따로 둔 적은 없었나요? 네.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언젠가 몇 분의 기타리스트와 협업해서 각자의 연주를 넣은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해외에는 그런 곡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 곡을 제외하고는 앞으로도 기타는 제가 직접 연주할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어떤 바람을 품고 있었나요? 그중 이미 이룬 것도 있나요? 제가 만든 음악으로 꾸준히 오래 활동 하는 게 저한테는 가장 궁극적인 꿈이긴 했어요. 물론 기타 세션도 무척 재미있고,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세션은 비교적 교체되는 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늘 기타 연주를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싱어송라이터가 된 이후 최소한 그런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어요. 음악은 죽기 전까지 계속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면에서 보면 이미 바람을 다 이룬 것 같기도 해요. 이를 계속 이어나가는 건 제 몫이겠죠.

그럼 이제 새로운 바람을 가져본다면요? 뮤지션으로서 올해 꼭 이뤄졌으면 하는 일이 있나요? 진부한 대답이겠지만, 어느샌가 희귀한 것이 된 공연을 보고 싶고 하고 싶어요. 꼭 바라는 일이긴 한데, 가능할진 모르겠네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거 말고는 바라는 게 별로 없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나?(웃음)

다음 음반에 대한 계획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생활을 할 때도, 음악을 할 때도 명확한 목표나 계획을 두지 않아요. 목표를 설정해두고 이루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같은 게 너무 싫어서 그냥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게 음악 작업에도 적용되어 작업 시간도 꽤 오래 걸리는 것 같고요.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뭐 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갈팡질팡하다 보니 오래 걸리는 거죠. 그래서 아직은 언제 어떤 음악이 나올 거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꾸준하게 음악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아요. 근데 또 모르죠, 어떻게 될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