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오 런온 멸망
셔츠, 수트, 슈즈 모두 오프화이트(Off-White™).
강태오 런온 멸망
재킷과 팬츠 펜디(Fendi),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깨 위 식물은 플랜트 소사이어티 1(Plant Society 1).
강태오 런온 멸망
니트 톱과 팬츠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슈즈 컨버스(Converse).
강태오 런온 멸망
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재킷과 팬츠 렉토(Recto), 슈즈 토즈(Tod’s), 손에 든 식물은 플랜트 소사이어티 1(Plant
Society 1).
강태오 런온 멸망
셔츠, 트렌치코트, 팬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요즘 새 드라마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를 한창 촬영 중이겠네요. <런 온> 촬영을 마치고 올해 초쯤 <멸망>에 합류했어요. 두 작품이 거의 겹치다시피 이어져 쉴 시간이 많지 않았죠. 그런데 저는 딱히 휴식이 필요한 편은 아니에요. 작품 하나를 마무리하고 쉬다 보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멸망>은 1백 일만 살 수 있는 ‘탁동경’과 ‘멸망’이라 불리는 특별한 존재의 판타지 로맨스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맡은 ‘이현규’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현규는 고등학생 시절의 첫사랑인 ‘나지나’에게서 도망치듯 유학길에 오르는 인물이에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지나와 재회하며 성장통을 겪게 되고요. 사랑에 서툰 현규에 대해 알아가며 ‘나라면 안 그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현규에게 최대한 많이 공감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그와 비슷한 나이에 경험한 첫사랑을 떠올려보기도 했죠.

<런 온>의 ‘이영화’를 떠나보내고 현규를 연기하는 중이에요. 현규에게 영화와 닮은 점이 있나요? 현규의 살가운 성격은 영화와 많이 닮았어요. <멸망> 촬영 초반에 현규가 환하게 미소 짓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영화처럼 씩 웃으라고 하셔서 오케이가 난 적도 있어요. 두 인물이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연히 달라요. 먼저 영화는 미술이라는 커리어와 ‘서단아’를 향한 사랑 중에서 사랑을 선택해요. 미술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단아를 위한 그림을 그리잖아요. 반면 현규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떠나요. 그 이후 현규가 후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되죠.

현규와 지나는 어떤 케미스트리를 보여줄까요? <런 온>의 영화와 단아는 서로 다른 삶을 살다가 점차 알아가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현규와 지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며 지나온 시간의 간극을 실감하게 돼요. 그 차이를 인지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많아요. 아마 <런 온>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싶어요.

판타지 요소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판타지 드라마가 있나요? <멸망>과는 결이 다르지만 <왕좌의 게임>이요.(웃음) 사실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끝까지 본 드라마가 <추노>예요. 일주일 가까이 다음 화를 기다리거나 몰아 보다가 중간에 ‘스포’를 당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잘 챙겨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반면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봐요.

최근엔 어떤 영화를 봤어요? <런 온> 작가님이 추천해주셔서 <메종 드 히미코>를 봤어요. 동성애자를 위한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히미코’와 그가 오래전에 버린 딸 ‘사오리’의 이야기를 그려요. 이 영화처럼 잔잔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 안에 담긴 세세한 감정선을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을 살펴보니 청춘의 모습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본인이 청춘을 어떻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청춘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앞으로도 쭉 청춘으로 살아가길 바라요. 보통 20대를 청춘의 시기라고 하는데, 20대 후반인 지금 돌이켜보면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긴 해요. 나중에 시국이 괜찮아지면 제대로 여행 한번 가고 싶어요.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국내든 해외든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이요. 바다를 찾아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바다 냄새도 파도 소리도 너무 좋거든요. 그리고 수심이 깊은 바다, 타오르는 불꽃, 아주 큰 바위 등의 자연경관을 보면 긍정적인 의미로 이상한 감정이 들어요.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고요.

스트레스를 자주 느끼는 편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저도 모르는 긴장감이 저를 잡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끔씩 목 주변이나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마음은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하루 중 자신을 위해 꼭 가지려고 하는 시간이 있나요? 영양제 먹는 시간이요. 가족이나 지인들이 영양제를 챙겨주는데, 하루이틀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하고 가끔 귀찮을 때도 있더라고요. 최근에 건강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느껴 주기적으로 먹으려고 해요. <런 온> 막바지 촬영을 할 때는 종합비타민부터 흑마늘 진액까지 먹어봤어요. 진짜 괜찮더라고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고 알고 있어요. 오래전에 그리던 배우의 모습과 실제 모습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요? 배우의 꿈을 키워가며 상상한 장면은 딱 하나였어요. 멋있게 수트를 차려입고 레드카펫에 오르는 것. 그 꿈을 현실에서 이뤘을 때 기분이 참 묘했어요. 너무 긴장되어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한 0.1초 정도 즐긴 것 같아요.(웃음)

8년째 연기하며 어느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한국과 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의 현장이요. 각자의 언어로 번역된 대본으로 촬영을 준비하면 더빙을 거쳐 방송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베트남 배우들은 베트남어로 연기하니 대사 중간에 치고 들어가야 할 때 타이밍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들끼리 미리 수신호를 정해놓기도 했어요. 색다르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연기를 하며 작품 속 인물들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나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작품 속 인물이 제게 영향을 끼치죠. 제가 연기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공감이에요. 작품 속 여러 감정에 공감할 수 있어야 보는 사람들에게 진심이 느껴질 테니까요. 그래서 평소 보고 느낀 것들을 연기에 활용하려고 해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어떤 감정이 느껴질 때 기억해놓으려고 하는 식으로요.

2019년 가을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인정할 만한 부분’으로 ‘꾸준함’을 꼽았어요. 지금 이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같은 대답을 하고 싶나요? 맞아요. 언제나 그랬듯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더 많은 경력이 쌓이더라도 지금처럼 노력할 거예요.

꾸준함을 이어갈 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연기의 결과물이요. 모든 일이 그렇듯 예전에 연기한 영상들을 보면 늘 아쉬움이 남아요. 그 아쉬움이 크면 저 자신을 채찍질하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힘을 얻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가진 가장 큰 목표가 궁금해요. 음… 사실 큰 목표는 없어요.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차근차근 걸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이만큼 왔구나’ 하고 흐뭇해하는 편이거든요. 그때마다 하고 있는 작품을 잘 끝내는 것이 그동안 제가 가진 목표였어요. 지금 그 목표의 대상은 <멸망>이에요.

내일 <멸망> 촬영이 있다고 들었어요. 촬영 전날에는 웬만하면 집에 머무는데, 오늘은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있어 나왔어요. 집에 가면 메이크업 지우고 샤워하고 밥 한 끼 먹을 거예요. 내일 촬영할 대본도 보고요. 그러다가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