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운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윤두준 셔츠 셀린느 바이 육스(CelinebyYOOX), 팬츠 렉토(Recto), 슈즈 프라다(Prada). 양요섭 재킷과 팬츠,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BottegaVeneta). 이기광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Veneta), 슈즈 벨루티(Berluti).

폴로셔츠 렉토(Recto), 진주 목걸이 먼데이에디션(Monday Edition), 비즈 팔찌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슬리브리스 톱 렉토(Recto), 팬츠 르메르(Lemaire), 네크리스 디올(Dior), 슈즈 프라다(Prada).

셔츠와 팬츠 모두 펜디(Fendi), 슈즈 프라다(Prada).

재킷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새 음반 <The Blowing>으로 3년 7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어요. 양요섭 햇수로 4년 만이니까 아주 오랜만이죠. 윤두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체감상 군대에 있던 시간은 없어진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보통 군대에 있던 기간이 가장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아요? 윤두 군대 안에 있을 때는 길게 느껴졌죠.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라서 그런지 지나고 나니 시간이 굉장히 압축된 것 같아요. 그래서 3년 7개월이라고 해도 그렇게 오래됐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죠.

모두 군대에 다녀온 후 30대가 되어 내는 첫 음반이에요. 데뷔 때와 다른 의미의 떨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양요섭 그렇죠. 오히려 데뷔할 때보다 지금이 더 설레고 긴장도 많이 돼요. 이전에 낸 성적이 있고, 팬들이 갖는 기대치도 있을 테고, 그러다 보니 모든 걸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 저뿐 아니라 모든 멤버가 다 커요. 오랜만이라 설레는 것도 있지만, 보다 신중하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많기도 해요. 이기광 데뷔할 땐 스무 살, 스물한 살의 사회 초년생이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노래와 춤 연습만 열심히 하다가 회사의 계획대로 데뷔한 거죠. 지금은 나이도 좀 들었고,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도 있고, 또 한 회사의 대표라는 직책도 생겼어요. 이런 상황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제는 어딘가에 이끌려 가기보다 주체적으로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그걸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어떤 음반보다 기획 단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으로 예상돼요. 이기광 가장 큰 건 기존 음악 성향을 계속 유지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느냐 하는 부분이었어요. 이 점 때문에 타이틀곡을 정할 때 고민이 무척 많았어요. 결국 처음 시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방향성은 새로운 곡으로 정했어요. 양요섭 그렇게 타이틀곡을 정하고 나서 음반의 컨셉트를 구체화했어요. 곡명 ‘불어온다’에서 착안해 음반을 바람과 관련이 있는 단어 breeze, wind, gust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어요.

타이틀곡 ‘불어온다’의 작곡과 작사에 기광 씨가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이기광 컴백을 5월 초로 예정하고 있던 터라 따뜻한 봄날의 기운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디엄 템포의 신스팝으로 곡 작업을 했어요. 가사는 겨울이 가면 자연스레 봄이 오고, 봄바람이 불듯이 떠났던 사람이 나에게 돌아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인데,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양요섭 슬리브리스 톱 렉토(Recto), 팬츠 르메르(Lemaire), 네크리스 디올(Dior), 슈즈 프라다(Prada). 이기광 폴로셔츠 렉토(Recto), 진주 목걸이 먼데이에디션(Monday Edition), 비즈 팔찌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손동운 카디건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윤두준 재킷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렇게 준비해서 컴백하는 과정 자체가 오랜만이잖아요. 보통은 한두 달만 쉬어도 일을 시작하는 데 버퍼링이 걸리기 마련이거든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나요? 윤두준 녹음하고 연습하는 건 수없이 해왔던 일이라 괜찮았어요. 그런데 쉬는 동안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에 적응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유튜브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아직은 신선해하면서 적응하는 중이에요. ‘이런 시스템도 있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배우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에 비해 아이돌이 소화해야 하는 콘텐츠의 종류가 많긴 하죠. 동시에 음악적 완성도나 퍼포먼스의 수준도 높아야 하고요. 양요 사실 저희가 후배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선배로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동료로서 서로를 바라보며 같이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윤두준 영향을 받기도 하고, 더불어 우리도 뭔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요. 이기광 요즘 국내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을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비주얼이나 무대, 노래, 그 외 콘텐츠까지 빠지는 게 없어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K-팝이 주목받지 않나 싶어요.

만약 지금 다시 데뷔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윤두준 데뷔 당시 모습으로요?(웃음) 양요섭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데요. 윤두준 지금과 우리가 활동할 때의 공통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 지금은 그때와 환경이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한 95%는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때의 모습이라면 저희는 데뷔 자체를 못 했죠. 문전박대.(웃음) 이기광 그때는 누구나 데뷔 초에는 흑역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흑역사 자체가 없어요. 손동운 그러니까! 우리는 ‘Fiction’ 전까지 다 흑역사인데. 윤두준 그 정돈 아니야, 괜찮아. 이기광 (웃음) 어쨌든 우리가 데뷔한 때와는 시대가 다르다고 할 만큼 K-팝이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한 것 같아요. 손동운 그런 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더 궁금하기도 해요.

그때와 지금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에 대한 감흥이 있나요? 어느덧 13년 차인데요. 손동운 누가 13년 차라고 얘기하면, 벌써? 하는 느낌이 먼저 들어요. 윤두준 오히려 7, 8년 차 때 오래 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시간에 대한 감흥이 크게 없어요.

13년 차라는 사실이 든든한 커리어로 느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중압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윤두준 아무래도 연예인 중에서도 아이돌 가수잖아요. 13년 차라는 사실이 이 시장에서 어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축이 되긴 어려워요. 주류가 아니라는 자격지심 때문일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저는 부담감이나 걱정이 많아요. 트렌드의 최전선과 우리가 머무는 곳의 간극을 좁히는 게 숙제고요. 그럼에도 우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점의 순간을 경험한 이들이 트렌드에서 멀어졌다고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꽤 덤덤하게 얘기하니 놀라워요. 이기광 쉽지 않죠. 그렇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 변화를 너무 힘들게만 느끼지는 않아요.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기도 하니까요. 동운 사실 저는 덤덤한 척하는 거예요. 연연할 때도 있어요.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최대한 내려놓으려고 하는 거죠. 안 될 거라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내고, 결과는 우리의 물리적인 노력에서 벗어나는 거잖아요. 그때부턴 연연하지 않으려는 거죠. 그 에너지를 아껴서 다음 음반에 쏟는 게 더 건강한 방식이란 걸 깨달았어요.

연륜이 느껴지는 대답이네요. 손동운 아니에요. 이러고 집에서는 차트 계속 보고.(웃음) 양요섭 물 떠다놓고 기도하고. 윤두준 어머니가 성당 가시고. 다 하잖아.

‘오랜 세월 함께하면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이라이트 역시 그런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양요섭 저희끼리 마피아 게임을 못 해요. 손동운 정말 눈만 봐도 알거든요. 말투, 습관, 버릇 다요. 윤두준 스무 살 무렵부터 같이 지냈으니까 가족을 제외하곤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거죠.

서로 다른 네 사람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으로 이어갈 수 있는 데는 어떤 힘이 작용한 거라고 생각하나요? 손동운 배려죠. 개인의 성향을 서로 잘 아니까 이해하고 배려하면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양요섭 4명 모두 감정을 숨기지 않아요. 참아서 일을 더 키우는 편이 아니죠. 중요한 건 말을 예쁘게 하려는 태도예요. 듣는 사람이 상대가 나를 배려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을 정제해서 하는 거죠. 그 외엔 사소한 것도 의견을 나누고, 받은 게 있으면 그만큼 돌려주려고 하고, 그러면서 지내온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지금의 하이라이트를 만든 가장 선명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손동운 이전 회사를 나와 새로운 곳에 정착할 때까지 겪은 시간이요. 그때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힘든 시간이었죠. 작은 배를 타고 큰 파도를 맞닥뜨린 선원들 같은 느낌이었어요. 윤두준 그땐 소속 회사가 없었으니까 스케줄도 당연히 없었어요. 4개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얘기하길 반복했는데, 그 시간이 되게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다 같이 모여 계속 얘기했어요. 동운 다른 회사를 가는 방법도 있었고, 회사를 만드는 방법도 있었는데 무엇을 선택하건 팀을 유지하자는 데는 흔들림이 없었어요. 그 마음이 맞아서 지금까지 온 거라고 생각해요.

절정의 순간도, 파도 앞에서 한없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던 하이라이트가 맞이하길 바라는 새로운 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양요섭 저는 지금이 영광의 순간인 것 같아요. 음반을 낼 수 있고, 이 음반을 기다리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만했죠. 제가 가수고, 팀이 있으니까 음반을 내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사실은 이게 무척 감사한 일이잖아요.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음원 차트 꼭대기에 오르는 것도 영광의 순간이지만, 요즘 생각하기에 가장 큰 영광은 계속 음반을 내고, 노래를 하고, 멤버들이랑 함께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기광 앞으로도 당연히 우리가 잘되길 바라고, 그러지 않으면 속상하겠죠. 그런데 멤버들과 같이 하니까 잘 안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멤버들이랑 같이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괜찮아, 잘될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손동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음반 역시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으니 이걸로 이미 바라는 순간을 맞이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