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와 넥타이, 쇼츠, 슈즈, 삭스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음반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건네는 인사 정도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 같아요.

다만 머물러 있고 싶진 않아요.
저는 계속 성장하려 애쓰는 사람을
볼 때 멋있다고 느끼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재킷과 셔츠, 스카프, 팬츠, 슈즈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이어링과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외적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일 것 같아요. 새로운 회사에 정착했고, 첫 솔로 음반을 냈어요. 필연적인 변화는 있었죠. 다만 억지로 변화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회사를 옮길 때 주변에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줬고,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고민하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맞이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했다는 건, 나를 살피는 시간이 많았다는 말로도 들려요. 맞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지금도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고요. 새로운 음악이나 춤을 듣고 보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도 살피고, 나에게 대입해보기도 해요.

유겸이라는 이름으로 내는 첫 음반이에요. 리스너들의 상상 혹은 기대를 충족하려 했나요, 아니면 오히려 반전을 주려 했나요? 둘 다 아니에요. 뭔가를 충족해야겠다는 생각도, 아예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어요. 일단 내가 재미있게 작업해야 한다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리고 다음은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려 했고요. AOMG 아티스트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신의 색이 명확하잖아요. 전 그게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내 안에서 나만의 색을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즐겁게.

즐겁게 작업한다는 건 어떤 방식을 말하는 건가요? 특별한 방식이 있다기보다는 음악 작업 자체를 즐기는 거죠. 제가 평소 즐기는 취미가 없어요. 작업실에서 음악 만드는 게 제겐 일이자 취미예요. 어떨 땐 작업하는 게 힐링의 시간이라고 느끼기도 해요. 게다가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할 기회가 생겼으니, 배우는 즐거움도 커요. 태권도나 롤러브레이드, 자전거를 배울 때도 안 되던 게 되고, 실력이 늘고 있다고 느낄 때 제일 재미있잖아요. 요즘 그 재미에 빠져 있어요.

음반을 만들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나요? 제 목소리를 다양하게 쓰려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팀으로 활동할 때는 고음 위주의 파트를 맡았는데, 이제는 한 곡을 온전히 제 소리로 이끌어가야 하니까 여러 톤이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아예 다른 톤을 내보기도 하고, 저음을 내는 연습도 했어요. 이제 저음에서도 조금씩 단단한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린 재킷과 블랙 니트 톱, 브레이슬릿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수트 셋업과 안에 입은 브이넥 니트 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셔츠 모두 디올(Dior),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와 오렌지 재킷, 안에 입은 프린트 톱 모두 디올(Dior), 슈즈 릭 오웬스 × 컨버스(Rick Owens × Converse).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반 제목이 <Point Of View: U>예요. 어떤 의미를 담은 건가요? 전체적으로 사랑 노래로 채워져 있어요. 사랑에 빠지면 어떤 곳을 가고 어떤 물건을 봐도 상대방을 대입해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런 마음을 담은 곡들로 구성한 음반이에요. 그래서 ‘Point Of View: U’, 너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라고 지은 거죠.

EP치고는 많은, 7개의 트랙으로 구성했어요. 두세 곡만 골라 싱글 앨범으로 연이어 발표할 수도, 몇 곡을 더 채워서 정규 앨범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식의 고민의 여지가 많았을 것 같아요. 고민을 하긴 했죠. 그런데 음반의 형태나 곡 수보다 주제에 맞는 곡을 모아 하나로 묶는게 더 중요했어요. 그간 작업한 곡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계속 들으면서 비슷한 감정이 담긴 것만 골라보니 딱 일곱 곡이더라고요. 그렇게 결정한 후론 다른 여지를 두지 않고 ‘Point Of View: U’라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어요.

피처링 라인업이 화려하던데요. 박재범부터 그레이, 로꼬, 펀치넬로, 드비타까지, AOMG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한 게 눈에 띄어요. 한 곡, 한 곡 작업하면서 각각의 아티스트에게 배우는 게 많았어요. 재범이 형은 제 노래의 디렉팅을 맡아줬고, 그레이 형도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피드백을 해줬어요. 단순히 제 음반에 참여해준 것 이상으로 받은 게 커요. 제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음반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이전 활동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나요? 글쎄요.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이번 음반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건네는 인사 정도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 같아요. 다만 머물러 있고 싶진 않아요. 저는 계속 성장하려 애쓰는 사람을 볼 때 멋있다고 느끼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유겸이라는 이름 앞이나 뒤에 따르는 말이 무엇이기를 바라나요? 그건 듣는 사람의 자유예요. 제가 어떤 수식을 바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들에게 그런 틀을 만들어주고 싶지도 않아요. 편하게 듣고 즐기고 마음대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순위에 대한 기대도 있어요? 거짓말 아니고, 조금도 안 해요. 제 음악을 하는 것 자체로 너무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스코어 같은 건 한 번도 생각지 않았어요. 그냥 겉치레로 하는 말이라 의심할 수도 있는데, 진심이에요.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가능한 거죠?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긍정적인 편이라 그런가? 이번 음반이 만족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일단 지금은 모든 게 다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