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원피스와 볼드한 진주 네크리스 모두 렉토(Recto).

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원피스 민주킴(MINJUKIM), 베이스볼 캡 아밤아파트멍(Avam Appartement), 링과 이어링은 모두 페페쥬(Pepe Zoo), 워커 닥터마틴(Dr. Martens).

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슬리브리스 톱 듀이듀이(Dew E Dew E), 링 페페쥬(Pepe Zoo).

 

드라마 <로스쿨>이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이 어때요? 사전 제작 드라마였고 지금은 새로운 작품을 촬영하고 있으니까 ‘솔이’를 진작에 떠나보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방송은 계속 되고 있으니까 새록새록 솔이 생각이 나요.

이제야 이별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좀 슬펐어요. 종영을 앞두어 그런지 방송을 보고 나서 마음이 허했어요. 왜 영화에서 보면 눈앞에 있는 존재가 모래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솔이가 제 안에서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 때마침 감독님이 다음 날 ‘잘 지내니?’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셨어요. 너무 허하다고, 솔이가 내 안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감독님이 ‘그건 좀 슬프네’ 하시더라고요. 새로운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은 게 아니었어요. 이제야 비로소 솔이가 떠나가는 기분이에요.

이 작품으로 좋은 평을 듣고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어요. 방영 중에 시청자 반응을 찾아 보기도 했어요? 그럼요. ‘드라마 로스쿨’ 하고 검색해 리뷰 보고, 그냥 류혜영도 쳐보고.(웃음)

그중 마음에 안정을 주는 리뷰는 무엇이었어요? ‘류혜영이 나와서 봤는데 역시나 좋다’는 말이요. 배우로 사는 동안 늘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저도 제가 좋은 작품을 하길 바라요.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긴 편이고요. 그걸 알아봐주신 것 같아서 유독 그 댓글이 좋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의 격려 속에서 배우 류혜영이 ‘강솔A’로 살며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정말 좋은 캐릭터죠.

솔이의 어떤 면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던가요? 돌아보면 솔이는 지금까지 제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용감한 사람이에요. 아주 솔직한 친구잖아요. 앞뒤가 다르지 않고, 올곧게 정의를 외치는 무해한 인물인데 현실에서 솔이처럼 살기에 세상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고 위험하거든요. 한결같이 절대선을 외치며 사는 솔이를 연기하며 저도 더더욱 선을 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한편으로 의문도 들었을 것 같아요. 조금의 계산 없이 오직 정의만을 위해 돌진하는 게 가능할까 하고요. 희귀한 용기잖아요.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바라거나 되고 싶은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리 만족을 줄 수도 있고요. 희귀한 용기를 가진 인물이면서도 어리바리하고 부족한 면도 있잖아요. 그 점에서 저는 이입이 잘됐던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되고 저도 용기를 얻고요.

가장 마음에 남는, 혹은 오래도록 기억할 장면이 있나요? 마지막 장면이요. 몇 년 뒤에 법조인이 되어 당당하게 교수님과 걸어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장면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아요. ‘몇 년 후’ 하고 걷는 장면인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솔이도, 저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이는 이렇게 멋진 법조인이 되었구나.’ 솔이가 멋있어져서 좋았어요.

 

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체크 재킷 잉크(EENK), 데님 팬츠 로우클래식(Low Classic), 이어링 렉토(Recto), 진주 네크리스 헤이(Hei), 링 페페쥬(Pepe Zoo).

로스쿨 강솔A 류혜영 인터뷰

화이트 원피스 민주킴(MINJUKIM), 링과 이어링 페페쥬(Pepe Zoo), 메리제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 작품을 찍기 전까지 공백기가 꽤 길었어요. 작품을 하지 않는 시간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본인에게는 작품과 작품 사이의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에요. 연기하는 사람이지만 연기하지 않는 시간이 제 인생에서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간들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품고 있고요. 생활인 류혜영의 시간이 연기하는 류혜영의 시간보다 훨씬 길 테니까 일상을 잘 보내야 해요.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연기하는 시간은 요만큼인데 생활인으로 방만하게 산 시간이 너무 길면 후회할 거 같아요. 생활인 류혜영이 망나니라면 분명 연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거든요. 다 연결되니까.

다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일상을 허투루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맞아요. 너무 어려워요. 어려워서 머리로는 아는데 몸으로 실행은 잘 안 되죠. 내게 중요하고 도움이 될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늘 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순간의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선택하게 돼요.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본다거나.(웃음) 저도 인간이라 나약해서.(웃음) 그럼에도 스스로 계속 다짐하고 다잡아요. 오늘을 그냥 보냈다면 그다음 날에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거나.

류혜영이 배우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 체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뭘 계속 연마하고 싶어요? 연기는 모두 나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단단한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흔들릴 때가 많고, 단단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늘 제가 다짐하는 건 단단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배우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단단한 중심이 있는 사람,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거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일전의 인터뷰들을 찾아 보며 현장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곳에서 사람들과의 만남도 귀하게 생각하는 듯하고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며 인간 류혜영으로 배우고 얻는 것들이 있지요? 저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스태프들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품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과정도 무척 소중해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람은 절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배워요. 각 분야의 모든 사람이 총력을 다해 작업하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느 한 분야도 더 귀하고 덜 귀한 건 없다는 걸 배워요. 모두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때론 바라보면서 겸손과 열정을 되새겨요. 아, 이 부분에 특히 제가 과몰입을 해서.(웃음)

이전에 저와 인터뷰할 때 “이제는 다른 종류의 판단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뿐 아니라 내 삶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하죠. 삶이 안정되고 깊어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연기로 표현될 테니”라는 말을 한 적 있어요. 그 말이 두고두고 참 좋더라고요. 그 생각에서 얼마나 변화했는지 궁금해요. 그 말을 한 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시간만큼 제 삶은 깊어지고 안정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삶을 위해서 고민하고 변화하길 희망하고 시도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삶이 제게 완벽히 맞는 삶인지는 평생 모를 수도 있겠지만요. 좋은 삶을 추구하는 마음은 변치 않고 싶어요.

배우 류혜영에게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이에요? 오늘보다 나아지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발전하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런 거 같아요. 제게 좋은 삶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