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마린풍 화이트 원피스 더센토르(The Centaur).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핑크 터틀넥 니트와 버건디 파자마 코트 모두 미우미우(MIUMIU).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공개를 앞두고 있죠? 예고편을 봤는데 장르적으로 새로운 선택을 했어요. 맞아요. 사극도 했지만 지금까지 현실적인 작품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판타지 요소가 많아서 새롭게 다가왔어요. 판타지 동화 같은 분위기에 끌린 것 같아요.

평소에도 판타지물에 관심이 있었어요? 저는 제가 해리 포터 세대라고 자부하거든요. 극장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다 봤고, 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성장했어요. 판타지물을 좋아하지만 제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우리 드라마에 직접 마법을 부리는 장면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맡게 된 ‘진’이라는 캐릭터 역시 꿋꿋하고 당차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배우로서 이전 캐릭터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혼자서 작품을 선택해온 건 아니지만, 나는 왜 이런 캐릭터를 꾸준히 하게 되는 걸까 고민해보기도 해요. 성장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의 끝에는 스스로 변화하거나 혹은 주변을 변화시키거나 상황을 바꾸는 역할에 매력을 느껴요. 극 초반의 캐릭터가 극이 마칠 때까지 유지되는 것보다는 마지막에는 어딘가 변화하는 역할이 좋은 거 같아요. 저 역시 제 역할들처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잘 헤쳐나가길 바라고요. 삶은 때로 척박하고 가끔 우리를 숨 막히게 하지만 그럼에도 이겨내기를 바라는 소망이 작품을 선택할 때 반영되는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과 어떤 이야기와 감상을 나누고 싶나요? 작품 후반부에 ‘희라’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행복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인생은 길고, 나중에 그때 그 일이 없었으면 지금 이런 행복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거야.’ 이런 유의 대사가 있는데 그 말이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오직 나만의 관점으로 어떤 일을 봤을 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타인이나 상황에 따라 그 행복이 다르게 해석되거나 변화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모두 힘든 상황이고, 특히 20대는 눈앞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잖아요. 뭘 하나 하려고 해도 ‘지금 해도 될까, 안 하면 후회하는 거 아닐까’ 하고 망설여지고요. 인생을 오래 살아보지 않아서 자기 인생을 길고 넓게 보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 드라마가 그 관점을 조금씩 넓혀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어요.

인물과 이야기 속에서 성장하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시기에 따라 변화했을 것 같아요.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이유 역시 변화하고 성장함을 느끼나요? 가장 많이 변화한 생각 중 하나는, 사실 10대 시절에는 연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어요. 다른 일을 하고 싶기도 했는데 문제는 그 다른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럼에도 연기는 늘 힘껏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는 아마 제가 죄책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내가 이렇게 기회를 가져도 될까?’ 하는 마음이요. 그 사람들도 제 작품을 볼 거 아니에요. 누군가 봤을 때 ‘아,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그게 더 옥죄었던 거죠. 당시에는 할 때마다 힘들고, 어렵고, 잘하고 있는지도 몰랐고요. 한데 스무 살이 되면서 그 강박으로부터 차츰 벗어나 조금 편해졌어요.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옐로 드레스 세실리에 반센 바이 무이(Cecilie Bahnsen by MUE).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데님 롱 원피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남지현

화이트 원피스 세실리에 반센 바이 매치스패션(Cecilie Bahnsen by MATCHESFASHION), 화이트 스니커즈 케즈(Keds).

계기가 있었나요? 계기보다는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내가 이렇게 기회를 얻게 된 건 엄청나게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요. 대신 나에게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재미있게 하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든다고 마음을 바꾼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음, 되게 단순해요.(웃음) 열심히 일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 즐겁게 일하게 만들어요. 제가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거든요. 졸업하기 전까지 내내 학업과 일을 병행했으니까 처음으로 빈 하루를 맛본 거예요. 하루를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거죠. 아무것도 안 하며 텅 비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계획들로 넘치게 채울 수도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졸업할 때만 해도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어요.

좋아하는 것들로만 하루를 꽉 채우면 보통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요? 우선 고양이 돌보느라 하루가 다 가요.(웃음) 화장실 치우는 것부터 밥 챙겨주고, 털이 많이 빠지니까 청소를 자주 해야 해요. 오래 버텨야 이틀이에요. 근데 이건 기본 루틴이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자기 전에 유튜브에서 요리 영상 보면서 ‘내일 이거 해봐야겠다’ 하면서 잠들고. 다음 날 점심, 저녁 만들어 먹고 나면 하루가 휙 가요.

매 현장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죠.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좋아하게 되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지현 씨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와, 저 사람 좋다’ 하고 생각하는 첫 번째조건은 가식적이지 않은 거요. 과도하게 솔직한 걸 말하는 건 아니고요. 최소한의 진실된 모습으로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왜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은 뭘까?’라고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 말고 ‘아, 저 모습이 저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저도 좀 편하게 다가가요. 저 역시 그들에게 편한 사람이 되고 싶고요. 같이 있으면 마음의 긴장을 풀게 되는 사람이요. 억지로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무 말하지 않고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크게 신경 안 쓰는 관계가 있잖아요. 각자 휴대폰 보다가도 갑자기 웃긴 동영상 보면 서로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편안함이요. 그럼 같이 보면서 ‘아, 웃기다’ 하고 돌아서서 각자 할 일 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