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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로 돌아오는 김선호

editor 박 민|2021-08-19T15:34:11+09:002021년 08월 20일|
마리끌레르와 배우 김선호의 첫 인터뷰를 다시 보며 준비하는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연극 무대 경험이 많다. 연기 경력이 꽤 긴데 여전히 요즘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이 두렵게 느껴지는가? 내가 원래 겁이 많다.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성격이 아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여행 가는 게 너무 낯설어서 서른두 살 때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그것도 지인의 경조사에 가느라 어쩔 수 없이. 그러다 드라마 <김과장>이 끝나고 포상 휴가를 가게 됐는데 그때 처음으로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 뒤로 조금씩 국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데 연기는 적극적으로 선택한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사실 연기야말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연기 학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내게 얘기해주는 게 좋았다. 그때는 누군가와 얘기하는 게 낯설었거든. 그런데 연기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내게 고민을 물으면 꼭 대답해야 했다. 그런데 고민을 말하는 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그러면서 연기 학원에 가는 게 너무 좋았다. 물론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연기를 보여줘야 할 때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보면 너무 긴장해서 늘 가장 먼저 했다.

자신의 성향과 하고 싶은 일이 꼭 들어맞으라는 법은 없다. 처음 무대에 올랐던 순간이 기억나나? 대학생 때 연극제작반에 들었다. 우리끼리 대본을 써서 작품을 준비했는데 그때 맡은 역할이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었다. 무대에 올랐는데 분위기에 압도당해 처음엔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다 객석에서 내가 초대한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쟤 지금 연기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아는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은 점점 덜해졌다. 나이들면서 마음이 유연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할 때는 손발이 저린다.

지금까지 조급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나? 철이 없어서 그런지 단 한 번도 없다.(웃음) 드라마 <김과장> 오디션도 연극에서 나를 본 관계자가 제안해서 본 거였다. 서른한 살 때까지 연극 팀에서 막내였던 터라 더 여유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기회가 빨리 온 것 같다. 조급하지는 않은데, 두려운 게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변했다고 느끼는 거다. 밤새 드라마 촬영을 하다 보면 가끔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날 발견했다. 한 번은 그런 내가 고마운 줄 모르는 철없는 놈으로 느껴지더라. 내가 촬영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일인데.

연기 말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걷는 거. 한 번 걸으면 두 시간 이상 걷는다. 고민이 있을 때도 걷는다.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공연 당시 내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평을 듣고 무척 힘들었다. ‘넌 정치 사범처럼 보이지 않아.’ 도무지 답을 모르겠더라. 혼자 있으면 답답해서 눈물이 났다. 그때 대학로에서 집까지 5시간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고민하고 다시 걷고. 그러면서 배우로서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장점인지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힘든 순간을 견뎠다. 극복했다기보다는 버텼다. 연극 <클로저>를 할 때는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했다. 배성우 선배, 김소진 선배와 함께했는데 선배들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많이 배웠다. 그때가 내게 무척 중요한 시기였다. 선배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보고 나도 그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공연하는 매 순간 설레고 좋았다. 요즘은 북한산에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도 좋아지고 있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얼마 전 친구와 경주에 다녀왔는데 떡갈비를 먹고 작은 스쿠터를 빌려 탔다. 작아서 그런지 너무 느려 뒤에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는데도 즐거웠다. 이제 점점 새로운 것에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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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 민

박민 패션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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