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업 진영

니트 풀오버, 팬츠, 슈즈 모두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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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넥타이, 셔츠 모두 톰 브라운(Thom Browne), 링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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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린트 니트 스웨터 닐 바렛(Neil Barrett), 레더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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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펜디(Fendi), 라운드넥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네크리스 디올 맨(Dior Man).

드라마 <경찰수업> 얘기부터 해야겠죠. 제대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작품으로 다시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경찰수업>은 제가 가진 것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선택한 작품이에요. 수사물이자 로맨스물이고 성장물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연기하는 ‘선호’라는 인물도 단편적이지 않고요.

선호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짠한데 신통하다. 선호가 처한 상황이 좋지는 않아요. 부모님도 안 계시고,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안타까운 일이 닥치기도 해요. 별다른 꿈도 없고요.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자신의 길을 찾고, 조금씩 변해가요. 이 성장 과정을 잘 그려내는 게 제 현재 목표예요.

잘 그려내기 위해서 동원한 방식이 있나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꿈도 없는 인생의 ‘노잼’ 시기가 있잖아요. 그러다 탁 하고 번뜩이며 갑자기 나아가게 되는 순간도 있고요. 그런 시간들을 살피려고 했어요. 그게 선호에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면서요. 그냥 계속 선호의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했어요.

2년의 공백기를 지나 다시 연기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좋았지만, 거기에 제 역할이 있다는 사실이 신나고 즐거웠어요. 아마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서 이런 기분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어색한 순간은 없었나요? 워낙 오랜만이라 버퍼링이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 집에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늘 현장에 있던 사람처럼 돌아오는 게 제 몫이잖아요. 공백기를 감안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어요. ‘나는 분명히 2년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그러니 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요. 이렇게 연습도 하고, 이미지 메이킹도 수없이 했는데 그래도 첫날에는 낯설긴 하더라고요. 카메라가 너무 가까이 있는 거예요.(웃음)

긴장이 풀린 순간이 있었나요? 첫 촬영 날 감독님이 ‘지금 많이 굳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진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왜 굳어 있을까, 굳어 있는 모습이 화면에 어떻게 비칠까, 대사는 어떻게 들렸을까. 종일 그 말을 떨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한 대사를 다시하고, 녹음해서 듣기를 반복했어요. 계속 하다 보니까 좀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역시 연습만이 살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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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패턴의 니트 스웨터,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an), 링 생 로랑(Saint Laurent),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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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수트와 블랙 니트 스웨터,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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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분더샵(Maison Margiela by BoonTheShop), 레이어드한 데님 재킷 발렌시아가 바이 무이(Balenciaga by MUE), 블랙 티셔츠 어콜드월 바이 분더샵(A-COLD-WALL by BoonTheShop), 데님 팬츠 베트멍 바이 무이(Vetements by MUE), 슈즈 생 로랑(Saint Laurent).

연기엔 명확한 답이 없기에 좀 전에 말했듯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질문하며 나아가고 있나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연기란 무엇인가,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게 먼저 아닐까 해요. 가장 좋은 연기는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러려면 연기의 방식보다 중요한 게 이해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요즘은 ‘나 같으면’이라는 생각을 배제하려고 해요. 그러면 접근하는 데 장벽이 생겨버리잖아요. 제 경험과 생각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학생이라면 이렇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런 모습이지’라고 단정 짓지 않고 사람들을 바라보려고 해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어려워요. 중요한 건 아무리 파악한다고 해도 모든 걸 다 알 순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예요. 그림을 다 그려놓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이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거죠.

정답이 있으면 더 좋을까요?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답이 없어서 더 재미있거든요.

음악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전문적인 방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혼자서 놀듯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알아갔다고 들었어요. 연기의 시작도 비슷했나요? 그렇죠. 무지한 상태에서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직업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발음이나 발성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감정 표현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제 식대로 할 수 있어서 좋지 않았나 싶어요.

프로필에 배우와 음악 프로듀서가 나란히 있어요. 두 가지 일을 계속 같이 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거겠죠? 같이 할 거예요. 저는 이 두 가지 일이 표현 방식만 다를 뿐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할 때도 감정 표현이 중요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선 음악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잖아요.

음악을 할 때 발휘한 능력이 연기에 쓰이기도 하나요?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을 할 땐 프로듀서로 전체적인 디렉팅을 제가 다 하거든요. 그러니까 음악 작업을 할 땐 제가 감독 역할인 거예요. 그 덕분인지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을 빨리 파악하는 편이죠. 배우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지만, 결국은 이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 오케이를 해야 완성되는 거잖아요. 저도 음악 할 때 아무리 오래 걸려도 제가 그린 방향이 아니면 끝내지 않거든요. 그 마음을 알아서 좀 더 수월한 것 같아요.

연기도 음악도 계속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이제 쉼 없이 나아갈 일만 남았네요. 최민식 선배님께서 예전에 이런 말을 하셨대요. ‘할 거면 죽을힘을 다해 하고, 아니면 빨리 때려치워라’라고요. 그 말이 큰 동력이 됐어요. 어중간하게 머물면 아무것도 될 수 없잖아요. 저는 하기를 선택했고,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때려치우고 싶진 않거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