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이 공개됩니다. 원작인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재미있게 본 터라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드라마도 그에 못지않게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이 드라마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대본이 재미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각 인물의 성격이나 직업, 인물 간의 관계가 명확한 점도 좋았어요. 스토리 전개상 이런 부분이 자칫 흐려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대본을 읽자마자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맡은 역의 이름부터 재미있던데요. 강북구. 어떤 사람인가요? 그렇죠. 순수하고 착한데 좀 특이해요. 간혹 그런 사람 있잖아요. 다 안 웃는데 혼자만 웃는 사람. ‘강북구’가 그런 애예요. 솔직히 촬영을 마친 지금도 완벽히 이해가 가는 인물은 아니에요.(웃음)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인물을 만났을 땐 어떻게 연기하나요? 어떻게든 해야죠.(웃음) 일단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모든 답은 대본과 현장에 있으니, 그걸 믿으며 해요.
‘술꾼도시여자들’로 나오는 3명의 배우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연기하면서 제가 무심코 던지는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세 배우가 그걸 아주 잘 살려줘서요. 하는 내내 많이 놀랐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요? 작품 할 때마다 배우거나 얻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아주 좋은 친구들을 얻은 것 같아요. 드라마 끝나고 배우들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생겨서 좋아요. 또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감사와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고요. 여러 면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배우는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과 인물을 마주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하나요? 해가 갈수록 책임감이 커져요. 그건 현장에서 배우로서 갖는 태도일 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한 약속에 관한 걸 수도, 또 보는 이들에 대한 마음일 수도 있죠. 특히 요즘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다른 나라로 퍼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만큼 소소한 것 하나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떤 면을 먼저 살피나요? 스토리와 맡은 역할을 먼저 살피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이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인물 안에 어떤 다양성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다음으로 재미를 살릴 만한 요소를 찾아요. 대본에 쓰여 있지 않더라도 제가 살짝 얹었을 때 더 좋은 향이 날 만한 요소가 있다면 더없이 즐겁죠. 재미있으면 좋잖아요.
애드리브를 즐기는 편인가요? 즐길 것처럼 생기지 않았나요?(웃음)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어떤 작품을 볼 때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게 좋거든요. 다들 종일 일하고 시간 쪼개서 보는 게 영화나 드라마잖아요. 그럴 때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그래서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장면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시도하는 편이에요.
타고난 성정 중 연기를 하면서 유용하게 쓰이는 점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물이나 인물, 상황을 대할 때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하는 것. 단면적으로 보지 않고, 다각도로 보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가까운 게 무엇인지, 나와 맞는 게 무엇인지 찾으려고 하고요. 그게 같이 작업하는 이들과 호흡을 빨리 맞추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반대로 그간의 경험으로 체득한 것 중에 가져다 쓰는 건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랄까요. 짬바… 저 현장에 도착하면 대략 몇 시에 끝날지 가늠을 잘해요. 오늘도 예상한 시간이 있는데, 거의 맞을 것 같은데요.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조급할 때가 거의 없어요.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는데 화장실 가고 싶은 때 빼곤.(웃음)
연기를 벗어나 지금 최시원 배우에게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요? 유니세프 활동이요. 코로나19 이후로 집에만 있는 이들이 많아졌잖아요. 저도 몰랐는데 그 때문에 온라인 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사이버불링에 관해 다양한 곳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사이버불링을 포함해 아동 인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모든 어른이 어린이 시절을 지나왔잖아요. 그런데 모든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얘기를 계속 꺼내다 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사회적 문제는 개개인이 스피커가 되어 하나의 큰 언어를 이뤘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안하고 싶은 말이나 움직임이 있나요? 어떻게 보면 단순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이버불링을 당하는 게 나의 가족이라면, 나라면 그렇게 못 할 거잖아요.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해보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 그걸 유념하고 살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개인의 움직임을 넘어 정책이나 시스템까지 갖춰진다면 더 좋을 테고요.
시작은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끝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인터뷰가 되었네요. 책임감이란 게 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에서도, 삶에서도 사명을 다하려는 거죠. 신념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