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패션모델로 데뷔해 올해부터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화보 촬영은 오랜만일 것 같아요. 한동안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니까 화보와 점차 멀어진 듯해요. 그래도 화보를 찍을 땐 어느 스튜디오를 가더라도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잖아요. 새하얀 공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등이 정겹게 느껴져서 오랜만에 왔는데도 편하게 촬영했어요.
모델과 배우, 각각의 역할로 카메라 앞에 설 때 기분이 다른가요?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많아서 드라마 촬영 현장이 크게 낯설진 않았어요. 다만 모델은 포즈를 통해 옷을 보여준다면 배우는 대사와 행동, 감정 등을 바탕으로 더 폭넓게 표현해야 하죠. 그래서 연기가 참 재미있어요.
연기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려 배우 활동을 시작했나요? 모델로 활동하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때 드라마를 비롯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초에 공개된 제 첫 작품 <아직 낫서른>의 촬영 초반에는 한 신을 여러 앵글로 바꿔가며 촬영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웃음)
상상하던 드라마 촬영 현장에 배우로 함께해보니 어떤가요? 너무 좋아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분이 저를 잘 챙겨주시거든요. 촬영장에 가면 선배님들이 성철이 왔냐, 밥 먹었냐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시죠. 이런 현장에 있다 보니까 내성적인 성격이 조금 밝아진 듯해요.
작품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아직 조금 부끄러워요. 그래도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성장해나가야 하니까 자주 다시 보는 편이에요.
세 번째 작품이 방영을 앞두고 있죠. 드라마 <구경이>에서 ‘산타’라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구경이> 대본의 일부를 처음 받은 날, 집으로 돌아와 단숨에 다 읽었어요. 산타가 경찰 출신 보험조사관 ‘구경이’(이영애)의 팀원이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롭더라고요. 또 항상 웃는 산타의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제가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잘 웃는 편이거든요.
눈만 보여도 웃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웃음) 전작들을 살펴보니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의 성향이 저마다 달라요. <아직 낫서른>에서는 카페 겸 펍의 아르바이트생 ‘형준영’을,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는 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권력의 핵심 ‘고현우’를 맡았죠. 맞아요. 그중 <구경이>의 산타가 실제 저와 가장 가까워요. 그래서 산타한테 더 애정이 가요.
산타를 이해하고 잘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나요? 산타가 말이 많지 않은 캐릭터라 영화 <소리도 없이>를 여러 번 봤어요. 주인공 ‘태인’(유아인)이 대사가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산타와 비슷하고, 평소 유아인 선배님을 존경해서 작품 속 모든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구경이>는 이영애 배우가 약 4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성철 씨에게도 이 작품이 좋은 기회일 것 같아요. 이영애 선배님과 같이 연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죠. <구경이> 첫 촬영 날에 제가 너무 긴장해서 NG를 많이 냈는데, 선배님이 특유의 우아한 말투로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많은 대사는 물론 액션까지 훌륭히 소화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선배님과 함께할 때마다 무언가를 배우게 돼요. 제가 선배님과 한 작품에 출연하니까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지난 추석에는 온 가족이 <구경이>의 첫 방송일이 언제인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산타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 예정인가요? 산타가 선보일 반전의 순간들이 있어요. 또 산타가 구경이 옆에 계속 붙어 있어서 시청자들의 눈에도 잘 띌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기대하겠습니다.(웃음) 요즘 일상에서 새롭게 찾은 취미가 있나요? 몇 달 전에 필름 카메라를 사서 틈틈이 사진을 찍고 있어요. 제가 옛 감성을 좋아하거든요. 생생한 화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스마트폰도 일부러 몇 년 전 기종으로 바꿨어요.
성철 씨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게 만드는 대상은 뭐예요? 풀과 나무, 바다 같은 자연의 풍경이요. 전 다시 태어나면 바다가 되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둥둥 떠다니고 싶거든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요.
생각이 많지 않을 땐 주로 뭘 하나요? 대본 봐요. 봐야 하는 거고,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아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하는데, 전 괜찮아요. 연기가 재미있으니까요.
언젠가 꼭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를 상상해본다면요? 액션 장르 작품에 군인 역할로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어요. <공조>의 ‘임철령’,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류환’처럼요.
액션에 자신이 있어요? 네.(웃음)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자주 하거든요. 특히 축구, 배구, 야구 등 공을 다루는 스포츠를 즐겨요.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에 몰입하고, 함께 뛰는 사람들과 팀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드라마도 일종의 팀플레이라고 할 수 있죠.
일상을 팀플레이에 비유한다면, 성철 씨는 어떤 포지션일까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요. 주변 사람들을 돕고 긍정적인 말들도 전해주고 싶어요.
그러다가 가끔씩 골도 넣고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도 열심히, 끝없이 노력하는 배우요.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길 바라요. 그 노력을 바탕으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