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화보 촬영이에요. 그 때문인지 촬영장에서 유독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스태프들이어서 더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부분을 결정하죠.
드라마 <낮과 밤>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차기작을 고르고 있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쉬는 성격이 아니어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있어요.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기도 하면서요.
최근 흥미를 가진 취미가 있나요? 실내 클라이밍을 시작했고, 뜨개질도 하고 있어요. 오늘 들고 온 가방도 제가 만든 거예요.(웃음).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해보는 중이에요.
사실 가수나 배우는 항상 활동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활동하지 않는 시간도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공백기의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싶어요? 저를 탐구하며 보내려고 해요. 이전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요즘은 지금껏 해보지 못한 일들을 시도하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최근 발견한 자신의 새로운 면도 있을 것 같아요. 나도 싫어하는 게 있구나. 전 성격이 무던한 편이어서 누가 뭐 먹고 싶으냐, 어디에 가고 싶으냐 하고 물으면 무엇이든 다 좋다고 답하곤 해요. 그래서 스스로 싫어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나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많아진 요즘에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 하는지 좀 더 알아가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눈이 부시게 by 설현>을 시작했어요. 공연이나 연기가 아니라 사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일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음, 오히려 꾸미지 않은 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연기할 때는 극 중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가수 활동을 할 때는 퍼포먼스로 나를 표현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진짜 설현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브이로그는 촬영부터 편집까지 제가 혼자 하니까 좀 더 저 자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도 되고요. 활동하지 않는 시간 동안 느낀 점이 많아요. 아마도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제가 더 빛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그 과정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이런 걸 이렇게 해보니 좋아요, 이건 해봤더니 좀 별로예요 하는 식으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과거의 설현보다 지금의 설현이 호기심이 많아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진 걸까요? 아마도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조심스러운 게 많았어요. 자기방어적일 때도 있었고. 제가 가진 게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뭔가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에 실내 클라이밍 영상이 올라온 걸 봤어요. 뭐랄까, 아주 의외의 종목이에요. 맞아요. 그런데 실내 클라이밍의 매력을 발견해버렸어요.(웃음) 처음엔 아주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규칙도 많고, 그래서 재미있어요. 문제 하나가 풀리지 않으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해요. 어서 빨리 가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고. 도무지 풀리지 않은 문제를 마침내 풀었을 때 느끼는 쾌감도 좋고요.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어렵게 해낼 때마다 성취감이 느껴져요. 작은 성취감이 모여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렇게 자신감을 찾는 기분이에요.
개인 채널을 꾸리다 보면 자신의 관심사에 더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관심의 폭도 넓어지고. 일단 영상 편집에 관심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편집하면 뭔가 제 모습이 필터링 될 것 같아 제가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기술적으로 좀 더 잘하고 싶어요. 좋은 영상들을 많이 찾아 보면서 어떻게 한 건지 호기심도 생기고.
브이로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운 것의 발견이겠어요. 제가 발견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번 해보라고 부추기는 거죠.(웃음) 저도 예전에는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시작도 못 할 때가 많았어요. 브이로그에서 제가 소개하는 것들을 사람들도 함께 해보기를 기대해요. 그러다 보면 각자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게 될 거예요.
많은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백기에는 불안하거나 조바심이 생기기도 하겠죠? 처음엔 다들 달려가고 있는데, 저는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계속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 이 세계의 빠른 속도를 내가 쫓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 유행이란 것도 아주 빠르게 바뀌잖아요. 조바심이 들지 않을 수 없죠. 뒤처지는 건 둘째치고, 다른 사람들이 제가 뒤처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저에게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시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다양한 것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고, 제 시간을 그렇게 채우고 싶어졌어요.
그런 불안의 시간을 무사히 잘 지내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요. 가족이나 친구도 그렇고, 함께하는 스태프들도 큰 힘이 돼요. 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에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 하는 마음이 크죠. 성취욕보다는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여요. 응원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절 응원하는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다잡게 해요.
오늘의 설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나요? 잘 가고 있는지 그 판단을 저 스스로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걸어가는 과정이 즐겁다면 잘 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일에서나 인간적으로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며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렇게 걸어가는 길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요? 성실과 정직을 잃고 싶지 않아요. 성실히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 싶어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리고 성실히 하다 보면 언젠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지금의 설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건 뭔가요? 가족! 제가 가장 많이 의지하는 사람들도 가족이고, 가족이 있기에 제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지치고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가족이에요.
요즘 설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요?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껴요. 어떤 날은 날씨가 좋아서 행복하고, 어떤 날은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서 행복하고, 오늘은 이렇게 즐겁게 촬영을 마쳐서 행복하고. 계속 행복의 이유를 찾으려고 해요. 행복도 결국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아요.
오늘은 정말 행복할 만큼 날씨가 좋긴 해요. 올해의 가을이 어떤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나요? 특별할 것 없이 무탈하고 평화롭기를 기대해요.
올해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한 장면이 있다면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현장도 즐거웠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