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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나는>
감독 오성호 출연 권다함, 권소현
순경 시험을 준비하던 경학(권다함)은 어머니의 빚 2천만원을 떠안게 된다.
결국 그는 돈을 갚기 위해 배달 일을 시작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여자친구 혜진(권소현)과의 관계도 점점 틀어지기 시작한다.
버킷 리스트 어렸을 때부터 사소한 버킷 리스트 같은 것들을 꼽고 하나씩 지워왔는데, 그중 하나가 첫 장편에 대한 로망이었다. 이상하게 첫 장편영화는 꼭 주연으로 시작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아마 시작부터 끝까지 한 작품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 첫 장편 <그 겨울, 나는>에서 주연을 맡게 되었다. 극장에 앉아서 ‘와, 내가 어느새 장편영화의 주연으로 촬영을 마쳤고 그 작품이 상영을 하고 있네?’라는 생각에 순간순간 계속 울컥했다.
영화 <그 겨울, 나는> 속 경학 경학을 마냥 착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치기 어린 면도 있고, 누가 때리려고 하면 손이라도 뻗는 반항기도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밝지만은 않은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벽하게 착하지도, 절대적으로 나쁘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이 치기 어린 청년이 끊임없이 저항하다가 무너졌을 때, 보는 이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끼며 속상해하고 절망에 빠지길 바랐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수상을 하고 오성호 감독님과 통화하면서 펑펑 울었다. 몇 년간 독립영화를 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서운함, 억울함, 힘듦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게 다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터진 울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고민해온 것들을 더 이상 서러움으로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털어낼 수 있던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오성호 감독 감독님은 되게 솔직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고, 이를 배우들에게도 아주 솔직하게 얘기한다. 같이 작업하면서 그 점이 참 멋있었다. 무엇보다 모니터를 보는 순간에는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배우들의 연기를 놓치지 않고 집중하는 집념과 에너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을 보면서 나도 솔직하게, 그리고 나의 연기에만 집중하면서 잘해내야겠다고 다짐 했다.
영화에 빠지다 어렸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보고, 어딘가에 실제로 쥬라기 공원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땐 그 기분을 명확히 정립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영화라는 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홀릴 수 있는 매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를 현혹했던 그 영화에 들어가보고 싶었고, 지금도 영화 안에 있는 순간은 무언가에 매료된 듯 너무 행복하다.
솔직한 배우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이 삶의 철학과도 비슷하게 닿아 있다. 나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무엇이든 솔직한 것만큼 에너지가 제대로 전달 되는 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연기할 때도 뭔가를 더 가공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슬퍼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슬픔을 표현하는, 웃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웃겨서 웃으며 솔직하게 내가 느끼는 정도로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이를 위해서 노력하며 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