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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

감독 이주승 출연 이주승, 이상희

거듭되는 실패를 경험한 무명 배우 은구(이주승)는 인생의
마지막 계획인 ‘멋진 죽음’을
실행하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향한다.
그 길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의 누나
명희(이상희)를 만난다.
동행하게 된 두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서울독립영화제 이주승

니트 스트라이프 톱과 팬츠 모두 큐컴버스(Qcumbers), 더비 슈즈 질샌더(Jil Sander).

배우 겸 감독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직 접 쓴 극본으로 공연한 적이 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한다. 2008년에 배우로 데뷔한 후 계속 연기를 해오다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돛대>는 <혈안> 이후에 선보인 두 번째 작품으로, 직접 주인공 은구 역을 맡았다. 그래야 마음이 후련할 것 같더라.

영화 <돛대>의 시작점 5년 전쯤 한 친구와 울산을 여행하고 돌아오던 길에 이 경험을 꼭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한 달간 시나리오를 쓴 뒤 묵혀 두고 있었는데, 함께 여행했던 친구가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후 다시 꺼내 수정을 거쳐 완성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 당선된 덕분에 <돛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친구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준, 내 집중력을 오롯이 쏟으며 한 해를 버티게 해준 영화다.

은구를 연기하며 은구는 오랜 꿈이던 연기를 그만두고, 연인과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죽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은구를 연기하며 그가 내면에 지닌 우울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은구가 그저 차분히 여행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를 바랐고, 명희가 그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걸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 타인의 아픔을 세세히 살펴보는 눈을 가져야 위험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의 끝을 미룰 수 있을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이주승

인상 깊은 장면 차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따뜻하면서도 찌질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랐는데, 이상희 배우의 애드리브 등이 더해져 원하던 느낌의 장면이 탄생했다.

연기가 이끈 성장 연기를 하면서 작품에 숨겨진 창작자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무언가 깨닫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연극 무대에서도 큰 배움을 얻는다. 이를테면 <아들>은 우울증에 대해, <빈센트 리버>는 용서에 대해 내게 알려주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작품을 끝마쳤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이 나 자신을 성장하게 해주는 듯하다.

독립영화의 매력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독립영화의 세계에서 감독과 배우는 더 자유로워진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다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 또 독립영화는 신인이나 무명배우가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이자 관객이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준다. 그래서 독립영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장이 지금보다 활발해지면 좋겠다. 더 많은 관객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기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영화제가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