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감독 김미영 출연 박종환, 이연, 강경현
윤철(박종환)은 조각가지만 주로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한다.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지나(이연)는
아빠를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미대 입시준비를 그만둔 뒤 돌연 출가를 선언한다.
지나와 윤철, 윤철의 새 연인 영지(강경헌)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 <절해고도> 지난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무렵, 내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나에게 남긴 감정을 비워내기 위해 혼자 강원도로 떠났다. 여행을 마친 후 돌아오던 길에 <절해고도>의 시나리오를 읽었다. 입시 준비를 그만둔 뒤 ‘도맹’이라는 법명으로 행자의 삶을 사는 지나의 이야기가 당시의 내 상황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 신기했다. 김미영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작품을 잘 만들어가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나와 도맹 지나는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애써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때 느낀 답답함이 결국 지나를 절로 향하게 만든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복잡한 상황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은 적이 있기에 지나를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지나가 단단하고 따뜻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복수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는 대신 본인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도맹이 되는 선택을 하니까. 마치 땅에 묻혀 있던 씨앗이 발아하는 것처럼, 지나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뚫고 나오려는 힘이 있다.
절해고도, 외딴섬 <절해고도>라는 제목에는 인간의 고독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제아무리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더라도, 그 어떤 도움 없이 자기만의 고민과 선택을 해나가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소화하며 ‘나’를 찾아가는 순간들이 <절해고도>에 담겨 있다. 지나는 물론, 아버지 윤철과 그의 연인 영지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이끄는 캐릭터 언제나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표현될 수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지나는 사람들을 사랑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인물이라 마음이 간다.
연기를 시작한 후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냥’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 자신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지고 있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다정다감한 존재이고 싶다.
소원이 담긴 독립영화 독립영화에 함께하는 감독과 배우 모두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소원이 농축되어 있기에 독립영화가 결국 관객의 마음에 닿는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닿는 걸 넘어 콱 박히는 경우도 있다.
사랑할 수 있다면 연기를 해나갈수록 나와 작품의 관계가 연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 몰입하지 않거나,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깊이 있는 연기를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을 사랑으로 대하려고 한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