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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세이션>

감독 김덕중 출연 박종환, 조은지

승진(박종환)과 은영(조은지)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장면마다 등장해
추억과 젊음, 연애와 사회, 혹은
아주 소소한 소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언어와 리듬으로 대화를 나눈다.

 

 

컨버세이션 박종환 서울독립영화제

셔츠 코스(COS), 니트 풀오버 새비지(Savage).

 

영화 <컨버세이션> 다양한 형태의 대화가 등장한다. 구조적인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시간의 흐름이나 개념이 불분명하고, 동시에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영화적 즐거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매력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만약 1백 명의 관객이 영화를 본다면 1백 가지 방향으로 보일 작품이다. 영화 후기 중에 ‘레고를 던져주고 가지고 놀아보라고 하는 영화 같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는데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조립을 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 대화 형태를 가만히 따라가보면 어느 순간 이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일종의 놀이 같더라. 시시각각 장소마다 다른 대화의 장에 내가 옆에 껴서 듣는 것 같고, 또 같이 듣던 사람이 그 대화가 재미있어서 촬영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영화 <절해고도> 이번 서독제에서 영화 <절해고도>도 상영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역할로 대사 중에 ‘나도 지금의 내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연기한 윤철은 살면서 여러 사건과 사람을 받아들이며 산 사람 같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온 사람 같다. 모두가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윤철의 노력은 내가 하고 싶은 노력이다. 내게 찾아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 때 거기에 또 맞춰서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력 말이다.

 

 

컨버세이션 박종환 서울독립영화제

 

보물찾기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해온 경험을 미루어 보면 영화 작업은 보물찾기 같다. 최초의 창작자, 즉 연출가가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이후 그 이야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작자가 심어놓은 보물을 찾는 거다. 그 과정에서 각자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선물처럼. 숨겨놓은 것의 형태나 성질이 처음과 달라져 있기도 하고, 또 누가 발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설계자도 자신이 숨겨놓은 걸 궁금해 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기대하지 못한 뭔가를 찾기도 하는 것 같다.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지금도 내가 연기와 친밀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배우로서 수행해야 할 것을 숙지하고 현장에 가지만 현장에는 늘 변수가 있고, 나는 그 변수들이 반갑고 설렌다. 그 기대와 흥분으로 주어진 연기를 수행하지 못할 때도 있어서 때때로 연기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아마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기본적으로 내가 해내야 할 것과 변수를 즐기는 마음이 잘 융화되는 것이겠지. 그럼 연기가 더 정교해질 것 같다.

언제 봐도 반가운 배우이고 싶다. 기쁠 때와 슬플 때, 절망할 때, 외로울 때 언제고 나를, 작품 속의 내 연기를 다양하게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