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활동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지난 한 해 동안 세븐틴은 부지런히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어요. 지난 11월에는 오랜만에 콘서트도 열었고요.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커요. 특히 콘서트는 준비할 때만 해도 대면이 가능할 거라 예상하고 그에 맞는 구성으로 준비했는데, 막바지 단계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게 됐거든요. 큰 세트도 많이 들이고, 댄서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를 꾸리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보다는 대면 공연에 대한 미련이 더 크게 남더라고요.
온라인 공연이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한 가지가 관객과의 호흡이긴 하죠. 그게 무대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특히 세븐틴의 무대는 멤버들이 가진 에너지 못지않게 팬들이 보내는 에너지도 엄청 크고 좋거든요. 다 같이 신나게 즐기던시절이 그립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작업도 하고 크고 작은 스케줄도 소화하면서 보냈어요. 전처럼 쉼 없이 계속 달리는 중이에요.
처음으로 솔로 믹스테이프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데뷔 이후로는 개인 작업을 거의 안 하다시피 했어요. 대부분의 시간을 세븐틴 음반에 몰두하는 데에 써서 저만의 음악을 만들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명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최근 좋은 기회가 생겨서 처음으로 저만의 작업을 하게 됐어요. 나름 어려움이 많았는데, 다행히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웃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세븐틴 음악이나 다른 가수의 음악을 만들 때는 객관화가 잘 됐거든요. ‘이게 더 나은 방향이다’라는 판단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부를 제 노래를 만들려니 방향을 잡는 것부터 잘 안 되더라고요. 뻔하지 않으면 좋겠고, 순수하게 ‘좋다’고 느껴지는 음악이면 좋겠는데 그게 뭘지 고민이 많았어요. 곡을 만든 이후에도 녹음하고 프로듀싱 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맞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어요.
프로듀서의 존재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제가 그 역할을 오래 해서 그런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확신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세븐틴의 음악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란 기대가 되네요. ‘가수 우지는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답이 될 만한 믹스테이프이지 않을까 싶어요. 멤버들에게 들려줬을 때 ‘우지 같다’는 반응이 많았거든요. 듣는 분들에게 그 점이 잘 느껴지면 좋겠네요.
살펴보니 그간 써온 곡의 양이 방대하던데요. 작년 10월 기준으로 1백18곡을 작곡, 작사 했어요. 저도 만들면서 그 수를 인지하고 있진 않아서 가끔 주변에서 얘기해주면 놀라요.(웃음) 그런데 그 수치는 발표된 곡만 센 거니까 미발표 곡까지 치면 최소 500곡은 넘을 거예요.
개러지밴드라는 앱을 통해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면서요? 정확히는 중학교 3학년 때 혼자 기타 치면서 멜로디 읊어본 게 처음이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개러지밴드를 발견했고 이후 좋은 프로듀서들을 만나서 조언도 얻고 공부도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딱 10년이 됐네요.
10년의 시간 속에서 음악적으로 중요한 기점이 된 시기는 언제였나요?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데뷔하고 팬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힘이 됐다는 글을 봤을 때였어요. 어릴 땐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는 목표나 기준이 없었어요. 그때도 음악을 많이 만들긴 했지만 그저 내가 좋은 것, 멋있고 세련된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데뷔 후에 세븐틴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방향이 명확해졌어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메시지가 담긴 음악, 그리고 우리의 음악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당당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자. 지금은 이런 의도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요즘 음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세븐틴의 음악은 듣는 사람들과 같이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마다 우리가 잘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해요. 최근에 발매한 ‘Rock with you’에선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벽일지라도 뚫고 지나가겠다는 우리의 각오를 담았어요. 그 메시지를 통해 듣는 이들에게 힘을 전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만들 때와 세븐틴으로 무대에 오를 때 모습이 다른 편인가요? 달라요. 음악을 만들 때는 작가, 무대에 설 때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그때마다 제 역할을 다하는 거죠. 가수인데 음악도 만드네? 작곡가인데 노래도 부르네?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세븐틴의 음악은 사람들이 제가 만들었다는 걸 알아주지 않아도 돼요. 팀의 무대만으로 평가 받고 싶어요. 반대로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작곡가이자 작사가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고요.
어떤 역할이든 음악을 벗어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작업실은 일부러 음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놨어요. 혼자 작업할 때까지 온통 음악뿐이면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종일 음악만 하는 건 아니에요.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잠자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웃음)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으로서 바라는 궁극의 목표가 있을까요? 큰 걸 바라고 살진 않아요. 그냥 앞으로도 ‘세븐틴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 계속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을 뿐이에요. 우리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매일의 음악이 탄생할 수 있는 여지와 희망을 주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음악을 잘 만나서 하나씩 잘 완성하는 게 목표예요.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작곡을 할 때도 영감을 받겠다고 해서 뭔가 거창한 일을 벌이지 않거든요. 잘 생각이 나지 않으면, 지금은 그럴 때라고 생각하고 내버려둬요. 현실을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앞으로 세븐틴의 음악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진짜와 진심은 있고, 가짜는 없을 거예요. 이건 세븐틴 모든 멤버들과 공유하는 생각인데, 꾸며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어요. 데뷔할 때부터 음악과 무대 모두 저희의 의견을 담아 만들다 보니 뭔가 어울리지 않거나 포장된 가짜 같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싶으면 멤버들이 가장 먼저 알아채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진짜만 추구했던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궁금한 질문 하나만 더 할게요. 우지의 음악을 가장 좋아해주는 사람은 누구예요? 다 좋아하긴 하는데, 호시가 정말 많이 좋아해줘요. 동갑이라 같은 시대의 음악을 듣고 자라서인지 음악적으로 잘 통해요.
그 좋음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나요? 걔는 온몸으로 반응해요. 방방 뛰기도 하고 혼자 신나서 막 소리치기도 하고요.
순수하게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음악 하는 데에 엄청난 힘이 될 것 같아요. 맞아요. 호시도 그렇지만 모든 멤버들이 제가 만든 음악을 ‘좋다’고 말할 때 조금의 거짓도 없거든요. 별로면 바로 별로라고 하는 애들이에요. 하하. 그래서 좋다는 말을 들을 때 더 힘이 되고, 그 칭찬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