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 프로듀서 아프로

패딩 점퍼와 레더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선글라스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지난해 4월 ‘송곳니’를 시작으로 매달 새 곡을 선보이는 월간 음악 프로젝트를 이어오는 중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에요. 진솔한저의이야기를음악에담고싶어하다보니한 곡으로는 이야기가 안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곡을 만들게됐고,회사의수장콜드의제안으로한달에하 나씩 공개해 리스너들과 함께 쌓아가는 방식을 선택하 게 됐어요. 6월쯤,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서 정 규 음반을 발표할 생각이에요.

월간 프로젝트로 발표하는 곡들은 모두 앞에 ‘AVE’라 는 말을 붙여두었어요. 이 프로젝트의 표식인가요? 맞아요. 사실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터뷰할 일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네요.(웃음) 뭐, 대단한건 아니고요. 정규 음반 제목을 <Avenue>로 생각하고 있어 요. 그래서 약자인 ‘ave’를 붙여뒀어요. 이런 표시가 있어야 듣는 사람들도 각각의 싱글 앨범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인식하면서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미리 만들어놓은 음악을 하나씩 꺼내놓는 방식인가요? 아니면 매달 새 곡을 작업하는 식인가요? 매달 촉박하게 만드는 방식은 저랑 잘 안맞더라고요. 일부 새롭게 작업한 트랙도 있지만, 전체적인 구상은 미리 다 해놨어요.

구상단계에서 생각한 기조나 태도가 있을 것 같아요. 매달 한곡씩 선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음반으로 묶이는 형태이니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가이드라인은 딱 하나예요. 제 이야기를 하는 데에 집중하자. 누군가가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보면 <Avenue> CD 한 장을 건네면서 이게 나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 트랙에 담고 싶은 저의 부분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묘사해서 기록했고, 그걸 참여하는 뮤지션에게 공유해 최대한 저의 세계관 안에서 가사가 나올 수 있도록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크레디트를 보면 작곡은 제가, 작사는 그 곡을 부르는 뮤지션들이 했지만 이야기의 출처는 저인거죠.

이전에 작업할 때와 감상이 다를 것 같아요. 자신을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되었을 테니까요. 기분이 묘해요. 스스로 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3자의 머리와 입에서 제 이야기가 나오는 걸 청자가 되어 들어보니,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파파라치 컷에 찍힌 저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 각도에서 는 내가 이렇게 보이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송곳니’라는 곡에서 유라가 쓴 가사 중에 ‘소리내어 울어도 될까요’라는 문장이 있어요. 처음 들었을 땐 좀 의아한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저와 가까운 표현이더라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저를 더 투명하게 바라보는법을 배웠어요. 그런 점에서 값진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유라, pH-1, 개코, 쏠 등 곡마다 참여하는 뮤지션의 라인업을 보는 재미도 커요. 협업할 뮤지션을 찾는 기준이 있었나요? 우선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이어야 했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시놉시스에 맞춰 곡을 잘 표현하고 연출해줄 뮤지션. 이 두가지 조건에 맞춰 찾았어요.

 

4월호 프로듀서 아프로

재킷과 링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안경은 본인 소장품.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에 멈추지 않고 전시나 영상의 형태로 나아갔습니다. 프로듀서라는 영역을 더 넓히고 싶은 마음이었나요?저는 프로듀서입니다’라고 하면 어 떤 사람은 음악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만드나 싶을 거고, 전시 기획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애초에 이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저는 그렇게 각자 맘대로 해석할 여지를 주고 싶었어요. 다양한 영역 에서 이름 그대로 ‘produce’ 하는 행위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선택한 직업이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예술의 범주안에 있는 모든 것을 프로듀싱하는게 저의 지향점이에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프로듀서는 이런 형태의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대중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기획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낙서하는 습관이 있는데, 휴대폰이고 노트고 눈에 보이는 곳에 무작위로 관심 가는 것들을 적어둬요. 나중에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단어들을 조합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심사가 무척 다양해요. 요즘에는 그 다양한 관심사를 그룹화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또 새로운 재미더라고요.

최근에는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음악, 춤, 전시, 디제잉은 꾸준하게 몰입하는 분야고, 요즘에는 인테리어에 빠졌어요. 음악이나 춤 같은 무형의 예술 작업을 어떤 공간 안에 넣는 프로듀싱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만들 때에도 이게 유형의 물체가 된다면? 혹은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이런 상상을 많이 해요.

공상가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데요.(웃음) 어릴 때 산만하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어요. 집중력이 낮은건 아닌데, 항상 집중하는 게 여러 개였어요. 부모님이 저를 두고 공부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웃음)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신 영향도 커요. 춤, 드럼, 바이올린, 피아노, 미술, 수영, 검도, 빙상경기 등 아주 많은 걸 배웠죠.  그 덕분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는 습성이 몸에 배지 않았나 싶어요.

프로듀서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네요. 하하, 맞아요. 저는 많은 걸 배우면서 재능을 얻었다기보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태도를 배운 것 같아요. 오늘도 스튜디오 들어와서 궁금한 물건이 몇 개 보여서 사진 찍어놨어요. 지금 질문을 받으면서도 반대로 묻고 싶은 것도 많고요. 궁금해하고 알아두면 나중에 다 쓸데가 있더라고요.

 

4월호 프로듀서 아프로

 

일상의 온갖 소리를 수집하는 취미도 있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요즘은 빈도가 많이 줄었어요. 처음 녹음기를 샀을 때에는, 마치 아이폰 처음 샀을 때 뭐라도 찍고 싶은 것처럼 모든 소리가 저한테는 생경하고 신기했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 새로운 소리가 점점 줄어들어요. 서울 안에서 나는 소리들이 생각보다 다양하진 않더라고요. 요즘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소리를 찾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호텔’이라는 주제의 곡을 쓴다면 직접 호텔에 가서 나는 소리들을 수집하는 식이죠.

누군가가 아프로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하다면, 답으로 어떤 걸 보여주면 좋을까요? 지금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작업물이 궁금합니다. 월간 프로젝트의 첫 곡인 ‘송곳니’와 곧 나올, 아마 정규 음반의 타이틀 곡이 될 곡. 두 곡을 들어봐달라고 하고 싶어요. ‘송곳니’에는 가장 내밀한 저의 모습이 담겨 있고, 타이틀곡에는 ‘사람은 다 그렇지, 나도 그래’ 하는 식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프로의 아프로를 기대하겠습니다.(웃음) 이런 말 장난 많이 하죠? 네. 사람들한테 제 이름을 각인하려고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적은 적이 있는데, 그랬더니 제 이름의 뜻이 ‘앞으로’인 줄 아는 분이 많더라고요. ‘a producer’의 앞부분을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아프로의 앞으로’ 뒤에 어떤 이야기가 피어나길 바라나요? 의 작업이나 저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를 위해 억지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누군가의 방식을 따라가지도 않고 저만의 템포로 가볼 작정입니다. 제가 만드는 작품이나 이야기들이 분명 누군가에겐 울림이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제가 관심을 두는 방식처럼  사람들이 다양하게 여러 곳에서 저를 마주할 기회를 많이만들고싶어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 그래서 저의 작업물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