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했어요. 컴백 이후 일곱 번째예요. 1위를 하면 엔딩 무대로 우리 노래가 다시 나오는데 그 무대를 할 때 기분 아주 좋아요. 처음 1위를 할 때만 해도 즐기지 못했어요. ‘앞으로는 어떡하지?’ 하고 저도 모르게 다음을 걱정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부터는 확신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어요. 확신하는 만큼 즐길 수도 있게 됐고요.
무엇에 대한 확신이에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열심히 하는 만큼 달라지는 게 느껴지니까 ‘내가 하면 할 수 있겠다’ 하는 믿음이 생겼어요.
5년 전, 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돌이 되는 법’을 검색했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그때로부터 꽤 멀리 왔다고 느낄 것 같아요. 돌아보면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전에서 혼자 서울로 온 거잖아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어떻게 혼자 서울에 가지, 회사는 어떻게 믿지(웃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덜컥 왔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큼 변한 것 같아요? 내적으로 변화한 걸 가장 크게 느껴요. 학교 다닐 때는 무던하고 털털한 성격이었거든요. 누가 뭐라고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었는데, 음악 활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점점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바뀌더라고요. 그러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활동할 때 힘이 들잖아요. 이런 성격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요. 그래도 예전에는 슬픈 일이 생겼을 때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게 됐어요.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어요?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되지, 감정을 잘 다스려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결정적인 계기가 없으면 변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점에서 IVE(아이브)의 리더를 맡은 것이 제게는 큰 동기였어요. 아이즈원으로 활동할 때는 팀에서 막내였고, 의지할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이렇게 행동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잠재돼 있어서 그랬는지 쉽게 고치지 못했던 것 같아요. IVE로 활동하면서 깊이 느끼는 건 제 행동이 멤버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에요. 충분히 행복해하지 못한 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태도가 나 자신에게도 좋을 리 없고, 멤버들에게도 부정적인 기운을 옮길 수 있으니까요.
데뷔 앨범 <ELEVEN>으로 음악 방송 13관왕, 뮤직비디오 1억 뷰를 기록하고,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하며 10주 연속 차트 인 하는 등 이례적인 시작이었음에도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거네요. 감사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다음 앨범의 반응도 이랬으면 좋겠다’, ‘이제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하고 걱정했어요. 데뷔 앨범은 아무래도 완벽할 수 없잖아요. 팀의 조화나 멤버 개개인의 장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죠. 이번 <LOVE DIVE>를 준비하면서는 멤버들과 우리가 이전 앨범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멤버 개인별 연습도 더 많이 했어요. 연습을 더 많이 했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 덕분인지 이번 앨범은 발매일에도 크게 긴장되지는 않더라고요.
적당한 걱정과 불안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돌아보면 예전에는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 없이 그저 걱정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걱정이나 불안한 마음이 들면 그냥 연습을 해요. 요즘 드는 생각은 노래를 아주 잘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건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어떤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의 에너지를 몸으로 보내는 게 가장 현명하고 건강한 방법일 것 같아요. 그게 제 힘의 근원이고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IVE의 어떤 면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태도의 가사가 많아요. 데뷔 앨범도 그런 면이 있지만 보다 확실하게 IVE의 색을 보여드렸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IVE 노래 가사에 ‘감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데뷔곡 ‘ELEVEN’에는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이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이번 ‘LOVE DIVE’에서는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라는 가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IVE는 저와 꼭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지향하고 되고 싶은 모습이에요. IVE 중 한 명으로 살아가며 주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음악을 하고, 그 영향을 받기 때문인지 저도 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IVE다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요.
‘카뿜리’ 등 리더이기에 얻은 애칭들이 있죠? 카리스마 뿜뿜 리더라고(웃음) 회사에서 지어준 애칭이에요. 이전까지는 막내 같고, 강아지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까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라고 이런 애칭을 지어준 게 아닐까 싶어요. ‘카뿜리가 되어라. 네 안의 카리스마를 찾아라’ 하고.(웃음)
실제로는 어때요? 다양하고 강한 개성을 가진 이들이 모인 집단을 이끌어야 하니 리더십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유형의 리더가 있잖아요. 본인이 의견을 제시하고 모든 구성원이 따르게 만드는 리더, 모두의 의견을 수용하고 종합하는 리더, 혹은 묵묵히 지켜보는 리더 등. 나는 그 가운데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요.(웃음)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는 쪽이 제 마음이 더 편하고, 멤버들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악역을 해내기는 힘들었나 보군요. 제가 성격상 싫은 소리를 잘 못 해요.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기분이 상하잖아요. 몇 번 멤버들에게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 나면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가는 편이 저랑 더 잘 맞아요.
멤버들에게는 어떤 사람이고 싶어요? 집에서도 그렇고 그전에는 어딜가도 막내였던 터라 동생들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어려워하는 편이었어요. IVE에서 처음 언니 자리를 맡게 된 건데, 처음에는 동생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조건 보살펴야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대하다 보니까 오히려 동생들이 절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친구처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장난도 진짜 많이 쳐요. 멤버들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모르지만.(웃음)
아이돌로서, 인간 안유진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어떤 면을 가장 믿나요? IVE 멤버 안유진을 믿어요. 아이돌로 활동하는 안유진과 일상을 살아가는 안유진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 가운데 스무 살의 평범한 안유진도 잘 지키고 싶고요. 무대 아래에서는 일상을 잘 살아내려 하고요.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잘해내야 하는 순간에는 제 안의 스위치를 켜요. ‘나는 아이돌이다’ 하고 자기암시를 하는 건데… 말하고 나니까 되게 쑥스럽네요.(웃음) 이렇게 스위치를 켜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요. 평소에는 그저 털털하고 장난 많이 치고,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단순한 사람이다가도 IVE가 되야 하는 순간에는 멋있고 당당한 리더이자 멤버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위치를 켜야 하는 순간에 오작동 없이 잘 켜지는 편이지요? 네, 잘 켜지는 편이에요. ‘지금이다!’ 하고 알아서 잘 작동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