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켓 민서 빈티지 헐리우드 가니
비즈가 달린 톱과 선글라스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데님 팬츠 가니(Ganni), 양말 아르켓(Arket), 스트랩 슈즈 레이첼 콕스(Rachel Cox), 스마일 모양의 반지와 실버 네크리스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브레이슬릿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하는 내내 쾌활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예상보다 더 밝은 성격을 지녔다고 느꼈어요. 저를 처음 만난 분들은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내향적인 편이라 저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노는 것도 좋아해요.

2015년에 방송한 <슈퍼스타K 7>에 도전하며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어요. 그때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물론 아쉬움이 있었고 경연 과정도 힘들었는데, 결국에는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함께 출연했던 참가자들의 지인을 만나면서 뮤지션들과 관계를 넓히기도 했고요. <슈퍼스타K 7>이 제 음악과 관련한 모든 것의 출발점이에요.

일곱 살 무렵 합창단 지도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합창단 단원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동요 한 소절을 불렀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노래했더니 선생님이 “민서가 솔로 해도 되겠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 한마디에 너무 신나서 집에 가자마자 식구들한테 자랑했죠. 그 이후 줄곧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동방신기와 원더걸스를 비롯한 선배님들이 음악 방송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멋있다고 느꼈고, 실용음악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어요.

왜 그렇게 노래를 좋아했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감정에 심취해 노래할 때 드는 만족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제 노래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생긴 만큼 책임감도 느끼죠.

민서 씨가 노래할 때 가장 인상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누구인가요? 엄마요. 어릴 땐 제가 계속 노래하면 그만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참 좋아하세요. 가끔은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죠. 그럴 때면 저도 괜히 울컥하면서 감동, 미안함, 고마움 등 여러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엄마의 휴대폰 벨 소리도 몇년째 ‘좋아’예요.

‘좋아’는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일찍이 음원 차트 1위를 안겨준 곡이에요. ‘좋아’로 첫 1위를 한 순간, 주변 사람들이 엄청 기뻐했는데도 정작 저는 실감 나지 않았어요.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참 놀랍고 감사해요.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진 않아요? 초반엔 다급한 마음이 들었죠. ‘좋아’로 큰 사랑을 받은 후 발라드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곡을 선보였는데, ‘좋아’만큼 성과를 얻지는 못했거든요.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기면서 노래하려고 해요. ‘좋아’는 윤종신 선생님의 ‘좋니’의 답가였기에 제 인생에 찾아온 번외의 경험으로 여기고 있어요.

 

보디수트 아르켓(Arket), 헤어핀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전에 윤종신 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민서의 가창 속 화법은 미숙과 성숙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땐 지금보다 날것의 느낌이 강했어요. 20대 초반 특유의 어리고 귀여운 분위기가 음악에 녹아 있었죠.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노래할 때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요. 올해는 스물일곱 살 민서가 지닌 목소리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들려주려고 해요.

본인의 목소리가 지닌 어떤 점을 제일 좋아하나요? 제 목소리가 가벼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곡에 따라 다르게 부르더라도 어떠한 묵직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노래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한테 전하고자 하는 것을 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본인의 목소리를 무언가에 비유한다면요? 동트는 시간이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힘을 얻기를 바라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아침을 참 좋아해요. 오전에 집중이 잘되는 편이라 일찍 일어나서 많은 걸 하죠. 눈뜨자마자 커피를 한 잔 마신 다음,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어요. 보통 책 한 권을 볼 때 노래 한 곡을 반복 재생해요. 이를테면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을 자주 들어요. 이런 식으로 음악 감상과 독서를 병행하면 나중에 그 곡을 들을 때 읽었던 책이 생각나더라고요.

음악뿐 아니라 책과도 인연이 있죠. 지난해 11월에 에세이 <애정하는 사람>을 선보였어요. <애정하는 사람>을 발간한 출판사의 작가님들과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 종종 자문했죠. 그런데 어느 날 저한테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일 것 같아서 도전했는데, 원고를 보낼 때마다 심히 걱정되더라고요.(웃음) 다행히 쓰다 보니 점차 숙련되어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작사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아요. 욕심은 있지만 아직 시도해보진 못했어요. 노래할 때 가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훌륭한 가사를 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거든요.

사운드적으로는 어떤 음악에 마음이 끌려요? 세밀하게 다듬지 않은 음악이요. 강가에 앉아 기타를 치면서 차분히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죠. 특유의 울림이 있는 피아노나 사람의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연주도 제 감정을 건드려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와 <불가살>을 비롯한 드라마의 OST를 자주 불렀어요. 김바울, 시도, 양요섭 등 여러 뮤지션과 협업했고요. 그에 비하면 본인의 앨범이 적어요. 드라마의 장면과 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에 기쁨을 느끼고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뮤지션과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재미있지만, 제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은 항상 품고 있어요. 어떤 분야에서든 저만의 것을 갖고 싶고요. 요즘 한창 신곡을 준비 중이에요. 이번 음악을 통해 제 정체성이 보다 확고해지면 좋겠어요.

신곡에 대해 살짝 알려줄 수 있어요? 힌트는 ‘해시태그’예요. 그리고 이번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바라요.

지금 민서 씨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에 열정을 쏟는 것이요. 눈앞의 일들을 후회 없이 해내기로 저 자신과 약속했거든요. 오랫동안 제 신곡을 기다리며 심심했을 ‘민들레(팬)’를 향한 고마움을 품고, 지치더라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왜 팬들을 민들레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지은 별명은 아니에요. 팬들이 이 문장을 줄여서 직접 만들어줬어요. “민서의 노래, 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