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윤시내 롱 슬리브 톱과 스커트 모두 지수리(Jisoo Lee), 아이보리 베스트 한킴(Hankim).
이주영 안에 입은 블루 톱과 플로럴 드레스 모두 플랜씨(Plan C), 크롭트 재킷 지수리(Jisoo Lee).
오민애 시퀸 드레스 플랜씨(Plan C), 화이트 재킷 알크미(Alcmy).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톱과 스커트 셋업 한킴(Hankim), 안에 입은 블라우스 지수리(Jisoo Lee).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드레스 로에베(Loewe), 롱 슬리브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 문장은 그대로 영화의 제목이자 김진화 감독이 만든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그로 인해 길도 일도 잃은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는 진짜 ‘윤시내’를 찾아 나서고, 그 여정에 조회 수에 목마른 유튜버 ‘짱하’(이주영)가 합류한다. 그리고 이 여정은 누군가의 이미테이션이 아닌 진짜 나를 찾고 싶은 ‘순이’와 조회 수만큼 엄마의 관심에 목마른 딸 ‘하다’의 이야기임을 고백하며 실체를 드러낸다. 갈등과 회피, 어설픈 화해를 반복하며 두 사람은 서울에서 출발해 수원, 대전을 지나 진주에 다다른다. 각자의 허상을 조금씩 벗겨내고, 진짜 자신을 마주하며. 엉망인 채로 나아가는 모녀의 로드무비, 그리고 그 길 끝에 나타난 진짜 윤시내.

영화 제목이 <윤시내가 사라졌다>입니다. ‘윤시내’라는 인물이 먼저였을까요,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먼저였을까요? 김진화 후자가 먼저였어요. 사라졌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전설의 가수가 존재하고, 그가 사라지는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리고 이후에 그 가수를 어떻게 그려낼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픽션이니까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낼지, 실재하는 아티스트를 찾을지 고민하던 차에 유튜브에서 윤시내 선생님의 무대를 보게 됐어요. 그 후 무조건 선생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PD님이랑 미사리에 있는 카페 ‘윤시내 열애’에 찾아갔어요. 거기서 실제 공연을 보고 확신했죠. 이 에너지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안 되겠다, 무조건 윤시내 선생님이어야 한다 하고요.

본인을 소재로 하는 영화인데다 난생처음으로 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윤시내 영광이자 부담이었죠. 이야기에 제가 쓰인다는 점에서도, 실제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럼에도 도전하게 된 건 감독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어요. 믿고 가보자, 나는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해보자 한 거죠. 사실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도전해본 소감도 궁금한데요. 윤시내 저도 그렇지만 감독님도 체구가 크지 않아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느껴지는 힘이 굉장해요. 그러면서도 친절하게 배려해주셨고요. 그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연기는 역시 배우가 해야지, 전 어렵더라고요. 가사는 잘 외우는데 대사는 슛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얘져요. 오민애 낯설어서 그랬을 거예요. 우리도 처음엔 다 그랬어요.

영화는 윤시내라는 존재로부터 시작하지만, 엄마 ‘순이’와 딸 ‘하다’의 이야기로 흐릅니다. 두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는 것 역시 감독에게 중요한 과제였을 것 같습니다. 김진화 제가 유튜브를 많이 보거든요.(웃음) 오민애 배우도 유튜브에서 조성모의 ‘가시나무’ 부르는 영상을 보고 단박에 결정했어요. 숨이 많은 목소리가 참 좋았더라고요. 반대로 하다 역할은 결정하는 데 꽤 오래 걸렸어요. 다른 팀 감독이 걱정할 정도로요. 그때 다들 뭘 그렇게 찾는 거냐고 물었는데, 전 딱 하나였어요. 에너지. 하다 특유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가진 배우가 없었어요. 진짜 막바지가 되어서야 이주영 배우를 만났거든요. 멀리서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오는데, 그토록 찾던 게 이거구나 싶었어요. 이주영 제가 키는 큰데 몸에 힘이 없어요.(웃음) 김진화 시나리오를 쓸 때는 하다를 작은 체구에 빠른 박자를 지닌 인물로 상상했어요. 되게 애쓰면서 사니까요. 그런데 곱슬머리에 큰 키로 저벅저벅 걷는 이주영 배우를 보면서 ‘이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재킷과 팬츠 모두 잉크(EENK), 안에 입은 톱 한킴(Hankim), 화이트 러플 톱 알크미(Alcmy), 슈즈 플레이아데스(Pleiades).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반대로 두 배우에게 이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김진화 감독처럼 단번에 ‘이거구나’ 했나요? 오민애 그럼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죠. 순이는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예요.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한다는 사실부터 녹록지 않은 삶, 딸과 겪는 갈등 등 서사가 워낙 풍부하잖아요. 이 역할을 내가 하게 된다고? 이거 완전히 로또 당첨이다. 이런 생각으로 감사히 받아들였죠. 이주영 그간 어떤 정서나 서사를 보여주기보다 강렬한 캐릭터를 표현한 적이 많아요. 예전부터 가족 얘기를 무척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엄마와 딸 얘기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좋다고 했어요. 그 후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읽으면서 숨이 가쁘더라고요. 담긴 이야기가 워낙 많은데다 하다의 감정이 왔다 갔다 파도치는 거예요. ‘얘 왜 이러냐?’ 했죠. 그러다 후반부 휴게소 신부터 하다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어요.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그럴 테지만, 저 역시 중반부까지 비호감이다 싶었거든요. 그러다 후반부엔 감정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민애 저는 오히려 비호감 면모가 더 매력적이었어요. 대개 주인공을 영웅화하거나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잖아요. 그런데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나 미운 구석은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히 있어요. 이 영화는 그걸 보여주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맞아요. 진짜 윤시내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엄마와 딸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어설픈 화해를 반복해요. 그리고 영화는 이 과정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엉망인 채로 드러내고요. 오민애 갈등이 생기면 화해하는 게 아니라 무마해요. 회피하는 거죠. 좋아질 것 같으면서도 그냥 미적지근하게 흘러가고. 저는 이게 진짜 개연성이고 타당한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그러잖아요. 대단히 멋있는 말로 싸우지도 않고요. “니가 무슨 내 걱정을 하겠어.”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 걱정하는 사이였어?” 이렇게 사실적인 갈등이 보여서 좋았어요. 김진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저에게 하나의 핵심이 있었어요. ‘두 사람의 완전한 봉합은 없다.’ 물론 영화는 두 사람의 일시적인 화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은 평행선으로 살아갈 거예요. 그게 지금까지 제가 내린 가족의 정의예요. 결국 모녀는 서로를 개별로 바라보고 인정해줄 수 있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을 찾아가는 중인 거죠. 결국은 좁게 들어가 나 자신과 화해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오민애 이들의 여정은 각자 자기 안에 있는 묵은 어떤 허상들, 그걸 없애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미테이션 가수 순이는 자기 안의 허상인 윤시내라는 존재를 보내야 된다. 사라져야 한다. 윤시내가 사라지듯이. 그게 중요했을 거예요.

윤시내 선생님은 이 이야기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는지요? 사라지는 주체로서요. 윤시내 오랫동안 대중 앞에서 노래하다 보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영화에서 제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본 적은 없었나요? 윤시내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일동 폭소) 방송국에 가는 게 마치 학교를 가듯 저에겐 당연한 일상이었거든요. 사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어요. 항상 노래 가까이 있기를 바랐고, 무대가 없으면 제 존재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윤시내가 사라졌다 이주영 오민애 윤시내 김진화

이주영 재킷과 팬츠 모두 잉크(EENK), 안에 입은 톱 한킴(Hankim), 화이트 러플 톱 알크미(Alcmy). 오민애 톱과 스커트 셋업 한킴(Hankim), 안에 입은 블라우스 지수리(Jisoo Lee). 윤시내 드레스 로에베(Loewe), 롱 슬리브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진화 재킷과 드레스 모두 한킴(Hankim).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하는 엄마 순이와 유튜버 하다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요? 이주영 하다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을 표출하는 동시에 반대로 가리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하잖아요. 혼자 있을 때는 굉장히 공허한 얼굴을 하고요. 실제로 제게도 그런 다면적인 면이 있거든요. 친구나 가족과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연기할 때와 아닐 때 등. 다 다르죠. 이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오민애 글쎄요. 제게 가장 큰 고민은 이미테이션 가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선생님을 지켜보며 불가능한 바람이라는 걸 깨달았죠.(웃음) 제대로 무대에 서는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진화 그 대신 선생님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순이라는 인물을 완성했잖아요. 평소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자분자분 말씀하시는 분이 무대 위에선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고 순이가 가진 특성을 만들었거든요. 오민애 물론 가창에 대한 부담도 있었어요. 박자나 음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데 감정이 섞이면 조금씩 어긋나기도 하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윤시내 선생님은 원곡자로서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인 순이의 노래를 어떻게 들으셨나요? 윤시내 그렇게 잘하진 못했어요.(웃음) 농담이고요.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노래는 겉으로만 하면 티가 나거든요. 연기도 마음에서 우러날 때 더 멋진 표현이 나오잖아요. 오민애 배우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걸 느꼈어요. 이렇게 멋진 배우와 함께한다는 게 신기했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주영 저에게도 진기하고 멋진 경험이었어요. 윤시내 선생님과 연기할 때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좀 들었고요. 내가 어떻게 저런 분이랑 연기를 했지 싶었어요.

아, 그 장면이요? 약간 꿈처럼 보였어요. 오민애 선생님이 원래 몽환적이고 신비해요. 비현실적이에요. 그게 영화 안에서 굉장히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지금 만나고 있지만, 실제인가 싶습니다.(웃음) 김진화 공감해요. 늘 만나고 나면 스쳐 지나가셨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많은 만남과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 보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고 어떤 마음이 남았나요? 이주영 그냥 너무 좋았어요. 만족스러웠고요. 오민애 저는 보는 내내 울었어요. 처음에는 감격스러워서.(웃음) 저로서는 23년 만에 처음 장편의 주연을 맡은 거잖아요. 주연이라는 책임감이 컸는데, 영화가 너무 힘차게 시작하는 거예요. 그 발걸음에 감격하게 되더라고요. 그러곤 감독님이 너무 애쓰셨구나 싶어서 또 울고, 하다와 순이의 이야기에 빠져서 또 울고.(웃음) 이주영 저도요. 제 연기가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하다와 엄마 자체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 감정에 몰입해서요. 그게 영화가 잘 나왔구나, 안도하게 된 지점이었어요. 김진화 다행이다.(웃음) 오민애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지 말지 뭐하러 고민하겠어요. 냅다 한 거죠. 로또다!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