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재킷과 팬츠 모두 준지(Juun.J), 셔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슈즈 질샌더(Jil S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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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준지(Juun.J), 셔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얼굴의 느낌이 크게 다르네요? 감독님들도 자주 그렇게 말하세요. “균상이는 반대편에서 잡아, 여기가 더 좋다!” 하고. 어느 쪽은 더 어둡고 날카로운 느낌이고, 더 순해 보인다고요. 다양한 느낌을 지닌 얼굴이라는 말 같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고요.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써주실 걸 아니까.

오늘은 평상시 보이는 순하고 동그란 느낌보다는 날카롭게 담고 싶었어요. 웃지 않고 있으면 사나워 보이기도 해요. 처음 촬영 시안을 받았을 때부터 좋았어요. 강아지 같은 이미지를 주로 보셨던 터라. 오랜만의 화보 촬영인데 기분 좋고, 재미있었어요.

맞아요. 대형견 이미지가 있죠. 시베리안 허스키.(웃음) 순하디순할 것 같고, 나를 잘 지켜줄 것 같고. 드라마에서 그런 역할도 많이 했고 예능 프로에서 보이는 모습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애정이 없으면 애칭이 붙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좋죠. 사람 윤균상이 대형견 같다면, 배우 윤균상은 이제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의외로 이런 것도 잘하더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 마음 때문일까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을 선택했어요. 꽤 오랜만의 작품이죠? 고민이 많기도 했고,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몸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했죠. 그동안 액션을 많이 하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는데 제때 치료하지 못해서 몸이 많이 상했어요. 회복하는데 시간을 보냈고, 동시에 배우로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변화를 끌어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생각이 조금 정리됐나요? 사실 답은 없는 건데, 마음가짐은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연기를 연기했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조금 더 나 다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이런 태도로 대하면 나이 들수록 연기도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고민 속에서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장미맨션>의 공개를 앞두고 있죠.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을 만큼 매력적으로 느꼈다면서요. 12회 분량의 시나리오를 한번에 받아서 읽었어요. 의무감으로 본 게 아니라 찾아서 읽었죠. 보통 한 회를 마무리할 때 엔딩 신이 있고, ‘엔딩 맛집’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글로 읽어도 엔딩 맛집이라는 게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대본을 읽을 때 해당 장면을 상상하는데 유독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졌고요. 한 회 분량의 대본을 읽고 나면 다음 회를 읽을 수밖에 없는, 시작하면 무조건 끝을 보게 되는 중독성 있는 이야기예요.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수상한 이웃들을 추적하는 형사 ‘민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어떤 인물인가요? 제가 민수라는 인물을 선택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미리 설명을 듣기보다 작품을 보면 아시게 될 거라 생각해요. 민수는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캐릭터예요.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다정하죠. 감독님과 민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 오는 흐린 날의 나무 같은 남자라고 표현했어요. 곧고 단단히 우직하게 서 있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내면의 추를 가진 인물이라고요. 포근한 듯 보이면서도 젖어 있는. 왜 젖은 나무는 차갑잖아요. 이런 다양한 이미지가 민수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출은 맡은 창감독(윤홍승) 감독은 <장미맨션>에 대해 ‘욕망과 집착의 이야기’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재건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현실 밀착형 스릴러죠. 돈을 향한 욕망, 사람에 대한 집착, 진실을 알고 싶은 욕망 등 작품 안에 다양한 욕망과 집착이 있어요. 민수에게는 범인을 잡고 싶은 집착, 피해자의 일을 해결해주고 싶은 욕망도 있을 테고요.

 

셔츠 아워레가시(Our Legarcy), 와이드 팬츠 준지(Juun.J), 플립플롭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디건 아워레가시(Our Legarcy), 팬츠 준지(Juun.J), 네크리스 우니쿠(UNICO),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셔츠 르메르(Lemaire), 벨트 리바이스(Levi’s), 팬츠 코스(COS).

 

배우 윤균상은 어떤가요? 주로 어떤 것을 욕망하거나 욕심내는 편인가요? 지금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가장 크죠. 한데 내가 마음먹는다고 해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하는 거니까. 사람들에게 “쟤, 괜찮은 배우야”가 아니라 “쟤, 참 좋은 배우야, 잘하는 배우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 욕망과 집착이 강한 것 같아요.

좋은 집이나 돈을 좇는 물질적 욕망과 달리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욕망은 단지 상을 몇 개 더 받는다고 해서, 비중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맞아요. 연기 대상을 받는다면 나는 좋은 배우일까? 질문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소소한 것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려 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분들에게 “너는 좋은 배우야”라는 말을 들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제가 없는 자리에서도 윤균상은 좋은 배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요.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어요? 맡은 일을 잘하는 건 물론이고, “나는 균상이가, 균상이 형이 현장에 오면 좋아” 하며 사람들이 찾는 사람이고 싶어요. 간혹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아, 균상이 형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는. 저도 그렇게 찾던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선배님 중에서 감독님 옆에 앉아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꿔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은 기다리게 되거든요. 배우로서도 대단하고 멋지지만 인간적으로도 본받고 싶은 그런 분들이요.

배우로 살아가며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변화한다고 느껴요? 그럼요. 배우로 일하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가 어떤 일을 처음 겪으면 그때 느낀 기분을 잘 기억해두려 하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그래요. 연기할 때 이전에 겪은 비슷한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재료들을 쌓아두는 거죠. 내 안에 경험과 감정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쌓여야 그걸 바탕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접근하면 연기를 연기하는 상황밖에 안 되니까요.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투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인물을 이해할 수는 있잖아요. 그런 점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게 만들어요.

감정의 재료를 쌓아두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감각을 최대치로 열어두어야 할 것 같아요. 매 순간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가 원체 감정적인 편이라 어렵진 않아요. 소위 감정적이라고 하면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텐데요. 그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을 최대치로 반응하는 것에 가까워요. 기쁜 일에는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한없이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인 거잖아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는 거죠. 평소에도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가려고 애써요.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쓰다 보면 상처받는 일도 생기죠. 이런 이유로 혹자는 일부러 감정을 통제하기도 하잖아요. 물론 감정을 많이 쓰기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아요. 하지만 그만큼 감정을 많이 풀어내니까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도 많이 하죠. 엉엉 크게 소리 내 울어본 사람은 울고 나면 감정이 가벼워지는 걸 경험으로 알잖아요. 감정에 상처를 받아서 마음의 문을 닫는 이유는 풀어내야 하는 감정을 숨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감정을 쌓아두면 문제가 커지는 것 같아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정서가 있잖아요. 다 큰 성인이 속을 다 터놓고 울고불고하면 흠이 될까 봐 걱정하는 사회니까요. 술에 만취해야 간신히 풀어내는 정도잖아요. 감정적인 부분에서 상처를 받는 분들은 한번쯤 그 감정을 바깥으로 꺼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해요. 감정적이어서 받은 상처는 감정으로 푸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고양이 집사로도 알려져 있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돌보는 대상에게 오히려 본인이 돌봄을 받고 있다고 하잖아요. 어떤 대상을 소중히 아끼고 돌보는 것이 본인에게 무엇을 주는 것 같은가요?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사랑도 받기만 하면 안 되고 어딘가에 줘야 하거든요. 그러지 않으면 외롭고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누군가에게 지금처럼 관심을 받기 전이었는데도 마음이 허전할 때가 많았어요. 사랑을 준다는 게,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늘 느껴요. 저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느낌일 거예요. 사랑을 주는 행복이 받는 것만큼, 혹은 받는 것보다 더 크다는 걸 알죠.

원래 사랑이 많은 편이에요? 아니요.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늘 밖으로 나다니는 편이었는데, 고양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조금 차분해졌어요. 그래서 나를 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 위로를 우리 고양이, 아기들한테 많이 받죠.

 

티셔츠와 트렌치코트, 슈즈 모두 르메르(Lemaire), 팬츠 인사일런스(In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