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아끼려고 노력해요.
건강을 아끼고, 말을 아끼고요.나를 계속 돌아보며 예의를 지키고,
어떤 대상을 쉽게 혐오하지 않으면서
최대치로 사랑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이전에는 ‘이만큼, 이게 딱 나야’ 하고
알게 모르게 한계를 그었다면
지금은 그 한계를 조금씩 넓혀서
한 걸음 더 가보려고 해요.”
1년 만이죠. 지난 인터뷰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고 했는데, 바람이 이뤄졌나요? 네. 이뤘어요. 독‘ 립했습니다!’ 하고 말하기도 참 쑥스러워요.(웃음)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아직 제 취향을 잘 몰라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보고 있어요. 조명도 찾아보면서요.
처음 혼자 살아보는 거죠? 네, 독립한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 방에서 연기 연습을 하는데 거실에서 소리가 다 들리니까 쑥스러워서요. 연습하고 있는데 엄마가 똑똑 문을 두드리며 ‘과일 먹어라’ 하시니까.(웃음) 분명한 건 혼자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파악돼요. 아직 외롭지는 않고요. 얼마 되지 않아서 집들이도 못 했어요.
혼자 있을 때 본인은 어떤 사람인 것 같던가요? 혼자 있을 때는 상상을 많이 해요. 생각보다 말이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게 드라마 찍을 때는 많은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촬영하잖아요. 그래서 때로 맡은 역할과 실제 내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이 혼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죠. 연기의 새로운 즐거움도 알아가고 있나요? 연기가 더 좋아졌어요. 재미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요. 예전에 ‘너무 재미있다’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연기하는 건 참 좋다’ 하고 생각해요. 배우가 돼서 참 다행이다 싶을 만큼. ‘좋아하는 마음을 잘 유지하려면 나를 잘 지켜야겠다, 연기를 좋아하지만 나를 지키며 잘 해나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본인의 무엇을 지키고 싶어요? 종종 엉뚱하다는 말을 들어요. 모두가 A를 선택할 때 괜히 B로 가고 싶고, 다 B를 선택한다고 하면 굳이 A로 가고 싶어요. 이걸 엉뚱하다고 표현한다면, 저는 그 엉뚱함에서 새로움이 생긴다고 믿어요.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걸 경계하고요. 이 일뿐 아니라 일상에서도요. 매일매일이 다르길 바라요. 동일한 것이 반복되는 틀 안에 있으면 제가 사라질 것 같거든요. 약간 어긋나려는 마음, 아무도 안 하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나서서 하고 싶고, 누군가 ‘끌리지 않는데?’ 하면 ‘내가 한번 해볼게’ 하는 면이 있어요. 안정적인 선택을 해본 적도 있지만 늘 좋지 않았어요. 안정적인 선택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해도 크게 기쁘지 않았거든요. 상황은 좋았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의외의 선택은 믿음에서 출발하잖아요. 자신을 얼마큼 믿으려 해요? 배우가 되기 전까지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 초등학교 때 축구 하면 편을 나누잖아요. 가위바위보 해서 원하는 팀원을 데려갈 때 저는 주로 남아 있는 아이였어요. 이도 저도 아니어서 필요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사람이 되려면 자기암시를 해야 하더라고요. ‘그렇게 될 것이다’ 하면서 어떻게든 믿어보려고 하는 거죠. 눈만 감으면 뭐든지 될 수 있잖아요.(웃음)
많은 사람이 자기암시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거울을 보면서 외치는 건 아니고요.(웃음) 겨우겨우 하는 말인 거죠. 실제로 누군가의 ‘안 되지 않을까?’ 하는 말에 믿음이 확 줄어들기도 하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로 나 자신을 부풀려놔요.
자기 확신의 부풀림이 줄어들 때마다 하는 일상의 루틴도 있어요? 주문이 잘 먹히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어요. 좋다, 좋다 해도 암시가 잘 안 될 때는 붙잡고 있던 감정을 확 풀어놔요. 소리 내 울기도 하고요. 이때 유일한 규칙이 있어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있을 것. 가족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많이 하는데, 요즘 생긴 취미가 세차예요. 닦으면 닦을수록 마음이 편해져요. 세차만큼 생각을 비우는데 도움이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세차할 때 옆자리 분들을 슬쩍 보니까 다양한 아이템이 많더라고요. 비슷하게 따라하다 보니 제법 느낌이나요.
마음이 깨끗해질 때까지 닦는군요.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좀 개운해지는 게 있죠. 네. 최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행위예요. 요즘은 내가 모르고 싶은 정보도 알 수 있잖아요. 내가 알고 싶은 것만 선별해서 보고 싶어요. 너무 많은 걸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휴대폰 앱을 몇 개 지웠더니 조금 편안해졌어요. 휴대폰을 손에서 못 내려놓겠더라고요. 휴대폰이 없는 게 그렇게 불안한 일인가 새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센스 향을 피우는 것도 좋아요. 최근에 편백나무인가? 나뭇조각을 태우는데 향이 너무 좋은 거예요. 공기청정기는 막 빨간 불빛이 들어오고 난리가 나는데.(웃음)
극 중 인물은 결국 어떤 사람, 어떤 배우에게 입혀지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죠. 배우로부터 비롯되는 일이니까요. 앞으로 연기할 인물들에 인엽 씨의 어떤 면이 스며 있길 바라나요? 진심이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제가 아예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에서도 배우들은 저마다 다르게 표현하잖아요. 저는 그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오롯이 닿기를 바라요. 요만큼이라도 전달되면 그걸로 됐어요. (보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진심을 다해 표현하려고 했다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라는 건 그것뿐이에요.
배우로 살면서 스스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느끼기도 해요? 저를 아끼려고 노력해요. 건강을 아끼고, 말을 아끼고요. 나를 계속 돌아보며 예의를 지키고, 어떤 대상을 쉽게 혐오하지 않으면서 최대치로 사랑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이전에는 이‘ 만큼, 이게 딱 나야’ 하고 알게 모르게 한계를 그었다면 지금은 그 한계를 조금씩 넓혀서 한 걸음 더 가보려고 해요. ‘어? 생각보다 괜찮네?’ 하면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도록 스스로를 키워가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아끼며 요즘 새롭게 발견한 나의 예쁜 모습이 있다면 뭔가요? 생각보다 힘든 일을 잘 잊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생각에 갇히지 않고, 딱 필요한 순간만 기억하고 뭐든지 잘 흘려보내더라고요. 무척 좋은 일도, 몹시 좋지 않은 일도 하루가 지나면 흘려보내요. 미화도 잘해서 나쁜 일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 하고 잘 넘길 수 있는 긍정적인 추동이 깔려 있어요. 이 부분은 부모님의 영향이 커요.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어요. 남은 하반기에 기대하는 일이 있다면요? 서울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으로 옮기며 첫 오프라인 팬 미팅을 하게 될 거예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게 될 것 같고요. 특별히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조금 더 침착하자 하는 마음이 커요. 남은 5개월도 지금처럼 잘 지나가겠죠. 충분히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