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원더’ 공연에 대한 후기가 SNS에서 계속 공유되는 중이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무대였는데, 어떤 경험이 되었나? 마지막에 부른 ‘parachute’ 한 곡 정도는 관객이 따라 부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첫 곡인 ‘in case you miss me’부터 같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고 나와 밴드 멤버 모두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랐고,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그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신나게 즐겨주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다. 그간 꽤 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아마 내가 음악을 만드는 내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무대만큼이나 중간에 갑자기 갈아입은 티셔츠도 화제였다. 한글로 크게 ‘자몽 소주’라고 적힌 그 티셔츠는 어디서 구한 건가? 그냥 디자인이 쿨하고 멋있어 보여서 산 거라서 그 글자의 뜻이 ‘자몽 소주’인 줄도 몰랐다.(웃음) 미국 공연 때 입고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 영상에 한국 사람들의 댓글이 많은 걸 보고,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면 꼭 가져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출국 일주일 전에 잃어버려서, 급하게 새로 주문해서 입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나의 두 번째 자몽 소주 에디션이다.(웃음)
세트리스트 구성에 공을 많이 들였을 거라고 예상했다. 1시간가량의 공연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흐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템포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천천히, 그렇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다 갑자기 쏜살같이 달리고, 정적인 구간을 지나 다시 달리고. 그러면서 관객 역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공연이 끝났을 때는 피곤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길 바라면서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간 공개한 곡을 모두 들어봤는데, 가사를 읽어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맞다. 실제 이야기를 주로 쓰는 편이다. 그래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경험을 가사에 담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 이야기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려 애쓴다. 단순하게 ‘사랑해’라 말하지 않고 보다 흥미로운 표현법을 찾게 된다.
음악을 만들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조가 있나? authentic(진짜의), connected(연결된), free(자유로운).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무언가 진짜 감정을 발견하기를, 더 자유롭기를,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란다. 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생각하고, 그래서 늘 이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며 음악을 만든다.
사랑 역시 당신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꽤 많은 곡에서 가족, 특히 아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아내를 만나고 음악뿐 아니라 내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 그러니 음악에서 사랑에 대해 언급하는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예전에는 누군가의 곡을 커버하기만 했지 내 음악을 만들 생각도 못했는데, 본격적으로 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된 것도 아내의 영향이 크다.
만약 당신에게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글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다.(웃음) 조금 더 어둡고 소울풀한 장르를 다뤘을 것 같긴 한데, 그게 좋은 음악으로 나왔을지는 모르겠다. 아내를 비롯해 아이, 강아지, 친구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 다닐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는 곡 ‘if we never met’도 안 나왔을 테고.
어제 공연에서 신곡 ‘Guitars and Drugs’의 라이브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좀 전에 언급한 요소가 모두 담긴 곡이지 않을까 싶었다. 맞다.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 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모든 요소를 담은 곡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최대한 심각하지 않게, 즐겁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내가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니 이번에도 원 테이크로 찍은 장면이 많았다. 뮤직비디오에서 원 테이크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그렇게 찍는 걸 좋아한다. 춤과 같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따라 흐르는 방식이지 않나. 동선에 맞춰 계획을 짜는 것도 재미있고, 또 한 번에 다 해냈을 때의 희열도 있다. 만드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커서 자주 시도하는 편이다.
시아, 브루노 마스, 존 메이어 등으로부터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시아나 브루노 마스의 무대를 보면 마치 곡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온전히 음악에 빠져서 노래하지 않나.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존 메이어는 매번 지금보다 더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닿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이미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좀 더 나은 기준을 추구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영향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반대로 스스로 전하고 싶은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음악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은가? 훌륭한 보컬리스트로 기억되고 싶다. 동시에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한 아티스트이길 바라고, 그러면서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 관객에게 또 한국에 오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싶나? 밴드 멤버들을 다 데리고 와서 더 크고 웅장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 만드는 곡을 색으로 표현할 때가 많은데, 각각의 곡을 노래할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색으로 공연장이 뒤덮이면 좋겠다. 컬러풀한 공연이 될 것 같다.
그때도 자몽 소주 티셔츠는 꼭 입고 오면 좋겠다.(웃음) 아마도, 또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