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과 민니의 관계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미연 둘 다 (여자)아이들의 메인 보컬이자 맏언니예요.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동갑내기 친구고요.
민니 또 다섯 멤버 중 우리 둘만 왼손잡이예요.
공통점이 많네요. (여자)아이들로 데뷔하기 전, 둘이서 노래하는 영상을 ‘댕댕이 자매’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적도 있고요. 댕댕이 자매가 (여자)아이들의 메인 보컬이 된 지금, 서로의 노래에 어떤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미연 민니는 어떤 곡이든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요. 민니의 노래를 워낙 좋아해 평소에도 자주 들어요. OST를 비롯한 외부 작업을 포함해서요.
민니 극찬이네요.(웃음) 미연이 노래는 귀에 확 꽂혀요. 목소리가 얇은데도 힘이 느껴지죠. 본인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매력이 분명 있어요.
미연 (여자)아이들 음악의 대부분을 작업하는 소연이나 우기처럼, 민니도 직접 곡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멤버들의 목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만든 (여자)아이들의 음악에 멤버들의 목소리를 더할 때, 민니는 주로 어떤 방식을 따르나요?
민니 멤버들이 자유롭게 노래하도록 하는 편이에요. 모두에게 슬프게 불러달라고 요청해도, 저마다 본인의 스타일로 표현하기 마련이잖아요. 각 멤버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들어보면서 열린 마음으로 디렉팅하려고 해요.
미연 민니의 음악에 담긴 제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요. 최근에 공개한 EP <Ilove> 중에서는 ‘조각품’의 후렴을 꼽고 싶어요. ‘나 미치게 사랑받고 싶어, 너의 조각품이 되어도’라는 가사가 슬픈데, 제 목소리로 찌르듯이 노래하니까 색다르더라고요. 슬프지 않아서 묘했어요.
미연이 느끼기에 소연, 우기, 민니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요?
미연 소연이의 곡은 컨셉트가 명확해요. 우기가 만든 곡은 강한 느낌이 들고, 민니가 작업한 곡은 감성적인 면이 있죠. 각자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데도 들어보면 곡을 만든 멤버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그 덕분에 (여자)아이들의 앨범이 다채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 5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소연이 다음 앨범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이 공개되었죠.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나의 모습으로 미움받겠다”라는 말이 강력한 스포일러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민니 우리도 방송을 보고 알았어요.(웃음) 소연이는 본인이 철저히 준비해 어느 정도 완성해놓은 아이디어를 우리와 공유해요. “이번 앨범의 음악은 어떤 느낌으로 만들어볼까?”라고 물어보면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답하더라고요.
미연 이런 대화가 데자뷔처럼 반복돼요.
민니 각자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앨범 테마와 맞춰가도 되니까요. <I love>에 수록한 ‘Change’도 제가 2년 전쯤 쓴 곡인데, 이번 앨범에 실리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죠.
<I love> 활동을 준비하며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지점이 있다면요?
민니 타이틀곡 ‘Nxde’ 도입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사의 의미를 따라 끼 부리듯이 연기하며 노래했고,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를 오마주한 뮤직비디오 속 장면을 위해 마릴린 먼로의 영상들을 찾아서 봤죠. 그 특유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면서 크게 감탄했어요. 상징적인 인물이 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미연 저도요. 또 ‘TOMBOY’로 활동할 때 (여자)아이들이 어리지만 당찬 이미지였다면, ‘Nxde’에서는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제가 봐도 슈화를 비롯한 모든 멤버가 이번에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표현한 성숙은 ‘섹시’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동의해요. ‘Nxde’가 꾸미지 않은 본모습을 ‘누드’에 빗대며 외설적 시선을 뒤집는 곡이기도 하고요.
미연 그동안 선보인 (여자)아이들의 음악 중 ‘Nxde’만큼 메시지가 명확한 곡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 메시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보다 잘 표현해내기 위해 멤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죠.
민니 <I love>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스케치 필름에 우리가 가운을 벗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찾아서 봤어요. “오 마이 갓!” 하며 놀라는 이들이 많았죠.
미연 누드를 야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누드라는 단어의 의미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음악에 녹여내는 것 자체가 멋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하루빨리 이번 앨범을 사람들한테 들려주고 싶었어요.
<I love>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죠. 평소 사랑을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
미연 전 표현을 많이 해요. 제 안에 사랑이 넘치고, 그만큼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요.
민니 미연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문장 끝에 항상 하트를 붙여요. 응응 알겠어(하트), 고마워(하트). 그런데 전 미연이처럼 표현을 잘하지는 못해요. 조금 부끄럽거든요.
미연 그만큼 안 해도 괜찮아.(웃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도 있죠.(웃음) 사랑이 어떤 힘을 지닌다고 믿어요?
미연 사랑만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민니 사랑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인, 가족, 친구 등 모든 관계에서요.
미연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잖아요. 지금 이 스튜디오에도 사랑이 느껴지고요. 그래서 <I love>에 담길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요?
민니 마지막 트랙 ‘DARK (X-file)’부터 1번 트랙 ‘Nxde’까지 역순으로 들으면 어떤 사랑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나에 대한 사랑으로 마무리되거든요. <I love>는 제가 저를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를 먼저 아껴줘야 다른 존재에게도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미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우리도 <I love>를 준비하며 많이 배웠어요. 이번 앨범은 ‘(여자)아이들은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한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자신을 점점 더 사랑해가는 중이라고 전해요.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녹아 있고요.
미연과 민니는 스스로의 어떤 점을 가장 사랑하나요?
민니 인내심이 강해요. 가끔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꾸준히 열정을 다한다면 언젠가 더 밝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연 전 민니랑 조금 달라요. 인내심은 강하지 않지만,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제가 잘 이겨낼 거라고 믿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에요. 마음속에 큰 목표만 지니고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나아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목표를 바라본다는 점은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데뷔 후 활동을 이어가며 무엇을 얻었나요?
미연 하루하루 저를 더 알아가고 있어요. 제가 지나가듯이 했던 말, 무의식중에 꾸준히 좋아해온 것을 팬들이 기억해줘요. ‘미연이는 초록색을 좋아하잖아’라는 식으로 저한테 되짚어주고요. 자신을 면밀히 살피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팬들이 우리보다 더 우리를 유심히 바라봐줘서 참 고마워요.
올해 (여자)아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I NEVER DIE>를 선보였고, 처음으로 월드 투어를 했고, EP <I love>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돌아보면 2022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미연 한 해를 돌아볼 새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모든 활동이 즐거웠으니 아쉽지 않아요. 내년에도 뒤보다는 앞을 보며 쭉쭉 나아가고 싶어요.
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페이스를 잘 조절하면서요. 내년에도 펼쳐질 (여자)아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주면 좋겠어요.
미연 예전에는 크고 작은 새로움을 두려워했지만, 이젠 주저하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어요. 저 혼자가 아니라 멤버들, 팬들과 함께 하는 일이니까요.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혹시 지금 공개할 수 있는 활동 계획이 있나요?
미연 연말 시상식 무대에 오르지 않을까 싶고요. 그다음 앨범에 대해서는 아마 소연이가 알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무척 바쁜 것 같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