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새해를 맞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날은 SMTOWN LIVE 2023 무대에 올랐고, 둘째 날 인 오늘은 처음으로 단독 커버 촬영을 했어요. 사실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같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면서 보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싶다며 계획을 세운 적이 없는데, 하고 나니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의 제 모습을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고, 이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잖아요. 과정도 재미있고요. 마지막 날 밤에 카운트다운을 할 때보다 오히려 오늘 촬영하면서 새해를 맞는 기분을 더 느낀 것 같아요.
카운트다운을 할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지난해 까지만 해도 ‘우아, 한 해가 지났다’ 이런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희한하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이 기분의 정체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전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싶어요.
시간의 흐름을 다른 속도로 체감하는 첫 해이니, 다짐 하거나 계획한 것도 이전과 다른가요? 버킷 리스트는 비슷해요. 자잘하게 여러 개를 계획하는 편이거든요. 올해는 스노보드 더 잘 타기를 비롯해 전보다는 팬들과 대면할 기회가 늘어날 테니 이런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도 생각하는 중이고요.
버킷 리스트를 정할 때 소망을 담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들을 계획하는 편인가 봐요. ‘이룰 수 있을 법 한’이 전제가 되어야 해요.(웃음)
현실적으로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자신의 성장을 명확히 체감하죠. 전보다 나아진 것, 해낸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챌 테니까요. 맞아요. NCT라는 팀으로 봤을 때는 콘서트의 규모나 형태가 달라질 때나 저희 팬덤인 시즈니와 마주할 때 주로 성장을 체감해요. 개인적으로는 녹음할 때 가장 크게 느끼고요. 예전에는 이 녹음이 어떻게 믹싱되어 완성 될지 감이 아예 없었거든요. 제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몰랐던 거죠. 그런데 작곡가에게 받은 디렉션을 토대로 계속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감이 잡히더라고요. 지금은 곡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예측되고 그에 맞춰 소리를 내는데 그럴 때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싶어요.
곡을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도 전보다 단축됐겠네요. 예전에는 한 음절 한 음절 무슨 뜻인지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들어보고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해요.
기점이 되는 특정한 앨범이나 곡이 있나요? (이렇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제가 되게 오랫동안 깨우치지 못했거든요. 2021년에 나온 첫 정규 앨범 <맛 (Hot Sauce)> 때부터 조금씩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성장의 동력이 되어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연습생 시절에는 경쟁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칭찬이었고요. 지금은 팬의 존재예요. 오로지 저희만을 위해 시간을 내 보러 와주고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열심히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보여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동력이지 않나 싶어요.
NCT DREAM을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성장’이에요. 워낙 어릴 때 데뷔해서 키가 크고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을 새 앨범과 무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팀 이니까요. 기특하다, 대견하다는 소리 많이 듣죠? 네. 데뷔 때부터 좋아해준 분들은 마치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봐주는 것 같아요.(웃음) 모든 부모에게 는 자식의 어릴 때 모습이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잖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어도 아끼는 마음으로 아이처럼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요. 저희 팬이 그런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가 열다섯, 열여섯 살 때 처음 무대에 섰던 그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어 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어떤 말을 듣고 싶어요? 큰 걸 바라지는 않아요. 그냥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되게 고마울 것 같아요.
의외네요. 그간 해낸 일에 대한 칭찬의 말일 줄 알았거든요. 가수이자 연예인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어 그런 것 같아요. 누군가를 떠올리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일곱 살에 데뷔해 7년이 흘렀어요. 대개 20대 중반쯤 개인적으로 성향이나 취향이 정립된다고 하는데, 어떤 취향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취향이 변하지는 않고 깊어진 것 같아요. 예전부터 멤버들 사진이나 영상 찍어주는 걸 좋아하고 테크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게 지금은 카메라를 공부하는 쪽으로 연결 됐어요. 오늘도 조명 쓰는 방식이 신기해 사진가에 게 이것저것 한참 여쭤봤어요. 새로운 기기가 나왔다고 하면 열심히 찾아 알아보고요. 또 정적인 것 보다는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운동을 이것 저것 즐기는 편이고요.
어떤 운동을 선호하나요? 저는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로 하는 운동보다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스노보드, 수영같이 혼자 몰입하는 운동을 더 좋아해요.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유추하게 되는데요. 스스로는 어때요?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어휴, 멀었죠. 어릴 때부터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 같아요. 나이가 더 들면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다 아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만약에 다 알 수 있다면 알고 싶은가요? 아니요. 뭐랄 까, 저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때도 있어야 성장하지 않을까요. 모르는 채로 맞이해야 기쁜 일이면 더 기쁘고, 슬픈 일은 더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미니 앨범 <We Go Up> 때부터 꾸준히 맡은 파트의 랩 메이킹을 직접 하고 있어요. 가사를 살펴보면 우리 혹 은 너를 주어로 하는 이야기가 많던데요. 지금 ‘나’를 주 제로 가사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희망차고 자신감 넘치는 내용이 많았는데, 만약 저에 대해 쓴다면 그 반대 일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점에 대한 고민이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어요.
또 오늘처럼 홀로 무언가를 해본다면 어떤 것들을 시도 할 것 같은가요? 항상 팀으로 많은 일을 해서 그런지 혼자 무언가를 하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오늘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는 작업은 계속 해보고 싶어요. 화보를 찍을 때 가장 좋은 점이 배경이나 조명이나 스타일 링이 변하면서 조금씩 달리 보이는 제 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걸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또 뭘 해볼 수 있을까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볼까 싶기도 해요. 아직 새해가 밝은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지금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계획을 세워봐야죠.
오늘의 재민을 언어로도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발견한 나의 모습에 대해 요약한다면요? 이건 개인 취향인데요, 제가 오늘 찍은 사진 같은 톤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엄청 만족스러워요. 결론은 ‘재민은 잘생겼다’.(웃음)
결론을 위한 결론이 아닌가요?(웃음) 아마도요. 자주 하는 말이라 저를 아는 분들은 아마 놀라지도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