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동안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들었어요. 골프에 빠져 있다면서요? 꽤 오래전부터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싶었는데, 골프를 해보니까 이거다 싶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아, 몸을 쓰는 스포츠의 한 종목이라는 것도요. 비시즌이라고 누워만 있으면 안 되거든요. 몸을 움직이는 방법 중 제일 재미있는 취미를 찾은 것 같아요.
그간 쌓아온 운동 능력이 도움이 되던가요? 아뇨. 골프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던데요. 농구는 드리블이든 패스든 계속 공이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골프는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 형태라 저에겐 많이 어렵더라고요. 되게 섬세한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평균 기록은 어느 정도예요?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아서 기록이라 말하기도 뭐한데(웃음) 애버리지 110이요. 되게 못 치는 거예요. 그런데 앞으로 계속 해보려고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골프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 같거든요. 저는 1년에 비시즌 기간 몇 달만 칠 수 있으니까 남들보다 더 길게 보려고요.
이제 본업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지난 시즌(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은 선수로서 꽤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해 새 팀에서 시즌을 치렀잖아요. 지난 시즌에 대한 소회를 남긴다면요? 확실히 새로웠어요. 초반에는 긴장감도 약간 있었고요. 다행스러운 건 아버지가 감독을 하실 때 자주 갔던 경기장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코트에 빨리 적응했다는 점이에요. 기존 선수들에 잘 융화되는 것도 중요했는데, 주장인 (정)창영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그 부분도 어렵진 않았고요. 부상도 입고 아쉬운 경기도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부상을 당한 경기죠. 그 때문에 두 달가량 출전할 수 없었는데,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어요.
5라운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격돌한 경기였죠. 중계로 봤는데, 화면으로도 고통이 전해질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어요. 착지하는 순간에 ‘아, 이거 심한 거다’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 많이 아팠거든요. 그날 이후 한 달가량은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웠어요.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고 침대 밖으로 발을 떨어뜨리면 피부색이 검게 변하면서 붓더라고요.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까지 멍이 드니까 몇 걸음도 못 떼는 거죠.
많은 사람이 시즌 아웃을 예상했는데, 두 달 만에 코트로 돌아와 경기를 뛰었어요. 생각보다 몸이 빠르게 회복된 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신력으로 해낸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트레이너 정우 형이 24시간 내내 케어해준 덕이 제일 커요. 지극정성이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도와줬거든요. 그럼에도 몸을 제대로 회복하려면 5개월을 쉬어야 했어요. 지금도 통증이 남아 재활하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뛸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갔어요.
책임감 때문이었나요? 그 마음도 당연히 있었죠. 이적한 첫 시즌이고, 그래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그래서 플레이오프 결과가 더 아쉬웠을 것 같아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6강에서 시즌을 끝냈으니까요. 맞아요. 바로 떨어져서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승패를 가르는 경기에서 패배해 분하고 아쉬운 마음을 감당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이런 마음을 어떤 식으로 다스리나요? 감정을 다스린다기보다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못했으니까 진 건 맞잖아요. 인정해야죠. 그래서 기분을 추스르려고 애쓰지도 않아요.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런대로 둬요. 계속 좋지 않은 채로 있진 않을 걸 아니까요. 그리고 좀 나아진다 싶으면 다시 중심을 잡고 해야 할 것을 찾는 식이에요.
명쾌하고 말끔하네요. 지난 일을 복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다음 경기를 뛰어야 하고, 또 다음 시즌이 있으니까 그쪽을 보려고 해요.
지난 시즌 본인의 활약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건가요? 0점이요. 다쳤잖아요. 프로 선수는 절대 다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어떤 경기든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니까요.
부상을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변수인데도요? 그때 컨디션이 좋고,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몸 관리를 잘 못했구나 싶어요.
그 말을 들으니 다음 시즌의 목표가 명확해 보이네요.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전이겠죠? 그럼요.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첫째 목표예요. 아마 모든 선수가 그럴 거예요. 더군다나 다음 시즌은 (최)준용이도 이적해 합류했고, (송)교창이도 제대해 멤버 구성이 더 탄탄해졌거든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모두 뛸 수만 있다면 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일 테죠? 당연히 우승을 바라보고 해야죠. 매 시즌 시작점의 목표는 항상 같았어요. 저는 늘 우승하겠다는 마음으로 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