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위에서, 무엇을 마주하더라도. 배우 금새록에게 피어난 용기.
최근의 발견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요.
여유로운, 조금 더 자유로운 모습이요. 예전에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그게 꼭 외적으로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요. 저 자신을 예쁘다고 생각지 않으니까 불안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려 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최근에 조금 더 나를 인정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더 자유롭게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파도치는 바다보다는 고요한 호수에 가까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어요.
호수에 파도가 칠 수 있다면 그게 지금의 제가 아닐까 싶은데요.(웃음) 호수같이 잔잔하고 안정적인 삶이 이상적인 거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래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게 옳은가 싶더라고요. 파도도 좀 맞아보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 나가보기도 하고 그래야 뭔가를 얻을 수 있는데…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좋을 수도 있잖아요. 삶의 진폭이 커져도 좋겠다 싶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일을 좀 겪었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을 마주하고 표현하면서 또 조금 달라졌고요. 나이가 들었나 봐요. 하하.
이별 뒤엔 또 다른 만남이 있다고 하잖아요. 영화 <카브리올레>와 작별하고, 새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를 만났어요. 이번에 맡은 ‘다림’은 어떤 인물인가요?
‘희망’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희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겪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희망을 가져요. 되게 씩씩해요.
36부작에 이르는 꽤 긴 분량의 작품입니다. 올여름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시작했어요.
첫 작품이 50부작 주말드라마였어요. 이후에 오랜만에 만난 긴 분량의 작품인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해요. 이 작품을 하면서 가지는 제 희망이 있다면, 즐겁게 끝까지 이 인물을 사랑하는 거예요. 사랑에도 에너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지치고 힘들면 사랑하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열심히 애정을 쏟기 위해 체력과 진심, 즐거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그건 극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을 맡았기에 갖는 책임감이기도 하겠죠?
그런 마음도 있을 거예요. 현장은 모든 방향이 배우를 향해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안에 있는 인물이 지닌 기운이 모두에게 전파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의미에서 저부터 ‘아자아자, 즐겁게!’ 하는 기운을 가지려는 거죠. 막 영화를 시작했을 때 곁에서 지켜본 선배님들이 그러셨거든요. 딱 한 장면에 나오는 제게 “고생했어요, 힘내요”라며 건넨 짧은 말의 여파가 되게 컸어요. 그 말에 용기를 얻기도 했고, 저도 언젠간 누군가에게 그런 힘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힘을 축적하는 중이에요.
9년 전 첫 영화를 할 때부터 켜켜이 쌓아온 경험이 발휘되는 순간이네요.
오디션에 붙든 안 붙든,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경험 하고 나면 항상 뭔가가 남았어요. 아니, 남은 게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그 작품 하나 하고, 오디션 한 번 보고 끝낼 게 아니었으니까요. 길게 보면 하나하나 다 귀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사이에 되게 달라지기도 하고, 또 그대로이기도 한데, 이게 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이 만든 결과인 것 같아요.
막 영화를 시작하던 그때의 금새록 배우가 지금의 금새록 배우를 보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부러워하겠죠. 나도 빨리 저렇게 이런저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할 거예요. 그 과정은 아무것도 모르면서.(웃음) 그런데 모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알고 맞는 파도는 재미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