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동산 박희정
드레스 Hannah Shin.

박희정

정두나 송도영 가문의 가정부

우리의 팀워크
지난 2~3월 호주 공연부터 <벚꽃동산>에 합류했다. ‘이토록 단단한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첫 공연의 무대에 오른 순간 내가 어떤 변수를 발생시켜도 다른 배우들이 받아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쟁반을 들고 가다 넘어진 적이 있는데, 언니들이 당황하기는커녕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극 안으로 끌어들이더라. ‘이들은 어떤 일이 터져도 나를 외롭게 두지 않겠구나’라는 무조건적 믿음이 생긴 덕분에, 내가 무대에서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다.

한국식 각색의 여정
안톤 체호프라는 대단한 극작가의 작품을 한국 배우들이, 심지어 한국어로 해외 무대에 올린다는 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뛰는 일이다. 익숙한 고전의 배경이 한국으로 바뀌니, 연기하는 나부터 내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지더라. 서울이라는 구체적인 동네, 우리말과 우리 정서가 짙게 밴 이야기가 다른 나라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참 궁금하다.

오래도록 기억될 대사
두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 “우리가 뉴욕에서 같이 사는 걸 상상해봤어. 네가 말한 브루클린의 그런 로프트에서 말이야. 커피랑 베이글 차 려서 “주동 씨” 하고 널 깨우고, 하이라인에 산책도 가고, 휘트니에서 하는 전시회도 보고…” 무대에서 상상으로만 그리던 공간들을, 뉴욕 공연을 통해 실제로 가볼 수 있어 묘하다. 극 중 인물이 열망하던 장소에 직접 찾아가 그 대사를 읊조려보는 순간이 살면서 몇 번이나 올까.

<벚꽃동산>이 던지는 질문
<벚꽃동산>에 함께하며 시간, 상실,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익숙하고 소중한 것들을 꽉 붙들려고 하지만,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려면 당연시했던 것들을 놓아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며 나아갈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관객도 이 질문을 품고 각자의 삶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좋겠다.

나에게 연극 무대란
내 아이덴티티. 데뷔 이후 늘 연극과 함께 살아왔기에, 무대는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곳이다. 어쩌면 무대가 내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