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 시각), 제30회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시상식은 30주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지만,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가 독점·공식 생중계한 첫 할리우드 주요 시상식이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생방송 진출기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생방송을 한 것은 약 1년 전입니다. 2023년 3월, 스탠드업 코미디쇼 ‘크리스 록: 선택적 분노’를 실시간으로 내보낸 건데요. 이후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 스핀오프 에피소드, 동물 관찰 카메라, 골프 대회 등 다양한 생방송 콘텐츠 제작을 시도했습니다. 이번 영화 시상식 생중계도 이런 흐름의 일부이고요. 최근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를 내고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대표 프로그램인 ‘로(Raw)’의 10년 독점중계권도 확보한지라, 2025년 1월부터는 프로레슬링 경기 중계도 넷플릭스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왜 생방송인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생방송은 ‘가장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비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는데요. 글로벌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국내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제작 환경의 변화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오랜 시간과 큰 제작비가 필요한 시리즈물 등이 아니라, 생방송을 통해 많은 시청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겠다는 겁니다. 특히 스포츠 중계의 경우, 해당 스포츠의 팬덤을 고정 시청자층으로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죠.
그래서 사실상 전 세계 OTT 사업자들이 모두 앞다투어 생방송에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TV+는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프로축구(MLS)를,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미국 프로풋볼(NFL) 경기 일부를 중계합니다. 국내에서는 쿠팡플레이가 한국프로축구 K리그와 다양한 해외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티빙은 여러 콘서트와 시상식 등을 실시간으로 내보냈으며, 최근에는 한국프로야구(KBO) 경기 중계권의 우선협상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우선 기술적 결함을 해결해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작년 4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의 출연진을 모아 진행하는 ‘동창회’ 에피소드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려다 결국 실패한 바 있습니다. 기술적 결함으로 방송이 1시간가량 미뤄지다 결국 취소되었죠. 인터넷 중계의 경우,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전파를 활용한 TV 중계보다 지연 시간이 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한 OTT가 독점 중계권을 가져가면 원래는 TV 등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스포츠 경기나 행사도 구독권을 구매해야 볼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국민적·세계적 관심을 받는 이벤트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해친다는 건데요. 앞으로 OTT 업계가 이러한 문제와 우려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