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기회로 만들며, 패기를 무기 삼아 전진하는 새 시대의 새 얼굴들.

박 은 우

2005
댄서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2> 우승 크루 ‘잼 리퍼블릭 주니어’의 리더로 활약했다. 실력은 물론 팀원들을 보듬으며 이끄는 모습도 화제가 된 ‘반반 머리 언니’. 규칙과 방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몸을 움직이며 모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춤을 추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넘어
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나를 세 단어로 흑, 백, 자유. 흑과 백처럼 이분되는 것들의 충돌 속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

춤을 처음 마주한 순간 원래 꿈은 의사였다. 고등학생 때 교내에서 열린 춤 관련 프로그램의 참가 인원이 부족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댄서로 활동 중인 선생님을 만났다. 알려주시는 동작을 열심히 췄더니 춤을 진로로 정해보라고 권하셨다. 아마 춤출 때 쓰는 힘이 세서 좋게 보셨던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준비 중이던 해외 유학까지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성장과 시도 빡세기로 소문난 크루에서 2년 반 동안 춤 실력을 키웠다. 20kg짜리 군장을 메고 뛰는 등 체육인 못지않은 운동을 했고, 춤추다 보면 스스로 한계를 깨야 하고 댄서끼리 경쟁해야 하는 순간도 생기니 멘털 단련에도 힘썼다. 쉽지 않았던 만큼 단시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대학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전공하고 있다. 프리스타일과 코레오그래피 등 춤과 관련한 모든 걸 시도하는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나를 인지하며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2>는 많은 댄서와 함께하는 배움의 현장이었다. 한편으론 방송을 통해 댄서라는 직업이 더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니 고민이 많아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춤추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확답은 없지만, 그 질문을 놓지 않을 때 솔직한 춤을 출 수 있는 것 같다. 혼란스러운 상태를 표현할 때 예쁜 작품이 나오기도 하니 그냥 답을 찾지 말까 싶기도 하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계속 인지하는 거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무대 위에서 내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걸 중시한다. 눈이 마주친 관객은 매번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상대 가 내 진심을 알아차렸다는 걸 느낄 때가 있지 않나. 춤도 마찬가지다. 춤을 통해 감정을 나누는 찰나가 내게는 긴 시간처럼 느 껴진다.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춤출 수 있는 이유이자 동력이다.

더 자유롭게 자유를 갈망한다. 이 지점에서만큼은 내가 댄서 중 1등이지 않을까 싶다. 자유에는 정신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넘어 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러려면 나뿐 아니라 타인도 솔직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투명한 시선을 지닌 어린 아이들을 보며 많은 걸 느끼고 있다.

나의 다음 아직 댄스 신에서 먼지만큼도 활약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봤을 때 조금은 티가 날 정도까지 가는 게 장기 목표인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계속 걷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댄서는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니 좋은 영향만 줄 수 있도록 책임 감을 갖고 살고 싶다. 단기 목표로는 요즘 연습 중인 ‘나이키’라는 동작을 익히고 싶다. 하고 싶은 테크닉이 안 되면 짜증이 나서 언제까지는 꼭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성공시킨다. 이 인터뷰가 공개될 때쯤에는 할 수 있기를 바란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