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기회로 만들며, 패기를 무기 삼아 전진하는 새 시대의 새 얼굴들.

유 승 휘

2000
네일 아티스트

색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독창적인 네일아트를 선보인다. XG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어와 로봇 등 독특한 컨셉트의 네일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네일아트부터 헤어 & 메이크업과 타투까지 손을 쓰는 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모델과 아티스트의 매력을 한층 빛내주고 있다.

“작업에는 내 감정이 투영되기 마련이지 않나.
그러니 평소에도 예쁜 마음을 가지려 한다.”

네일아트와의 첫 만남 학창 시절의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소심한 아이였다. 유일한 친구는 그림이었다. 그림 그리는 걸 즐기고, 혼자 손톱을 꾸밀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지만 이를 직업으로 살릴 생각은 없었다. 패션 브랜드를 이끄는 친구의 제안으로 처음 네일 팁을 만들어본 게 내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한번 해볼까 스무 살, 꽤 이른 나이부터 네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해볼래?” 하고 묻길래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았어!” 한 거다. 만약 지금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실력이 부족해도 마음은 준비된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 나오는 용기와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욕망, 초심자의 운 덕분이다.

네일아트의 매력 손톱은 아주 작은 신체 부위지만 전체적인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네일만이 룩을 살릴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만든 팁이라도 어울리지 않으면 떼고 싶다. 작은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를 보는 시선으로 작업할 필요가 있다.

감각을 키우는 방법 내 작업이 트렌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걸 만들 뿐이다. 내가 무엇을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웹 서핑을 많이 한다. 네일 사진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 등을 다양하게 살피며 영감을 얻는다. 이를테면 꽃 관련 작업을 할 땐 스테레오랩(Stereolab)의 ‘The Flower Called Nowhere’를 자주 듣는다. 아이디어를 얻는 또 다른 원천은 엄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엄마가 매력적인 사진을 자주 보내주신다.

요즘의 화두 네일 팁은 예쁘게 만들수록 무거워지는데, 그럼 팁을 붙인 사람이 신경 쓰일 수 있지 않나. 손이 삶의 곳곳에서 자주 쓰이는 만큼, 가벼운 소재를 찾는 데 꽂혀 있다. 3D 프린터로 팁을 만들면 무게를 줄일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우고 싶다. 이처럼 기존 네일아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시도를 해나가려 한다.

휩쓸리지 않기 클라이언트가 생각지도 못한 컨셉트를 제시할 때가 있다. 서로 새로운 의견을 던지고 받아칠 때 재미있는 결과물이 탄생한다. 물론 시안을 받으면 작업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달라는 대로 해보니 만들 때도, 현장에서도 후회가 되더라. 내 의견과 상충하는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든 설득하려 한다. 내 고집대로 작업할 때도 있는데, 그 결과물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가 많았다. 주변 상황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걸 꾸준히 상기한다.

마음을 예쁘게 작업하다 자괴감이 들 때면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이게 왜 싫은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뭔지, 뭘 먹고 싶은지. 사소한 것까지 살피는 거다. 나를 면밀히 아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민해지는 상황은 결국 스스로를 업데이트하지 않았을 때 찾아왔다. 작업에는 내 감정이 투영되기 마련이지 않나. 그러니 평소에도 예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지키려는 태도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면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 목표 없이 사는 게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인 듯하다. 그저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것들, 꽃과 고양이 등을 가까이에 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으면 네일아트를 시작할 때처럼 경쾌하게 해봐야지. ‘한번 해볼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