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 어딘가에 제 음악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에요.”
무대에서, 거리에서, 다가올 톤앤뮤직 페스티벌 2024에서
토미오카 아이의 노래가 퍼져나간다.

재킷 Pop Trading Company, 안에 입은 톱 Baserange,
팬츠 Kiko Kostadinov, 슈즈는 본인 소장품.

티셔츠 ZARA, 레이스 장식 스커트 Rrace,
데님 팬츠 Nanushka, 네크리스는 본인 소장품.

한국에 몇 번째 방문한 건가요?

지난해 11월에 처음 왔는데, 이후 꽤 많이 왔어요. 이번이 네 번째예요.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버스킹이었어요. 분주한 강남역 거리 한복판에서 기타 하나 들고 1시간 가까이 노래한 그날의 경험을 떠올려본다면요?

언제부턴가 제 SNS에 한국 팬들의 댓글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번역기를 돌려 읽은 거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제 목소리와 제가 만든 노래가 좋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일본어라)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느낌이 좋다는 소감도 있었고요. 이분들이 실존하는지(웃음) 직접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서둘러 버스킹을 계획했어요. 공연 장소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얼마나 보러 와줄지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이 와서 즐겨주어 무척 기뻤어요. 그날이 한국의 빼빼로데이였는데, 일본에도 11월 11일이 포키 데이(pocky day)거든요. (포키는 빼빼로와 거의 유사한 일본 과자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빼빼로를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웃음) 그날 버스킹 경험 덕분에 다음에도 한국에서 노래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이후에 홍대 근처에서 한 번 더 버스킹을 했어요. 상상마당 앞길이 꽉 막힐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고, 반응도 더 뜨거웠다면서요? 버스킹을 잘해내는 나름의 방식이 있는 거겠죠?

열아홉 살 때부터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면서 버스킹을 해왔어요. 관객이 거의 없는 공연을 한 적도 꽤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토대가 되었다 생각해요. 나름의 방법이라면 라이브 하우스와 버스킹 공연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 정도예요. 물론 길에서 라이브를 하면 음향이 완벽할 순 없지만, 아쉬운 요소를 신경 쓰면 노래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에요. 결국은 내 노래와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거니까, 그 마음에만 집중하면서 공연을 하려고 노력해요.

한국 팬들이 토미오카 아이라는 뮤지션을 처음 인식한 첫 곡은 ‘Good bye-bye’입니다. 이 곡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그전에는 현실과 거리가 먼, 어딘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써왔어요. 그런데 지난가을에 새 싱글을 준비하면서 문득 리얼한 연애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곡을 만들고 싶었고, 사운드도 제 목소리가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형태를 택해서 완성한 곡이 ‘Good bye-bye’예요. 아마 그래서 다른 언어를 쓰는 한국에도 공감하며 좋아하는 분들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재킷 Pop Trading Company, 안에 입은 톱 Baserange,
네크리스는 본인 소장품.

음악을 만들 때 주로 어떤 것에서 출발하나요?

사운드는 주로 기타로 코드를 잡으며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가사는 말장난이라고 해야 할까, 인상적인 단어 몇 개에서 장난치듯 말을 이어 붙이면서 테마를 잡는 경우가 많아요. ‘Good bye-bye’를 만들 땐 ‘아이’라는 말에 꽂혔었죠. 아이는 영어로는 눈(eye)인데, 일본어로는 사랑(あい)이란 뜻이거든요. 이 두 가지를 이어보면서 사랑의 시작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라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걸 이 곡의 첫 부분에 넣게 되었어요.

토미오카 아이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음악을 시작하게 해준 계기는 테일러 스위프트예요. 그가 기타를 치면서 ‘You Belong with Me’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동경하는 마음이 엄청 큰 동력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호주에 살 때 엄마가 집에서 일본 뮤지션 아이코(Aiko)나 자드(ZARD) 앨범을 자주 들려줬는데, 그때 들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많아요.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 역시 테일러 스위프트인가요?

아무래도요. 그런데 협업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만나면 울어버릴 것 같거든요.(웃음) 한국 뮤지션 중에는 빅나티와 같이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는 음악이 나올 것 같아요.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기타 이외에 새로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나요?

요즘은 기타로 곡을 만들다 뭔가 막혔다 싶을 때 키보드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악기는 아니지만 로직 프로(음향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곡을 만들기도 하고요. 악기로 내기 어려운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재미가 있거든요. 악기 중에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건 드럼이고요.

기타에 키보드, 드럼까지 연주하면 혼자 밴드가 가능한 수준인데요?(웃음)

솔로 밴드도 좋을 것 같은데요.(웃음)

레드 티셔츠 Theilma, 데님 스커트 Kapital,
슈즈와 러플 장식 워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의 음악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이 떠오르나요?

(여러 색으로 칠한 자신의 손톱을 보면서) 여기 다 있네요!(웃음) 한 곡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구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무지개처럼요. 굳이 하나의 색을 정해야 한다면 오렌지요. 다정함, 슬픔, 외로움 등 여러 감상이 드는 색이라 느껴지는데, 제 음악에도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악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라이브 무대에서 제 음악이 공유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참 좋아해요. 사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곡을 만들 때는 막막하고 괴롭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겐 라이브가 그 과정을 버텨낸 저에게 주는 보상이구나 싶어요.

그 순간을 경험할 기회가 곧 예정되어 있어요. 6월에 열리는 톤앤뮤직 페스티벌 2024를 통해 또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될 텐데, 이번 공연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풀 밴드 공연이라 엄청 기대 중이에요. 일본에서 밴드 멤버를 모두 데려오는 건 꽤 어려운 일인데, 그게 실현되어 고마운 마음으로 더 가열차게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한 공연 중 최고의 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대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눈앞에 있는 분들에게 바로 전하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도 해보려고요.(웃음)

얘기하는 내내 음악과 라이브 공연을 사랑하는 이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해요.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로 전파되길 바라나요?

같은 곡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에너지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을 어떤 이는 힘들 때, 또 다른 사람은 즐거울 때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하고 싶은 에너지를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각자의 삶 어딘가에 제 음악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