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6명의 필진에게 삶의 코어가 무엇이냐 묻자,
이토록 다채로운 생이 우리 앞에 당도했다.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그 무언가에 관한 6개의 이야기.

반려견 ‘무늬’

안담, 작가

당장 보이는 증상 뒤에 잠복한 병이 있을까 봐 불안해하지 말 것. 덥고 습한 여름에는 배탈이 나는 개가 흔하므로. 설사와 구토가 아직 멎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놓아도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계속 밥을 먹고 싶어 하기 때문. 물똥을 싸서 수척해진 얼굴로도 나의 식사에 호기심을 보이며 그걸 자기도 줄 생각이 없는지 묻기 때문. 지난 건강검진 때 본 긍정적 수치들을 떠올리며 진정할 것. 가장 중요한 간 수치를 포함해 만점에 가까운 결과, 그 숫자들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 한 말.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숫자만 보아도.” 그때 느낀 감정의 목록. 시험에 통과한 듯 기뻤음, 그 기쁨은 생경했음, 나는 늘 시험에 자신이 없었음, 행복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반가웠음. 다만 전형적인 노견의 수치도 있다는 표현에는 충격을 받았음. 그 수치란 전보다 내려간 체수분율이었는데, 말하자면 노화란 몸에 물이 마르는 일이라는 것. 그 말은 비유도 상징도 아니어서, 그의 몸에 문자 그대로 물을 넣어주면 한결 낫다는 것. 눈에는 인공 눈물을 넣어주고 깨끗한 물을 챙겨 먹일 것. 더는 미루지 말고 큰물을 보러 갈 것. 바다를 보여줄 것. 혹시 해변을 달리는 그가 찬란하더라도, 그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하지 말 것. 남의 개 얘기를 좋아한다는 예의 바른 말에 현혹되지 말 것. 차라리 글로 쓸 것. 그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과신하지 말고 가능한 한 재밌게 쓸 것. 그의 얘기가 남들에게 하등 중요하지 않음을 억울해하지 말 것. 대신 남들에게 있을, 내게 그의 존재만큼 치명적일 사랑을 그려볼 것. 소중한 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저지르는 나쁜 일들을 생각할 것. 그런 사랑을 깊이 이해하면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 더 어려운 사랑에 도전할 것. 그가 미워서, 또는 그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아서 겁에 질릴 때는 그가 과거와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 그러므로 그의 종에는 복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을 상기할 것. 믿을 수 없다면 매일 아침 그의 꼬리를 볼 것. 잠에서 깬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김없이 너울거리는 그 꼬리를 볼 것. 그때 그가 하려는 말은 이런 것. 오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그가 어제도, 그제도, 이 집에 처음 오던 2년 전에도 그렇게 말했음을 기억할 것. 그의 예감을 옳게 만들어줄 것. 그러니 걸을 것. 슬퍼하지 말고 걸을 것. 되도록 오래 걸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