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랑협회 이성훈 부회장이 생각하는 키아프 서울 올해의 키워드는 ‘확장’이다.
공간의 확장, 나아가 한국 미술계의 확장을 기대하며 2024년 키아프 서울은 더 넓고 깊은 미술 세계로의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제23회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의 개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스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새로운 컬렉터들을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저는 한국화랑협회 부회장이자 키아프 서울의 부운영위원장으로서 황달성 회장님과 함께 행사 준비 과정에서 내외부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주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가 대표로 있는 선화랑이 올해도 키아프 서울에 참여 예정이라 전속 작가인 송지연, 강유진 작가부터 칠레 출신 영국 작가 파토 보시치(Pato Bosich), 그래피티 아티스트 땡큐엑스(ThankYouX)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꾸리는 중입니다. 모두가 키아프 서울을 향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2024년 키아프 서울의 가장 큰 키워드로 ‘확장’이 눈에 띕니다.

공간의 확장, 그리고 동선의 확장.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선 올해는 A홀과 B홀, 그랜드 볼룸, 그리고 2층 더 플라츠까지 지난해보다 전시 공간을 더 크게 확장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갤러리 수는 지난해 2백10개에서 올해 2백6개로 더 적게 조정했고요. 많은 갤러리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객에게 보다 쾌적한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부스의 퀄리티와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관람 후기를 반영해 휴식 공간을 더 많이 조성함으로써 편안하고 쾌적하게 키아프 서울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4개 대륙, 21개국의 주요 갤러리 2백6곳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 중 해외 갤러리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습니다. 국내 갤러리 1백30여 곳의 참여로 국내 아트 신을 살피고 소개하는 데도 힘을 실었고요. 갤러리 선정과 구성에서 고민하고 논의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매년 그렇지만 올해는 갤러리 구성에 더욱 신중을 기했습니다. 여섯 번의 심사 과정 동안 매번 아침 10시부터 늦은 밤까지, 어느 땐 저녁도 거르면서(웃음) 격론을 펼쳤습니다.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국내 우수 갤러리를 해외 컬렉터에게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약 1백30개 국내 정상급 갤러리를 엄선했습니다. 물론 해외 갤러리의 참여율도 높여 글로벌 아트 신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요. 10년, 20년 이상 키아프와 함께해온 해외 대표 갤러리, 그리고 2020년 이후 설립된 해외 이머징 갤러리를 모두 키아프 서울에 들여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살피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론칭한 키아프 서울 멤버십 제도가 올해도 이어집니다. 멤버십 제도 활성화를 통해 기대하는 건 무엇인가요?

지난해 키아프 서울 멤버십 제도가 기대 이상의 긍정적 반응을 얻은 건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결과입니다. 올해는 복합 웰니스 브랜드인 파지티브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요가, 명상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음악회나 파티도 다양하게 개최해 더욱 풍성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멤버십 활성화를 통해 기대하는 점이라면 미술과 일상의 연결 고리를 더 가깝고 견고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높아진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현장에서 판매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요. 미술에서 파생된 여러 활동이 다시 미술로 되돌아오는 순환을 기대합니다.

한편 프리즈(Frieze)와의 협업이 이제 3년차를 맞이합니다. 이 협업이 키아프 서울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요?

내부적으로 올해를 중간 점검의 시점으로 봅니다. 주변에서도 올해가 키아프와 프리즈 모두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요. 지난 2년을 살펴보자면 처음엔 급하게 흐름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운영이 점차 안정화되며 키아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의 동시대 미술과 해외 메가 갤러리에서 선보이지 않은 작가들을 소개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키아프 서울의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방문객 수가 2년전 보다 15% 증가해 8만 명을 기록했어요. 어떤 노력에 기인한 결과라 생각하나요?

미술의 접근성 향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트 페어가 구매력 있는 사람만 가는, 특히 젊은 세대에는 나와 관계없는 행사로 여겨진 과거와 달리 이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습니다. 키아프 서울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미술과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엑스 스튜디오 159(Studio 159)에서 매년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은 티켓을 구매하지 않고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구성할 때도 보다 새로운 기획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키아프 서울은 미술을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얻은 결과가 방문객 수 증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의 키아프 서울이 목표로 삼는 지표는 무엇인가요? 좀 전에 언급한 방문객 수가 하나의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실제 수치로 표시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존재하며, 그런 연유로 몇 년 전부터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행사 종료 시점에는 방문객 수나 판매 금액 같은 수치가 큰 관심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참여 갤러리의 현장 반응을 가장 유심히 살핍니다. 그들이 키아프 서울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단순한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몇 달 동안 준비한 전시가 관람객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음으로써 생기는 에너지는 저희에게도 고스란히 전파됩니다.

한국 미술 시장을 두고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견과 정체기를 맞았다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현재 어떤 시기를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 미술 시장과 작가들이 동시에 주목받던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정체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의 아트 페어가 기대감보다는 긴장감을 갖는 분위기가 감지되고요. 그래서 미술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미술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 보시나요? 이는 곧 키아프 서울의 역할로 직결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거장들의 작품이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동시에 신진 작가들의 흥미로운 작품이 꾸준히 발표되는 걸 보면서 적어도 창작자는 활기를 놓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게다가 새로운 조류가 나타날 때마다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드는 이들이 한국 사람이지 않습니까.(웃음) 좋은 작품과 좋은 에너지가 만날 수 있도록, 키아프 서울은 꾸준히 네트워킹의 장을 열어둘 생각입니다. 결국 미술의 대중화와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가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술의 성장을 돕는 주요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 키아프 서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