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의 장인’에 지호장 박갑순,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금속공예가 이윤정이 선정되었습니다.

©CHANEL

전통 공예를 계승하고 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들을 조명하는 ‘올해의 장인·올해의 젊은 공예인’은 유서 깊은 장인의 정신을 기리고 기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022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한국 공예 후원에 헌신해 온 재단법인 예올과 장인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는 브랜드 샤넬이 손잡은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4년째를 맞았는데요. 매년 한 명의 장인과 한 명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해 작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전시,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낌없이 지원하며 지속 가능한 공예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CHANEL
©CHANEL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박갑순 장인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무형유산 지호장으로, 1999년 전통 한지공예를 접한 이후 지호공예에 매료되어 2002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호공예는 한지와 풀을 섞어 만든 종이죽을 틀에 여러 겹 덧붙여 생활용품을 만드는 전통 기법입니다. 낡은 고서나 자투리 한지처럼 버려진 종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새활용’ 공예로 함지박, 보관함, 휴지통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구현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온 디자이너 양태오와 협업해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동식물 형태의 기물을 선보입니다. 박갑순 장인은 민화 속 자연의 생명력을 단순하면서도 정감 있는 형태로 빚어낸 작품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의 태도를 전할 예정입니다.

©CHANEL
©CHANEL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된 이윤정 작가는 금속을 통해 사소한 존재들에 주목합니다. 못처럼 작고 평범한 사물들을 예술의 언어로 치환해 온 그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탈리아 밀라노 등 국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녹은 금속’이라 불리는 ‘주조’에 천착해, 금속의 단단함을 내려놓고 흐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했습니다. 모든 주조 과정을 직접 수행해 주석으로 제작한 가구를 선보이며 금속이 지닌 유연하고 부드러운 물성을 조형적으로 표현하죠.

©예올

두 공예인의 결과물은 예올과 샤넬의 프로젝트 전시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호장의 종이와 금속공예가의 주석, 상반된 두 물성이 만들어내는 흐름과 조화를 통해 자연이 건네는 치유와 삶에 대한 통찰을 공예의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죠. 이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테리어·디자인 전문 매거진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가 선정한 ‘세계 100대 디자이너’ 명단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린 양태오 디자이너가 올해도 전시 총괄 디렉팅을 맡았기 때문인데요. 3년째 프로젝트에 함께해 온 그는 공간 연출부터 작가와의 협업까지 전시 전반을 이끌며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섬세한 감각을 더했습니다.

전통의 온기와 현대의 감각이 조우하는 전시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은 예올 북촌가에서 오는 2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진행됩니다. 장인의 시간과 손끝의 기술이 담긴 이 특별한 전시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