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향년 68세로 별세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엔지니어에서 소설가로 전향한 그는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기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가 됐습니다.
  • 오는 8월 출간되는 유작 '영원의 기억'과 함께, 그의 이야기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독자와 관객을 만날 예정입니다.

치밀한 트릭과 다정한 온기를 함께 그려낸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 Kodansha / Bungeishunju

지난 7월 23일 새벽,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별세했습니다. 향년 68세. 일본 출판사 고단샤는 27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며 장례는 유가족만 참석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고 밝혔는데요. 일본을 넘어 한 시대의 미스터리 문학을 풍성하게 채워온 대표 소설가의 별세 소식에 오랜 독자들부터 그의 작품을 스크린과 무대로 옮겨온 창작자들까지 많은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 소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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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싫어하던 소년이 미스터리의 거장이 되기까지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 게이고. 시계와 안경, 귀금속을 팔던 부모님 아래서 나고 자란 그는 사실 책과는 거리가 먼 소년이었습니다. 만화조차 잘 읽지 않던 소년이 추리소설과 사랑에 빠진 건 고등학생 무렵,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접하면서였죠. 그는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소설가 지망생으로 이중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 후 1985년 학원 미스터리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14년 가까이 이렇다 할 히트작 없이 무명의 시간을 견뎌야 했는데요.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시련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무명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쓰는 것만이 그에게 위안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낙이었거든요. 그렇게 1999년 ‘비밀’이라는 작품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으며 비로소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그는 수많은 소설책을 집필하며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한 사람이 그려낸 미스터리의 여러 얼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작품은 단연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짝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그 트릭을 파헤치는 물리학자 유카와의 두뇌 싸움을 그린 이 소설은 2006년 나오키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동시에 품으며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죠. “사람은 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소설의 인기를 증명하듯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됐는데요. 특히 2012년 방은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류승범과 이요원, 조진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작품은 형사 민범(조진웅)을 수학자 석고(류승범)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설정하며 새로운 대결 구도로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냉철한 두뇌 싸움 못지않게 인물들의 감정에도 무게를 실었던 원작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석고의 감정선에 더욱 깊이 파고들며 한국적인 정서로 다시 태어났죠.

‘용의자 X의 헌신’이 사랑의 헌신이 어디까지 광기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면, ‘백야행’은 그 사랑이 끝내 파멸로 귀결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14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얽혀버린 소년과 소녀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이후 긴 세월 동안 서로의 곁을 맴돌면서도 결코 가까워지지 못하는 기묘한 관계를 이어가는데요. 서로에게 유일한 빛이면서도 결국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들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어둡고 처절한 형태로 기억에 남습니다. 이 소설은 2009년 한국에서 한석규와 손예진, 고수 주연의 동명 영화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죠. 3권 분량의 방대한 원작을 두 시간 남짓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애틋한 감정선에 무게를 더 실어 개봉 당시 국내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습니다.

반면 ‘방황하는 칼날’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범인을 처단하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은 ‘법이 정말 피해자를 지켜주는가’라는 무거운 물음을 독자에게 되돌려주는데요. 사적 복수라는 위태로운 선택 앞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이 소설 역시 2014년 정재영, 이성민 주연의 동명 영화로 한국 관객들과 만났죠. 하나뿐인 딸을 잃고 피해자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는 개봉 당시 청소년 범죄와 사법 정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헌신적인 사랑에서 파멸적인 관계, 그리고 정의에 대한 물음까지. 하나의 이름 아래 이토록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이야기들이 소설과 스크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국경을 초월한 독자와 관객들을 매료시켜 왔습니다.

ⓒ 디즈니+ 코리아
ⓒ WOWOW

소설을 넘어, 스크린과 무대에서 계속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는 이렇게 활자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형식으로 다시 태어나며 미디어 산업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으니까요. 흥미로운 건 이 작업들이 그의 부재 앞에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그를 배웅하듯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디즈니+가 준비 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국판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영화 ‘시민덕희’로 섬세한 연출력을 입증한 박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잡화점 주인 고민중 역의 류승룡을 필두로 김혜윤과 문상민, 고아성 등이 힘을 보태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러닝타임의 한계로 2017년 영화판에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드라마라는 넉넉한 호흡 안에서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될 예정이죠. 한편, 일본에서는 사형 제도와 속죄라는 무거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던 소설 ‘공허한 십자가’가 WOWOW의 ‘연속 드라마 W’를 통해 오는 9월 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전처의 죽음을 계기로 오래 감춰졌던 진실과 마주하는 이 이야기를 카토리 싱고와 아카소 에이지라는 중량감 있는 두 배우가 이끕니다. 여기에 오는 9월 스크린 공개를 앞둔 실사 영화 ‘백조와 박쥐’까지 더하면 그의 세계가 국경과 장르를 넘나들며 얼마나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죠. 수많은 작품으로 언제나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해왔던 그는, 오는 8월 5일 출간될 유작 ‘영원의 기억’을 선물처럼 남기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건 그저 숨이나 쉬고 심장이 뛰는 게 아니야. 산다는 건 발자국을 남기는 거지. 뒤에 남은 발자국을 보며 저건 분명히 내가 낸 거라고 알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거야”. 그의 소설 ‘변신’ 속 이 문장은 이제 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106권의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형태를 넘어 스크린과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나며 선명한 발자국을 남겨왔는데요.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인물도, 파멸로 치닫는 관계도, 정의를 향한 위태로운 질문도 모두 그가 남긴 발자국의 일부입니다. 만화 한 권조차 즐기지 않았던 오사카의 소년이 걸어온 이 발자취는 결국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질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Q&A
AI 마리봇의 Q&A
A
이마무라 마사히로,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즈키 아사코 등은 미스터리와 인간 심리를 결합한 작품으로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녔지만, 장르성과 문학성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일본 미스터리의 흐름을 이어가는 작가들로 자주 언급됩니다.
A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치밀한 트릭은 물론 가족, 사랑, 죄책감, 정의 같은 인간의 감정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았습니다.
A
인간관계와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구조가 문화권을 넘어 공감을 얻기 때문입니다. 추리라는 장르적 재미와 섬세한 감정을 드라마적 요소가 함께 살아 있어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하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