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은 오는 8월 27일부터 마르셀 뒤샹의 희귀 아카이브 250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를 개최합니다.
-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 대신 뒤샹이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도서와 인쇄물 등 그의 사유와 고민이 담긴 흔적에 집중합니다.
- 한 컬렉터가 30년간 모아온 기록을 통해 현대미술의 거장 뒤샹의 유머와 실험정신 및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변기 하나로 미술사를 뒤흔든 이의 흔적. 그가 남긴 250점의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이 오는 8월 27일부터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Marcel Duchamp: The Parisian Collection)’을 개최합니다.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작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이번 전시는 한 개인 컬렉터가 30년에 걸쳐 모아온 방대한 아카이브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인데요. 회화나 조각 같은 완성된 작품보다는, 뒤샹이라는 인물이 남긴 흔적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30년에 걸쳐 모은 250점, 한 컬렉터의 기록
이번 전시는 마르셀 뒤샹의 대형 대표작들이 아닌 그의 삶과 사유 곳곳에 흩어져 있던 희귀 아카이브를 조명합니다. 한 컬렉터가 무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매장과 고서점, 지인들의 손을 거쳐 모아온 소중한 기록들인데요. 당시 마르셀 뒤샹이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도서와 전시 카탈로그, 저널, 아티스트 북, 일회성 인쇄물처럼 그의 발자취가 새겨진 수많은 기록들이 전시장을 채웁니다. 이런 자료들은 흔히 완성된 작품의 곁다리로 취급되지만, 실은 한 작가가 어떤 고민을 거쳐 그 작품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죠. 완성된 작품 앞에 서는 것과 그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맥락을 담은 종이 한 장을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기에, 이번 전시는 익숙한 작품을 다시 보는 대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뒤샹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합니다. 특히 하나의 작품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그의 유머와 실험정신, 예술을 대하는 태도까지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뒤샹을 알고 있던 관객에게도 새로운 감상의 계기를 만들어주죠.

변기와 자전거 바퀴로 만드는 예술? 마르셀 뒤샹이 예술계에 남긴 것들
마르셀 뒤샹이 미술사에서 갖는 위치는 독보적입니다. 1917년, 그는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R. Mutt’라는 가짜 서명을 남긴 뒤 ‘샘(Fountain)’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에 출품했는데요. 예술은 손기술이 아니라 개념과 선택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이 도발적인 질문은 이후 100여 년간 이어진 현대미술 전체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자전거 바퀴를 의자에 거꾸로 얹은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 역시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의 대표작이죠. 아무런 연관 없는 두 사물을 결합해 본래의 용도를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사물로 재탄생시키는 이 방식은 예술 작품이 반드시 작가의 손끝에서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 자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이렇게 물감과 캔버스 대신 아이디어 자체를 재료로 삼으며 예술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썼는데요. 변기 하나, 자전거 바퀴 하나로 시작된 이 질문이 오늘날까지도 현대미술의 가장 근본적인 화두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가 미술사에 남긴 가장 큰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작가 너머 삶을 들여다보는 지금의 전시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마르셀 뒤샹의 아이디어만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놓지 않았던 한 사람의 집요한 애정을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라는 것.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종이 한 장, 초대장 한 장을 놓치지 않고 모아온 이 컬렉터의 태도는 마르셀 뒤샹이 평생 던졌던 질문과도 꽤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작가의 작품 너머에 존재하는 삶과 기록을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는 최근 예술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지난 7월부터 열린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 역시 대표작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앤디 워홀의 작업실과 일상,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기록을 통해 그를 다시 바라보는 전시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그가 남긴 일상의 흔적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팝아트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 뒤에 있던 한 사람의 면모를 보여주며 작품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그의 창작 방식과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했죠. 이처럼 작가 자신보다 그를 둘러싼 기록과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작가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전시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의 전시 또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30년간 축적된 한 컬렉터의 진득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미술의 혁명가’ 뒤에 있던 인간적인 모습과 그가 남긴 수많은 생각의 흔적까지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