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세계 현대 미술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일본의 대표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별세했습니다.
  • 물방울과 호박, 거울을 중심으로 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는 회화에서 설치와 퍼포먼스까지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 작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공공 공간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새로운 회고전도 이어집니다.

물방울무늬로 자신의 환각을 세상과 나눈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 YAYOI KUSAMA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 별세

‘물방울의 여왕’으로 불리며 전 세계 미술계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일본의 전위예술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가 향년 97세로 별세했습니다. 그의 스튜디오는 지난 27일 공식 성명을 통해 쿠사마가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는데요. “미술을 중심으로 퍼포먼스와 소설, 시 등 다방면에서 전위 예술가로서 국제적인 활동에 모든 것을 바쳤고, 죽기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으며 영원한 사랑과 영혼을 탐구한 97년의 생애였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고인에 대한 경의와 애도를 표했습니다.

INFINITY-NETS (BCO), 2013 ©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ILLUSION THE HEART, 2025 © YAYOI KUSAMA
PUMPKIN, 1991 © YAYOI KUSAMA

물방울과 호박으로 완성한 무한의 세계

192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 시절부터 환각과 환청을 겪었습니다. 말을 거는 꽃들이 무리 지어 나타나는 이 환영들에 대처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훗날 그의 예술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 되었죠. 자신의 강박과 고통을 다스리기 위한 치유의 과정에서 예술을 시작한 셈입니다. 수많은 그의 대표작들 중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바로 ‘인피니티 넷’ 연작. 반복되는 점과 그물 무늬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 대형 회화 작품입니다.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뉴욕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선보인 작업으로, 반복적인 붓질을 통해 스스로의 불안을 다스리려 한 집요한 행위이기도 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1965년 처음 선보인 ‘인피니티 미러 룸’ 연작인데요. 공간 전체를 거울로 둘러싸 관객이 무한히 증식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만드는 이 설치 작업은, 그가 ‘자기 소멸’이라 부른 개념, 즉 자아의 경계가 무한한 우주 속으로 녹아드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종묘업을 하던 집안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호박’ 역시 그에게는 특별한 모티프였습니다. 울퉁불퉁하고 비대칭적인 형상 위에 검은 물방울무늬를 입힌 이 작품은, 환영으로 가득했던 그의 세계에서 사람 같은 온기를 지닌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했죠. 이렇게 자신의 고통을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완성해간 그는, 이후에도 뉴욕현대미술관과 런던 테이트 모던 같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미술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Let’s Forever Survive. © YAYOI KUSAMA. Courtesy Ota Fine Arts; David Zwirner. Photo: AGO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쿠사마 야요이의 유산

독창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와 위로의 감각을 안겨주었던 그의 세계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계속해서 관객들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뜨거운 반응 속에서 연장 전시 중인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의 인피니티 미러 룸 작품 ‘Let’s Forever Survive’가 있는데요. 은색 공의 매끄러운 표면에 관람객의 모습과 주변 공간이 반사되고, 그 형상이 다시 벽면 거울을 통해 무한히 증식하며 환상적인 착시를 일으키는 이 작품은 2018년 당시 4,700명이 넘는 일반 기부자들과 전용 펀드의 후원을 통해 온타리오 미술관에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됐습니다. 그 후 수많은 관광객들과 미술 애호가들이 오가며 무한의 감각을 마주하는 토론토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요. 다가오는 새로운 전시도 있습니다. 스위스 바이엘러 재단에서 시작된 그의 대형 회고전이 독일 쾰른의 루드비히 미술관을 거쳐, 오는 9월 11일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이어질 예정인데요. 7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이 순회전은 회화와 조각, 설치, 패션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유럽에서 처음 공개되는 초기작들도 함께 선보입니다. 예정돼 있던 이 회고전은 작가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그의 삶과 유산을 기리는 추모의 자리라는 의미까지 함께 지니게 되었죠. 한편,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 본태박물관에는 대표작 ‘호박’ 조각과 ‘인피니티 미러 룸 – 영혼의 광채’가 상설로 설치되어 있어 그의 세계를 언제든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앞서 2013년 대구미술관과 201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이 국내에 ‘쿠사마 붐’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리면, 이런 상설 전시는 지금까지도 그와 국내 관객을 잇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주죠. 이렇게 세계 곳곳에 흩어진 그의 작품들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전히 같은 위로와 치유를 건네고 있습니다.

© YAYOI KUSAMA. Courtesy of Ota Fine Arts, Victoria Miro, David Zwirner.

무한 속으로 떠난 예술가가 남긴 것

“내가 죽은 뒤 어떻게 분류될지는 상상할 수 없다. 아웃사이더라는 것이 좋다.” 생전 쿠사마 야요이가 남긴 이 말처럼, 그는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은 채 자신만의 무한한 세계를 완성해왔습니다. 물방울무늬 하나로 시작된 그의 언어는 결국 회화와 조각, 설치, 패션, 문학까지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70여 년에 걸쳐 확장되었죠. 어린 시절의 환각을 감추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태도가, 오늘날 그를 아웃사이더가 아닌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게 만든 힘이었습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만든 이 무한의 세계는 앞으로도 미술관과 거리의 조형물 곳곳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예정입니다.

Q&A
AI 마리봇의 Q&A
A
대표적으로 프랑스 태생의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는 자신의 가족관계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거대한 거미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풀어냈고,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역시 자신의 경험과 관계, 감정을 드로잉과 설치, 텍스트 작업에 솔직하게 담아왔습니다. 이처럼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숨겨야 할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는 작가들이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왔는데요. 쿠사마 야요이 역시 자신이 경험한 환영과 불안을 반복적인 점과 그물, 무한의 공간으로 변환하며 독자적인 미술 언어를 구축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A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미술관 안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뉴욕에서는 그랜드 센트럴 매디슨에 2022년 설치된 모자이크 작품 〈A Message of Love, Directly from My Heart unto the Universe〉처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공간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은 쿠사마의 ‘My Eternal Soul’ 연작과 연결된 작업으로, 바쁜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A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단순한 선과 춤추는 듯한 인물, 강아지 등의 기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만들었고,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캠벨 수프 캔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반복해 작품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역시 물방울과 호박이라는 특정한 이미지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회화와 조각, 설치, 패션 등 여러 매체로 끊임없이 변주했는데요. 하나의 이미지가 반복될수록 오히려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