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유리공예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128건의 접수 작품 중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 그는 9월 3일 열린 ‘Marie Claire ART Day & Night’의 아트 토크에 참여해 관객들에게 수상작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전했습니다.
-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 20점은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태훈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듣는 공예 강좌와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공박위크’도 함께 진행됩니다.
128개의 작품 가운데 선택된 이태훈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 뜨거운 유리 안에 담긴 밤의 풍경을 들여다봤습니다.


유리지공예상의 주인공, 이태훈 작가
안개가 내려앉은 밤을 단단하고 투명한 유리 안에 담아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태훈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 공예 1세대를 대표하는 유리지 작가의 뜻을 기리고, 한국 공예 문화의 발전과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제정되었는데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128건의 작품들 가운데 1차 심사를 거쳐 20점이 결선에 올랐고, 지난 8월 실물 작품 심사 끝에 하나의 수상작이 결정되었죠. 그리고 8월 31일,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 주인공이 공개됐습니다. 이태훈 작가는 제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결선에 오른 데 이어 다시 도전한 이번 공모에서 더욱 단단해진 작업 세계를 보여주며 최종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뜨거운 유리로 그려낸 안개와 밤
수상작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은 그 이름처럼 푸른 밤의 공기를 유리 안에 머금은 듯한 작품입니다. 둥근 형태 안으로 번지는 색과 흐릿한 결은 안개 낀 밤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죠. 이태훈 작가는 뜨거운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력과 원심력까지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재료가 움직이고 식어가는 순간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를 파이프 끝에 붙인 뒤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Blowing)’ 기법과 가느다란 유리 막대를 이어 무늬를 만드는 ‘필리그리 케인(Filigree Cane)’ 기법을 꾸준히 탐구해 온 이태훈 작가. 그는 재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우연에 정교한 손길을 더해 시간과 반복이 쌓여 하나의 형태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심사위원단 역시 대형 블로잉과 필리그리 케인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이태훈 작가는 2023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5년 가나자와 코게이 국제 공모전에도 입선하며 꾸준히 작업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에 소장되어 있죠.



유리지 작가의 이름을 이어가는 공예상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고(故) 유리지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펼치는 동시에 공예의 영역을 넓히고 후배를 키우며 한국 공예의 다음 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1974년 미국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금속 공예를 공부하고 돌아와, 당시 국내에서는 낯설었던 다양한 기법과 제작 방식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음 세대 공예가들과 그 경험을 나누었고요. 2004년에는 한국 금속공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는 치우금속공예관, 현재의 유리지공예관을 설립해 공예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도 힘썼습니다. 이는 국내 최초의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으로서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동료와 후배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한국 금속공예를 연구하는 거점이 되었죠.
유리지 작가의 뜻은 이후 유족의 기부를 통해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2022년 서울공예박물관에 그의 대표작 327점을 기증하고, 30년에 걸쳐 총 9억원의 공예상 운영 기금을 후원하기로 밝혔거든요. 그렇게 마련된 기금은 2023년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의 출발점이 되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 다음 세대의 작업을 뒷받침했던 유리지 작가의 행보를 오늘날 역량 있는 공예가들에게 다시 잇는 자리로 거듭났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과 고양 작업실을 넘어 파리까지
이번 수상을 시작으로 이태훈 작가의 작업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집니다. 먼저 유리지공예관은 이태훈 작가에게 프랑스 파리의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시테 데자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에서 3개월간 머물며 작업할 기회와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는데요. 서울에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오는 10월 11일까지 유리지공예상 결선 진출작 20점이 서울공예박물관을 채우거든요. 9월 19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이태훈 작가가 직접 수상작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민과 실험을 들려주는 ‘SeMoCA 공예강좌 #5’도 열립니다.
앞서 9월 3일에는 ‘Marie Claire ART Day & Night’의 ART Day 세션에 마련된 아트 토크에서 자신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에 오는 11일까지 이태훈 작가를 비롯해 파이널리스트 김경찬, 김경환, 신혜림, 정소윤 작가의 작업실과 창작 현장을 찾아가는 서울공예박물관의 ‘공박위크 2026: 체크인 공방’이 열리는데요. 제주와 수원, 고양 등 전국 곳곳의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살펴보고,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과 지역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죠. 전시장에서 작품을 직접 살펴보는 것부터 그것이 태어나는 작업실을 들여다보는 경험까지. 이번 유리지공예상을 계기로 올가을 동시대 공예가들의 작업 여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