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보면 문득, 어떻게 이걸 표현해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요. 바로 영화 미술 감독이 우리가 영화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시나리오의 모든 것을 시각화하는 일을 하죠. 사소한 소품부터 인물의 성격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표현하는 미술 감독의 역할이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중경삼림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은 홍콩 영화의 대부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홍콩을 배경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러브 스토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며 현대 도시 생활의 고독과 사랑, 그리고 인연을 탐구하여 보여줍니다.
<중경삼림>은 무려 30여 년 전에 개봉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데요. 특히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비주얼적인 부분이 아직까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도 수많은 오마주 작품이 배출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레전드로 비주얼 리스트로 손꼽히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미술 감독은 장숙평입니다. 그는 색감과 공간 활용을 통해 캐릭터의 배경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을 영화 속 조명과 도시의 네온사인에 과감하게 사용하여 60년대 홍콩의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고립된 감정과 대비되며 그들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죠. 마치 미로같이 복잡하던 영화 속 풍경의 골목길, 좁은 아파트, 소규모 상점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과 외로움을 더욱 강조하기도 합니다. 장숙평은 <중경삼림> 외에도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2046> 등 많은 홍콩 영화의 미술 감독을 맡으며 홍콩 영화계에 영향력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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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는 디즈니 월드 근처의 허름한 모텔에서 사는 저소득층 아이의 어느 여름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과 그들이 겪는 힘든 현실을 대비시키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미술 감독 스테포닉 유스(Stephonik Youth)의 연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술적 특징은 컬러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사는 모텔은 희망찬 색감의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는데요.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파스텔톤의 컬러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처한 어려운 경제적, 현실적 상황과 대비를 강조하죠. 이는 영화의 스토리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스테포닉 유스는 사실적인 요소로 캐릭터의 사회적 배경을 표현하여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모텔은 영화 설정상 디즈니월드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는데요. 로케이션 촬영지로 실제 디즈니월드 근처 모텔과 상업 지구를 활용하여 생생한 배경을 만들었죠. 때문에 화려한 관광지와 그 주변의 빈곤층의 생활의 대비를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는데요. 그의 최근 작품 아노라(Anora)는 2024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상영작으로 초청되며 제 77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