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보면 문득, 어떻게 이걸 표현해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요. 바로 영화 미술 감독이 우리가 영화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시나리오의 모든 것을 시각화하는 일을 하죠. 사소한 소품부터 인물의 성격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표현하는 미술 감독의 역할이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중경삼림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은 홍콩 영화의 대부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홍콩을 배경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러브 스토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며 현대 도시 생활의 고독과 사랑, 그리고 인연을 탐구하여 보여줍니다.
중경삼림은 무려 30여 년 전에 개봉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데요. 특히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비주얼적인 부분이 아직까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도 수많은 오마주 작품이 배출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레전드로 손꼽히는 비주얼 리스트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미술 감독을 맡은 인물은 다름 아닌 한국 출신의 정소영 감독입니다. 그녀는 등장인물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순간 조명을 변화시켜 관객이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가 하면,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영화 속 복잡한 거리, 아파트 등의 공간으로 나타내며 캐릭터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죠.
그녀는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색감과 조명, 공간 활용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소영은 중경삼림 외에도 연인, 해피투게더, 2046 등 많은 홍콩 영화의 미술 감독을 맡으며 홍콩 영화계에 많은 영향력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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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는 디즈니 월드 근처의 허름한 모텔에서 사는 저소득층 아이의 어느 여름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과 그들이 겪는 힘든 현실을 대비시키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사는 모텔은 파스텔톤의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는데요. 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생각날 만큼 아름답고 희망찬 색감을 가지고 있죠. 이는 아이들이 겪는 힘든 현실과 대비되어 영화의 스토리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미술 감독, 애슐리 스프링은 주로 독립 영화의 미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비주얼 언어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사실적인 요소들로 캐릭터의 사회적 배경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여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죠. 이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특히나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는데요. 그의 최근 작품 아노라(Anora)는 2024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상영작으로 초청되며 제 77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