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한층 넓어진 지평 위에서 서른한 번째 축제의 서막을 연다. 세계 영화계를 이끄는 거장들의 신작과 비범한 신예들의 수작부터 영화가 남긴 발자취를 되짚고 동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까지, 올해 부산을 채울 다채로운 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열흘간 이어질 영화의 향연 속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저마다의 한 장면을 품어가길.

서른 해를 지나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제31회 축제의 막을 올린다. 올해의 새로운 도약으로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경쟁 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까지 주어지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랜 시간 쌓아온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다시 한번 공고히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자 탄탄한 배우진의 앙상블로 일찍이 기대를 모은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필두로 59개국 2백47편의 공식 선정작과 69편의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이 부산의 스크린을 채운다. 공식 선정작 기준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세계 곳곳의 영화 흐름을 이끌어온 거장들의 신작부터 한국 영화의 새로운 면면을 보여주는 화제작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영화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막일을 하루 앞당기고, 상영 회차를 확대해 보다 많은 영화를 만날 기회를 넓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6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영화적 연출과 서사로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 후지모토 타쓰키의 원작 만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시선으로 실사화한 <룩백>, 욕망과 감정의 파동을 밀도 있게 그려낸 정주리 감독의 <도라>, 프랑스의 독보적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주연으로 영화계의 이면을 따뜻한 유머로 비추는 마르크 피투시 감독의 <내일은 이름이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의 믿음과 선택을 파고드는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약해온 주디트 고드레슈 감독의 <그 소녀의 기억>, 제31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인 배우 양자경을 주연으로 한 바이 슈에 감독의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까지 소개되며 감독과 배우가 부산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서로 다른 영화적 궤적을 조명하는 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동시대 영화계가 다시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흐름 속에서 기획된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가능성을 넓혀온 걸작과 새로운 세대의 신작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 밖에 배우 안성기가 생전 직접 꼽은 대표작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시절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 세계를 무대로 독보적 행보를 이어온 배우 양자경의 영화적 여정을 조명하는 <모든 시간 모든 곳의 양자경>이 예정돼 있다.
특별상영에서는 3명의 영화인이 각별한 애정을 품은 작품을 직접 선정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초청 섹션인 ‘까르뜨 블랑슈’를 진행한다. 김지운 감독은 <매드 맥스>를, 배우 판빙빙은 <아가씨>를, 홍경표 촬영감독은 <세 가지 색: 블루>를 선택해 각자가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국 영화의 반가운 흥행과 세계적 거장들의 굵직한 신작이 잇따라 관객과 만나며 극장가에 활기가 번진 올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고 세대와 국경을 넘어 영화와 영화인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랜 지향은 더욱 유효하다. 제31회를 맞은 올해도 그 기조를 굳건히 이어가며 서로 다른 세대가 저마다의 감각으로 빚어낸 영화들을 다시 부산으로 불러 모아 어느 때보다 뜨겁게 빛날 열흘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