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미국에서 개봉한 로버트 패틴슨 주연 A24 영화 <프라임타임>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그는 실제 미국 범죄 고발 프로그램의 진행자 크리스 핸슨으로 변신해 높은 시청률과 명성에 집착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 다큐멘터리 감독 랜스 오펜하임의 첫 극영화로, 200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방송계의 이면을 비춥니다.
<프라임타임>이 그리는 화려한 성공과 욕망.


지난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주목한 범죄 스릴러 영화 <프라임타임(Primetime)>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와 <더 드라마(The Drama)>로 극장가를 뜨겁게 만든 배우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의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얼굴, 크리스 핸슨
이번 영화에서 패틴슨이 맡은 인물은 미국 유명 방송인 ‘크리스 핸슨(Chris Hansen)’입니다. 2000년대 중반 NBC의 범죄 고발 프로그램 ‘투 캐치 어 프레데터(To Catch a Predator)’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용의자들을 추적하며 유명해진 인물이죠. 영화는 그가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2006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품 속 핸슨은 경찰과 위장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범죄자들을 적발하며 점차 유명해지는데요. 방송이 인기를 얻을수록 그의 욕심도 커져갑니다. 점점 더 충격적인 사건을 찾아 방송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 하죠. 영화는 점차 망가져가는 핸슨의 모습을 통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방송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욕심은 한 유력 인사의 범죄 연루 가능성을 알게 되며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유명 인물을 적발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화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동시에 방송국 내부에서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데요. 영화는 핸슨의 불륜과 가족 문제까지 비추며 카메라 앞에서의 당당한 모습과 상반되는 불안정한 사생활마저 엿보게 합니다.

시청률을 위해 만들어진 함정
그렇다면 영화의 출발점이 된 ‘투 캐치 어 프레데터’는 어떤 방송이었을까요? 이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NBC 시사 프로그램 ‘데이트라인 NBC(Dateline NBC)’에서 방영된 범죄 고발 코너입니다. 당시 제작진은 온라인 감시단체 퍼버티드 저스티스(Perverted-Justice)와 손잡고 아동 대상 성범죄가 의심되는 남성들을 추적했습니다. 방법은 꽤 치밀했는데요. 성인 요원들이 채팅방에서 미성년자인 척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만남을 제안하면 카메라가 설치된 집으로 불러들이는 식이었죠. 실제 약속 장소에는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성인 연기자가 기다리고 있었고, 남성이 집 안에 들어오면 숨어 있던 크리스 핸슨이 나타나 그를 추궁합니다. 여기서 그의 유명한 대사 “일단 앉으시죠(Have a seat)”가 탄생했죠. 당시 당황한 남성들이 변명하거나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방영되었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대기하던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얻은 방송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판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범죄 예방이라는 취지가 분명하더라도 방송사가 직접 용의자를 유인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 것이죠. 여기에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이들의 얼굴을 노출하는 행위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고요. 범죄를 고발한다는 명목으로 상대가 당황하거나 궁지에 몰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 보도일까요? 결국 방송은 2006년 텍사스에서 발생한 결정적인 사건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당시 미성년자와의 만남을 시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검사 빌 콘래드(Bill Conradt)가 경찰과 제작진이 자택을 찾아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이죠. 이후 무리한 취재와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유가족의 소송까지 이어지며 프로그램은 이듬해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만든 2006년 방송국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건 다큐멘터리 감독 랜스 오펜하임(Lance Oppenheim). <프라임타임>은 그가 처음 선보이는 극영화인데요. 그는 앞서 미국 플로리다의 은퇴자 공동체를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영화 <썸 카인드 오브 헤븐(Some Kind of Heaven)>과 정자 기증자들의 삶을 따라간 <스펌월드(Spermworld)> 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법한 인간의 욕망과 복잡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감독이죠. 그의 집요함은 이번 영화 촬영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실제 ‘투 캐치 어 프레데터’에서 숨겨진 카메라를 담당했던 관계자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고, 2000년대 방송에 사용되던 촬영 장비까지 꼼꼼하게 연구했거든요. 그는 디지털카메라와 오래된 방송용 카메라,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전부 사용해 서로 다른 화질의 영상을 담아냈습니다. 일부 장면은 16mm 필름으로 다시 옮겨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아날로그 화면을 구현했어요. 덕분에 영화 속 장면들은 마치 20년 전 실제로 방영됐던 영상을 보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합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만 영화 속 모든 이야기가 사실인 것은 아닙니다. 오펜하임 감독은 크리스 핸슨이라는 실존 인물과 당시 방송계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고 전했는데요. 실제 핸슨은 영화가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왜곡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죠. 결국 <프라임타임>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몰락이 대중의 호기심을 채우는 볼거리로 소비된다면 그 방송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영화가 들여다보는 건 어쩌면 범죄자를 비롯해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이들의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